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불행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들의 블루스>

by 미래

15명의 사람들과 20개의 에피소드, 우리들의 블루스는 옴니버스식 드라마다. 매 회 또 보고 싶은 연속성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옴니버스 식 드라마가 인기를 얻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15명이란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들이 의미 있게 등장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의 감정을 세밀하게 다뤘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가 인상적이다.


한수와 은희, 영옥과 정준, 영주와 현, 동석과 선아, 인권과 호식, 영옥과 영희, 미란과 은희, 춘희와 은기, 옥동과 동석. 각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나오는 에피소드들로 각 인물의 감정선이 깊이 있고 섬세하다. 특히 인권과 호식 에피소드에서 서로 만나면 으르렁대는 앙숙인데, 갑작스럽게 임신한 자식들로 갈등이 깊어졌다 부모로서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들을 보며 어렴풋이 그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옥동과 동석 서사도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픔이 있었고, 엄마를 미워할 수밖에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 엄마를 이해하고 화해하고 싶었던 자신의 마음을 발견하는 과정 역시 마음을 움직인다. 지난 그들의 서사를 돌아보고 관계를 이해하며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들여볼 수 있었다. 불행의 이유는 저마다 다르더라도 인간을 이해하는 감정의 폭을 넓혀줄 수 있는 드라마였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특히 영주와 현 에피소드에서 임신한 청소년들에게 아이의 심장 소리를 들려주는 장면에서 자극성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부분은 흔히 평화와 환상의 섬이라 불리는 제주를 배경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단순히 힐링만을 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 삶의 불행하고 씁쓸한 모습들도 같이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더 살아있는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드라마라는 장르에서 보여주는 이야기가 판타지성을 포함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속에서 나와 가까운 이야기를 발견할 때 공감대를 형성하기 쉽기 때문이다.


게다가 불편한 지점들을 오히려 더 드러내는 드라마다. 청각 장애를 가진 사람, 우울증이 있는 엄마, 다운증후군이 있는 언니, 아픈 가정사를 갖고 큰 아이, 친구가 불편한 친구, 아이를 임신한 학생, 의부증에 가정폭력 당하는 남편 등 조금씩 다른 점들을 통해 삶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장애를 가진 사람과 사랑을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장애를 가진 사람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것, 아이를 임신한 10대 청소년의 결정이 책임감 있는 선택이었음을,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부모를 이해할 수 있음을 그렇게 각 15명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삶이 드라마와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모두가 다 함께 운동회를 즐기는 모습을 끝으로 그들을 불행한 시선을 보지 않고 함께 사는 삶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우리가 결코 이 땅에 불행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행복하기 위해 태어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깨우쳐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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