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좋아진 이유
하루가 끝나갈 때면 마음이 복잡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이유 없이 몸을 움직이고 싶다. 에너지를 다 쏟아내야만 생각이 멈출 것 같아서. 무작정 이어폰을 챙기고 러닝화를 신고 밖으로 나간다. 날이 제법 쌀쌀해져서 나갈까 말까 망설이다가도, 막상 뛰고 나면 후끈하게 오르는 체온이 묘하게 위로가 된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몸은 금세 뜨거워지고, 땀방울이 볼을 타고 흐를 때마다 묘한 뿌듯함이 남는다. 생각 없이 5km쯤 달릴 때면 몸은 점점 무거워지는데 마음은 오히려 가벼워진다. 세상과 단절된 듯 나에게 집중하는 그 짧은 시간이 유난히 평화롭다. 머릿속이 잠시 멈추고 그저 숨을 고르고, 내 속도에 맞춰 한 발씩 내딛는다.
밤이 되면 늘 생각이 많아진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나 혼자 괜찮을지, 누군가와 다시 가까워질 수 있을지 같은 생각들. 하지만 뛰는 동안만큼은 그런 질문들이 사라진다. 심장은 단순해지고, 호흡은 일정해지고, 오로지 내 몸의 리듬에만 집중하게 된다. 러닝은 그래서 좋다. 누가 함께 뛰든, 얼마나 빠르게 달리든 상관없다. 결국 내가 맞춰야 하는 건 내 속도, 내 페이스뿐이니까.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의 불안함보다, 혼자 있을 때의 고요함이 더 안정적으로 느껴졌다. 친구들과의 대화도 좋고, 일로 만나는 사람들과의 인연도 소중하지만, 그 관계들이 언제, 어떤 이유로 끝날지 모른다는 사실이 불안하기도 했다.
불안한 관계에 매달렸다. 끝날 걸 알면서도 붙잡았고, 내가 불편해도 그 사람의 기분을 먼저 살폈다. 이제는 그게 얼마나 에너지를 갉아먹는 일인지 안다. 언제 끊길지 모르는 관계보다, 확실한 나의 일상에 에너지를 더 쏟는다. 혼자서 운동하고, 일하고, 밥 먹고, 잠드는 하루가 더 단단하게 느껴진다. 뛰다 보면 어느새 목표했던 5km를 다 채운다. 숨을 헉헉대며 멈춰 섰을 때, 마음은 이상할 정도로 평온하다. 오늘도 결국 해냈다는 감각, 그리고 ‘혼자서도 충분하다’는 작은 자부심이 남는다. 뛰는 동안 내 숨소리만 들리는 고요함 속에서 나는 내 속도를 되찾았다. 누군가의 시선이나 기대에 맞춰 달리는 대신, 내가 숨 쉬는 리듬과 내 마음의 보폭에 맞춰 걷는 법을 배웠다.
혼자 사는 게 외롭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이 고요함이 더 이상 두렵지 않다. 불안한 관계 속에서 잃었던 나의 속도를 되찾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히려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라는 걸 안다. 불안한 관계에서 흔들리느니, 내가 나를 믿을 수 있는 쪽으로 천천히 달려가고 싶다. 달리듯 살아간다는 건, 결국 나를 믿는 연습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