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보다 '퇴사'를 하고 싶습니다.

by 미래

직장인은 누구나 가슴속에 사직서를 품고 다닌다는 말, 처음에는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몰랐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저마다의 이유로 그토록 바라는 직장에 들어갔는데 왜 그만두고 싶어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취업에 성공해놓고 퇴사를 꿈꾸는 사람들을 보며 내심 얄밉기도 했다.


물론 난 정규직으로 입사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퇴사하고 싶은 생각은 안 들 줄 알았다. 잠깐 일하고 마는 계약직이기 때문에 조금 힘들더라도 버티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모든 직장이 공감하듯 퇴근보단 퇴사를 꿈꾸며 출근했다.


일이 어느 정도 손에 익었고 생각보다 일이 어렵지 않았지만 그 많은 업무량을 주마다 채워야 하는 게 고역이었다. 처음에는 나만 힘든 줄 알았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


요 며칠 동안 퇴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매주마다 배당되는 작업량들이 부담되었고, 근무자의 상황과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작업량만 쏟아내는 회사가 야속하기만 해서였다. 처음에는 버틸만했지만 최근 작업 분량으로 인해 내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밀려있는 작업 대장을 보면 숨이 턱턱 막혔고 매일 밤새 조금씩 일을 해도 줄어들지 않는 작업량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흘러가는 얘기로 "엄마 나 퇴사할까?"라고 넌지시 얘기하고 싶었지만,

'퇴사하고 싶습니다'가 매번 목구멍에 맴도는 것처럼 엄마에게 하려는 말도 절로 삼켰다.


평소 같으면 내가 힘들면 그만두라고 했을 테지만 이번에는 왠지 좀 더 참아보라고 할 거 같아서였다.

첫 월급을 받던 날 나보다 더 기뻐하던 건 엄마였다. 대학을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하던 것 말고는 월급을 받아본 적도 없었고 오래 다니던 아르바이트마저 그만두고 나서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영화 찍고 이것저것 하느라 돈 벌새 없이 엄마가 주는 용돈으로 연명했기 때문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용돈으로 생활했었는데 '오랜만에 내 딸이 월급을 받는구나'하고 좋아하셨기 때문에라도 차마 일을 그만둔다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계약직이지만 나름 직장 생활한다고 새 지갑을 사주셨던 엄마의 얼굴을 보면, 이 계약이 끝날 때까지는 버틸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버틸 수 없는 건 버틸 수 없는 것이었다. 프로젝트 기간에만 단기로 참여하는 계약직이기 때문에 이 회사와 일에 목숨을 걸 수 없었다. 나그네처럼 이 일이 끝나면 다른 곳에서 일할 곳을 알아봐야 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회사를 더 찾아야 했고, 공부도 더 해야 했고, 필요한 자격증도 열심히 모아야 했다.

이 일 이외에도 충분히 해야 할 일은 많았고 더 많이 불안했다.


모집 공고를 보고 선 근무와 취직 공부를 병행할 수 있다 생각해 지원한 거였다. 일을 시작한 순간 한 사람이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하기엔 너무 벅찼다. 생각보다 일은 더 벅찼다.


그래서 가슴속에만 품던 사직서를 꺼내보려 했다.

입 안에서만 맴돌던 퇴사 얘기를 결국 인사과장님께 빙빙 돌려 말씀드렸다.


"혹시 실례지만, 조기 계약 종료가 가능할까요?"라는 식으로 카톡을 남겼다. 팀장님께 불쑥 말씀드렸다간 일에 대한 투정으로 비칠까 바로 말하지 못했고 계약서를 쓸 때 인사과장님이 너무나 따뜻하셨기 때문에, 그리고 계약적으로 문제가 있지는 않을까 하고서 였다.



내 카톡 문장 하나하나에 눈치를 채셨는지 "퇴사를 염두하냐"는 뼈를 때리는 솔직한 답변이 돌아왔다. 당황했지만 어쩔 수 없이 고민이 된다고, 고민 중이라고 했다. 아직은 확실하지 않다는 말을 덧 붙이면서. 미련도 남겨봤다.


마음이 따뜻하신 인사과장님께서는 "고민이 많으신가 보네요"라고 하시며 원하시면 언제든 계약 종료가 가능하다는 말도 같이 해 주셨다. 고민이 있을 땐 언제든 상담이 가능하니 연락 달라는 다정한 말과 함께.


인자하신 인사과장님의 따뜻한 말을 듣고 나니 괜히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 좀 더 버텨볼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퇴사하고 싶은 마음은 너무 굴뚝같지만 아직 아무런 결정된 것 없다.

일이 처음부터 생각한 것과 달랐고,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참아왔던 말을 결국 내뱉어 버렸다.

만약 중간에 더 좋은 일이 생긴다면, 아마 가슴속에 품었던 사직서를 그땐 진짜로 꺼내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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