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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 Dec 31. 2023

제가 느끼는 성장 포인트는요.

“어때? 나 좀 는 거 같지 않아?” 같이 운동하며 친한 사람들에게 장난 삼아 묻는 말에도 처음에는 “아니 전혀”라며 솔직하게 말했던 사람들도 이제는 “쪼금?”이라며 답해준다. 같은 질문이어도 예전에는 장난이 반 이상이었다면, 이제는 약간의 자신감이 더해진 물음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칭찬과 인정에도 기분이 좋았지만, 그 이상으로 더 기분이 좋았던 건 나도 내가 스스로 성장했음을 느낄 때다.      


그래서인지 가끔 코치선생님도 레슨 할 때 “이제 좀 자신감 좀 붙었을 거 같은데?”라고 말씀하신다. 이전에는 아무리 배워도 멀리 날아가지 않던 셔틀콕이 조금씩 멀리 날아가는 것을 보고, 배드민턴 기술 중 가장 기초이자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하이클리어’가 조금씩 되고 있음을 느꼈다. 높고 멀리 날리기 위해 어느 타점에서 공을 쳐야 하는지, 언제 힘을 주어야 하는지, 스윙 자세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텝 타이밍을 언제 맞춰야 하는지 말이다.      


이전에는 받을 수 없던 공을 받게 되고, 안 되던 스윙도 조금씩 감을 찾아가고, 코트 안에서 게임할 때 좀 더 여유로워졌을 때면 내가 전보다 확실히 성장했다고 느낀다. 1년 가까이 버티면 못할 것이 없다. 실력이 안 맞아 같이 게임 들어가기도 어렵고,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쉽게 쳐주지 않는 배드민턴 세계에서 버티는 일이 쉽지 않다고들 한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내가 금방 그만둘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 말고도 초보자로 모임에 들어와 배드민턴을 시작했다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금방 그만두는 경우가 많은 걸 봐왔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배드민턴을 즐기며 열심히 잘 치러 다니고, 버티며 조금씩 늘고 있는 모습에 대견하게 여기는 듯했다.      


이제는 배드민턴을 어떻게 쳐야 하는지 조금 알 거 같다. 물론 사람들은 내가 전에는 받지 못한 공을 받아내고, 정직하게만 보내던 공들은 코스로 보내기도 하고, 게임할 때 속도를 조절하며 공격 수비를 골고루 할 줄 알게 되고, 코트 절반까지만 날리던 공도 코트 끝까지 날리는 모습들을 보며 하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느끼는 성장 포인트는 이 모든 것들을 포함해 배운 것들을 까먹지 않고 좀 더 침착하게 공을 보고 치려한 것, 같은 게임에 들어갔을 때 처음보다 주눅 들지 않는다는 것, 한 발 더 가는 거리가 힘들어도 공에 대한 집념으로 끝까지 다가가는 것들 역시 외적으로 보이는 것뿐 아니라 마음가짐의 변화도 내가 느끼는 성장 포인트 중 하나다.      


주변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것에도 뿌듯함을 느끼지만, 내가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많을 때 자신감이 생긴다. 그 작은 성장 포인트들이 모였을 때 실력이 더 쌓이고, 한 겹 더 성장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느끼는 성장 포인트를 기억해야 한다. 그 마음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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