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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 Jan 14. 2023

택갈이, 그 사소한 일이라도.


한 패션 회사에서 단기 아르바이트를 했다. 상품에 걸려있는 택을 갈아 끼우는 일이었다. 대개 옷에는 상품 택이 붙어 있다. 바코드가 붙어 있는 그 택에는 상품 번호와 사이즈, 컬러, 가격, 제조년월이 적혀 있다. 택갈이는 해당 상품과 그 상품과 관련된 스티커, 택 모두를 바꿔 놓는 일이다. 해외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국내용 상품 택에서 해외용으로 바꾸어야 한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은 국내용 상품 번호와 해외용 상품 번호가 다르기에, 상품과 번호를 꼼꼼히 찾아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르바이트를 하기 전까지 이런 일이 있는지, 누군가 이러한 일을 하고 있을 줄 생각도 못했다. 국내든 해외든 상품을 받는 것에만 집중했지 어떤 과정을 거쳐 나에게 오는지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막상 일을 해보니 사람이 사람 손으로 거쳐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어떤 상품들은 대부분 공장에서 기계가 만들기도 하지만, 상품을 검수하고, 포장하는 식의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들은 결국 사람의 손을 거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았고, 단기 아르바이트 치고 페이도 넉넉한 편이라 쉽게 생각하고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틀간 약 여섯 시간 정도 일을 하다 보니, 일은 단순했지만 그 일의 의미는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택갈이를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상품을 만지게 된다. 그럴 때마다 상품에 최대한 스크레치를 내지 않기 위해 조심한다. 내가 새 상품을 살 때를 생각해 보면 상처가 있는 상품들을 받을 때면, 기분이 상할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상품 그 자체가 아니라 누군가에겐 선물일지도 모르기에 상품을 받았을 때의 설렘과 기쁨을 헤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깨끗하고 잘 정리된 상품이 상대에게 전달되었을 때의 기분을 나도 어렴풋이 떠올려볼 수 있었다. 


택갈이 아르바이트가 아주 단순한 노동이었지만, 사람이 사람을 위해 하는 일, 손으로 상대에게 마음을 전하는 일, 그것이 상대를 기쁘게 해 줄 수 있는 일이었다. 결국 손으로만 하는 일이 아니라 마음까지 함께 써야 했다. 내 손을 떠난 후에는 상대에게 어떤 결과로 남을지 모르지만, 그 과정에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로 남지 않을 것이다. 혹시 그 이후에 오는 여러 반응들에도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힘도 생길 것이다.


어떤 일을 하든 일 자체보다 그 일의 의미를 생각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면을 볼 수 있다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더라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떠올리는 일이라 생각한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를 기특하게 생각하는 순간이 많다면 그것만으로도 자존감이 채워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결코 사소한 일이라도 사소한 일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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