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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 Jun 30. 2022

72% 카카오, 달고 쓴 인생

드라마를 볼 때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들이 좋으면서도 좋지 않았다. 늘 달지 만은 않은 게 인생인데, 드라마 속 세상은 너무 완벽했다. 내 인생과 다른 완벽한 드라마 세상이 부러우면서도 질투가 났다.

드라마를 보는 동안 새드 엔딩보다 해피 엔딩을 바라는 이유가 우리 삶의 끝도 해피엔딩이길 바라기 때문이지 않을까. 로맨스 드라마를 보며 두 남녀가 서로 사랑하고 행복하기를 바라고, 액션 스릴러 드라마를 볼 때도 용감하고 정의로운 주인공이 각종 나쁜 일을 다 해결해주기를, 그래서 우리 삶이 더 평화롭기를 희망하는 것처럼 말이다. 현실에서의 삶과 다른 드라마 세상이 부러우면서도 꼭 드라마에서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길 하고 바란다. 늘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드라마처럼.


달지만 씁쓸한 72% 초콜릿, 인생과 닮았다. 살다 보면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들도 있지만, 종종 슬프고 괴로울 때도 많다. 초콜릿을 먹을 때면 밀크 초콜릿처럼 아주 단 초콜릿 같은 인생이 행복한 삶이고, 꼭 그 행복이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카카오 함유량이 많은 다크 초콜릿보단 달달한 밀크 초콜릿에 더 손이 갔다. 밀크 초콜릿을 먹으면서도 그 행복은 길지 않았고 불안함이 더 컸다. 이 초콜릿은 현실의 아픔을 잠시 잊게 해 줄 뿐 결국 지금은 속으로만 괴로워하고 있는 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생을 주인공처럼 살면 다르다고 했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늘 언제나 특별한 순간이 되면 시련을 겪는다. 주인공들은 시련 없이 성장하지 않는다. 내 인생에선 내가 주인공이기에 당장의 시련과 고통은 주인공으로서 마땅히 겪어야 할 관문이다. 그리고 지금의 이 시련을 극복해간다면 분명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

나의 인생 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에서도 미정이는 하루에 5분만 행복해도 죽지 않고 살 수 있다고. 그렇게 한 발 한 발 가보자고. 아무리 힘든 삶이라도 해도 72%만큼은 써도 나머지 28%는 달콤한 게 인생이니까 그 달콤함 때문이라도 더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드라마 속 주인공인 배우들의 이야기를 듣게 될 때면 늘 마음이 저릿하다. 그들은 카메라 앞에 나오기까지 그 뒤에서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긴 무명 생활을 견뎠고, 주변 사람들의 걱정 어린 시선을 받으면서도 무대가 좋아 버텼다. 아무리 쓰디쓴 인생이라도 28%의 달콤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면 버틸 힘이 있다. 오랜 무명 생활 끝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누구나 알만한 배우가 된 사람들이 보여주는 드라마는, 결국 그들이 하는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와 결코 다르지 않아 보인다.


꽃은 아스팔트가 아니라 흙길에서 핀다고 한다. 아무런 걱정 없는 삶이라면 이렇게 글을 쓰는 삶을 살지 못했을 것이다. 쓰지만 달기도 한 이 초콜릿을 먹으며 언제가 나만의 무대에서 나도 빛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약간의 달콤함이 힘든 하루 끝에 미소 짓게 해 충분히 살아갈 만하게 한다.


원래 사는 건 그리 달지만은 않다. 72% 초콜릿처럼 조금은 달고 조금은 씁쓸하다. 72% 만큼 쓰고 험난 한 삶이지만 그래도 28% 희망이 있고 행복이 있기에 그 나머지를 채우려 우리는 열심히 산다. 28%를 위해 버티고 살다 보면 언제가 그 두 숫자가 뒤 바뀌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어쨌든 쓰고 달고 짜고 싱거운 맛이 모두 있는 게 인생이지 뭐. 그 여정을 즐길 준비가 되었으면 충분하다. 힘들었던 순간들이 더 기억에 남으니까 지금 당장 힘들다고 포기해버리면, 쓴 맛 뒤에 오는 달콤함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쓰고 난 뒤에야 단 맛이 더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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