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별을 다루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많아졌다. 과거에는 ‘하트 시그널’ ‘썸바디’ ‘연애의 맛’ 등을 통해 만남의 설렘을 위주로 다뤄왔다. 하지만 현재는 설렘뿐 아니라 이별의 아픔과 속앓이를 동시에 다루는 ‘체인지 데이즈’ ‘환승 연애’ ‘돌싱글즈’ 같은 프로그램들이 트렌드를 이루고 있다. 여러 프로그램 중 <환승 연애>와 <체인지 데이즈>를 즐겨본다.
달콤하지만 씁쓸한 것이 결국 사랑이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트렌드인 이유는 현실적인 감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랑할 때의 설렘과 이별의 아픔은 가장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감정이다. 시청자들은 개인적인 감정이지만 공감할 수 있을 때 더 관심을 갖는다.
<환승 연애>와 <체인지 데이즈>가 자극적인 콘텐츠로 평가받으면서도 높은 화제성을 자랑하는 이유다. <환승 연애>는 이별한 커플들이 서로를 숨긴 채 한 곳에 모여 같이 생활하는 것을 관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체인지 데이즈>는 이별을 앞둔 세 커플이 일주일 동안 같이 생활하며 서로의 연인을 바꿔 데이트를 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두 프로그램이 방송되기 전부터 ‘환승’ 혹은 ‘바람’을 조장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서로의 연인을 바꿔 데이트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이별한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지내며 새로운 사랑을 찾는 과정들은 자극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두 프로그램 중 <환승 연애>의 서사를 따라가기가 더 수월하다고 느꼈다. <체인지 데이즈>의 짧은 분량으로는 복잡 미묘하고 얽히고설킨 감정들을 모두 담아내고 따라가기가 버거웠다. 그래서인지 파편적인 이야기들이 더 자극적으로 느껴졌다. 무엇보다 이별을 앞둔 커플들이 서로 연인을 바꾼 체인지 데이트를 해보며 진짜 사랑을 찾는다는 의도를 다루기엔 덜 섬세했다.
그에 비해 <환승 연애>는 '나'의 여러 모습 중 '연인으로서 나'의 모습을 헤어진 연인과의 재회 속에서 찾는 과정을 비교적 섬세하게 다뤘다. 매주 2시간 가까이 되는 방송 시간 덕에 시청자가 관찰하며 얻을 수 있는 정보 값이 많았기에 여러 커플들이 느끼고 있는 감정들을 나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프로그램들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설렘만을 그리던 프로그램들은 그 속에서 각자의 사랑을 선택하고 나면, 그들의 사랑을 이해하고 결론짓는 마침표만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별을 다룬 프로그램에는 가슴에 물음표가 남는다. 과연 “나라면 어땠을까?” “만약 X와 다시 만나게 된다면 무슨 이야기를 하게 될까?” “나라면 X의 새로운 사랑을 응원해줄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끊임없이 생긴다. 다양한 물음표를 가지고선 새로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반드시 나를 좋아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갈등 관계가 끊임없이 형성된다. 시청자들은 긴장감 속에서 그들의 마음의 화살이 누구에게 향하는지를 숨죽이며 지켜볼 수밖에 없다. 대리만족을 넘어선 공감대가 때론 눈물을 짓게 한다. 저마다의 사랑과 이별이 있겠지만, 그 속에서 느끼는 우리의 감정은 비슷하기 때문이다.
첫맛은 달콤해도 결국은 씁쓸한 게 사랑이다. 그리고 씁쓸하지만 잘 헤어질 수 있는 것도 사랑의 과정이다. 사랑하고 이별하는 과정마다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일이 그리 슬픈 일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