'퇴사'를 하면 '행복'할 줄 알았습니다.

by 미래

모든 직장인들은 한 번쯤은 퇴사를 꿈꾼다고 한다. 퇴사를 꿈꾸지만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출근 준비를 하는 분, 퇴사할 용기가 없어 이 악물고 버티고 있는 분, 당장 다른 일이 없어 퇴사는 먼 나라 얘기 같은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실제로 퇴사를 한 사람들은 존재했다.


회사에 묶이기보단 자기 일을 찾겠다며 퇴사를 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퍼지면서, 퇴사 열풍이 유행이 된 적 있다. 서점에 가면 퇴사 후 제2의 인생을 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들로 가득한 에세이 책들이 줄지어 있던 걸 보면 퇴사로 자유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해 같은 일을 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게 됐고, 반복되는 야근에 육체적으로도 피로감을 느꼈다. 성과에 대한 압박, 업무에 대한 부담, 상사나 동료에 대한 불편함, 출퇴근 시간에 대한 강박 등에서 해방되었기 때문에, 퇴사는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나 자유를 가져다주는 건 맞는 말이었다.


나 또한 일을 시작하고 나서 일정 시간이 지나자 남들처럼 퇴사가 꿈인 직장인이었다. 매번 반복되는 일이 지겨웠고, 과도한 업무량과 지시사항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일을 끝까지 해내겠다는 책임감만으로는 도저히 버틸 수 없게 되었을 땐 이미 퇴사란 꿈에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그런데 막상 퇴사를 하고 보니 행복한 건 아니었다. 퇴사를 하면 자유롭고 행복할 줄 알았지만, 퇴사는 자유를 주었지만 행복은 주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일 할 시간에 일 대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자유시간은 있었지만, 그 시간마저 즐거움이 오래가지 못했다. 업무의 부담감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을 만끽하기도 전에, 내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함이 더 앞섰다.


실은 취업준비란 빌미로 일을 하고 있지 않은 죄책감, 이력서 경력 사항이 비어있다는 불안함 때문에 덜컥 일을 시작했다. 온전히 일 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시작한 일이라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은 찾기 어려웠다. 일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상태에서 하는 일들은 오히려 날 더 초라하게 했다. 비슷한 나이의 친구들을 보면 어떤 일이든 자기에게 맞는 일을 하고 있는 중이었지만, 난 그들과 달랐다.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게 아니라 일을 찾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을 만났기 때문에 내게 맞는 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 어느 쪽에도 없었다. 그래서 더 일을 지속하기 어려웠다.


죄책감과 조금함 때문에 시작한 일은 그 불안한 감정들을 조금도 해소시키지 못했다. 일은 하는 동안에도 해소되지 못한 혼란한 감정들은 남의 걸음걸이에 맞추느라 내 가랑이 찢어지는 줄 모르게 했다.

퇴사를 하고 생각해 보니 조급한 심정에 무작정 일을 시작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돈이 목적이 아니라면.

내 몸에 맞지 않은 옷은 입을 수 없는 옷이기에 빨리 환불할수록 좋은 거였다.


퇴사를 했지만 여전히 행복은 멀리 있었고, 불안함과 조급함은 더 가까워졌다. 영어 성적이 눈에 아른거렸고, 자기소개서에 쓸 새로운 경험을 채워야 하지 않는지 머릿속이 복잡했고, 남들과 다른 나만 가진 특별한 경쟁력이 무엇인지 고민과 고통의 연속이었다.

다시 취업준비생으로 돌아온 지금, 여전히 불안하지만 내게 더 집중하고 몸에 맞는 옷을 입을 때까지 제대로 준비하기로 했다. 내가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왜 내가 그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지를 깊이 고민하면서.





퇴사가 행복을 가져다 주지는 않았지만, 무얼 해야 내가 행복한지는 알게 해 줬다.

그 이유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행복에 한 발 더 가까워진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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