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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 Apr 05. 2022

겨울 지나 봄

지난겨울 사랑했던 한 남자와 이별했다. 뜨거웠고 유난히 잘 맞았던 우리 사랑은 6개월 만에  끝이 났다. 다른 연인들과 마찬가지로 헤어진 이유는 특별하지 않다. 성격 차이를 핑계로 댔지만 그가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게 더 확실한 이유인 듯했다. 사랑이 이렇게 유효기간이 쉽게 끝이 난다는 걸 온몸으로 체감한 순간이었다. 눈물로 그를 붙잡았지만, 이미 금이 간 사이는 돌이킬 수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의 결실을 맺는 것보다 어려운 건 이별하는 과정이었다. 헤어짐은 익숙했던 나의 일상을 새로운 일상으로 다시 마주하는 일이다. 늦은 밤 집에 데려다줬던 일, 좋아하는 영화를 보며  별일 아닌 일에 까르르 웃었던 시간들, 손가락이 아프도록 핸드폰을 놓지 않고 문자를 보냈던, 평범했던 일상은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었다. 


이별 후 나는 이별 하기 전보다 훨씬 바쁘게 열심히 살았다. 다른 이유는 없었고 그를 잊기 위해서였다. '생각할 틈을 주지 말자'가 이별 후 제일 먼저 하는 일이었다. 평소보다 자주 친구들을 만나고, 그동안 미뤄왔던 일도 빠르게 해 나갔다. 당연히 글을 쓰는 일도 빼놓지 않았다. 이상하게 글은 행복할 때보다 더 잘 써졌다. 


사랑과 이별을 반복할 때마다 상처받은 만큼 성장한다고 생각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별이 나를 성장하게 했다. 사랑을 하는 동안 2순위로 밀려있던 자기 계발 시간들을 온전히 내게 쏟았기 때문이다. 일찍 일어나 운동을 했고, 땀을 흘리며 지난 기억들을 잊었고, 내게 주어진 일을 하며 능력을 쌓아갔다. 헤어짐이 아프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니 별 일 아니었다. 아픔도 견뎌낼 만큼 단단하게 성장시켜준 게 오히려 고마웠다. 


그때부터 상처와 헤어짐이야말로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난 사랑을 할 땐 항상 상대에게 의지하는 편이다.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사람에게 끌렸고, 사랑할 때만큼은 내 마음을 그에게 온전히 쏟아냈다. 이런 의존적인 사랑의 문제점은 헤어진 이후에 찾아온다. 그와 함께였던 시간들을 지우고 나면, '내가' 없다는 거다. 사랑한 만큼 아파했지만, 사랑이 끝나고 나면 늘 허무했다. 내가 이별했다는 것 말고는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분명한 건 마음에 남은 상처는 오래 기억되지만, 그 상처 덕분에 지금의 나로 성장할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을 만나야 내가 행복한지, 나랑 잘 맞는 사람은 누구인지 알게 됐다. 몸으로 배우고 깨닫는 것보다 좋은 건 없다. 많은 사람들이 살고, 사랑하고,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인생이란 결국 사랑하고 헤어지는 일이라는 걸 깨닫는다.


이별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과거의 상처가 나의 영광의 상처로, 혹은 추억의 흉터로 기억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부분 오는 것에 집중한다. 새로운 사랑이 오고 봄이 오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오는 것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 갔느냐다. 잘 보내주고 잘 지나가야 새롭게 오는 것에 집중할 수 있다. 이제 난 그의 새로운 사랑을 응원해줄 만큼 성장했다. 결국 난 상처받으며 성장했고 다시 사랑하며 성숙해졌다. 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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