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래 Feb 12. 2023

클라이밍, 나의 성취를 함께 응원하는 운동

좋아하는 프로그램인 '알쓸신잡'에서 유시민은 말한다. 내가 타인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타인도 나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그것이 인간이 근본적으로 외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아닐까 하고. 공감했다.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고 믿는 사람이지만, 온전히 내가 되지 않고서는 나의 기쁨과 슬픔을 완벽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살아온 환경과 배경,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르고, 나도 나를 잘 아는 게 쉽지 않아서다. 서운함 보다 우리가 모두 같은 인간이기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질문인 것 같다. 



마찬가지로 아무런 이유, 조건 없이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응원해 주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인 것도 인간이 어쩔 수 없이 외로움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스스로를 응원하는 일에 힘을 쓰고 있는 것 같다.) 진심으로 슬퍼하는 척 연기는 할 수 있지만, 진심으로 웃어주고 축하 응원해 주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 말이다. 


취미로 클라이밍을 시작하고 나서 축하와 응원의 진정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 주로 하는 클라이밍은 실내 암벽장에서 레벨에 따라 문제를 풀어가는 볼더링이다. 홀드를 잡고 올라가는 길은 오롯이 나 혼자 해야 하는 일이다. 정상에 도착한 후 내려오는 일 역시 혼자의 몫이다. 운동을 좋아하고 여러 운동을 배워봤지만, 클라이밍은 개인 운동임에도 같이 하는 운동 같아서 마음에 들었다. 클라이밍장을 2번 방문하자마자 개인 암벽화를 구매하고, 동호회에 가입했을 정도로 매력적인 운동이란 걸 바로 느꼈다. 


클라이밍 장에 가면 혼자 온 사람, 동호회 사람들이 여럿이 온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각자 자신의 수준에 맞는 문제를 푼다. 누군가는 영상으로 기록을 남기며 문제를 푼 성취감을 느끼고, 또 누군가는 자신이 어느 길에서 막혔는지 복기를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클라이밍 장에서는 모두 친구가 된다. 모르는 누군가가 내 옆에서 고군분투하며 문제를 풀고 있으면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보는 게 어떻겠냐며 제안을 해준다. 홀드를 잡은 상태로 허둥지둥하고 있으면 집중하라고 외쳐주기도 한다. 자칫 잘못해서 떨어지면 크게 다치기에 파이팅을 불어넣는다.


클라이밍장에서는 용기를 주는 것뿐만 아니라 함께 축하도 해준다. 문제의 난도와 관계없이 다른 사람이 문제를 풀었을 때 서로 "나이스~!"를 외쳐준다. 처음에는 약간 민망하기도 했지만, 나의 성공과 성취에 이렇게 기뻐해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었고, 더 높은 레벨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자신감도 생겼다. 


클라이밍 장안에서는 어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응원하고 축하해 주는 일이 참 쉽다. 힘을 들여 올라갈 때의 기쁨과 성취를 알기에, 같이 축하하고 같이 기쁨을 나누는 것이다. 나와 다른 타인이 같은 성취감을 공유하고, 서로 다른 문제를 풀어도 함께 기뻐하고 응원하는 일은 운동을 즐겁게 만든다. 이런 감정 공유가 클라이밍장 밖에서도 자유롭다면, 우리는 조금 덜 외로운 삶을 살아가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좋아하는 일을 업(業)으로 삼으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