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아, X세대를 패싱하지 마오

by Minimum

한 해가 저무는 연말, 바야흐로 인사철이다. 대기업과 IT기업을 필두로 80년대생 M세대 CEO와 임원들이 등장했다는 뉴스로 인터넷이 떠들썩하다. 20년 넘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하고 성실하게 일하며 이번에는 당연히 자신들의 차례를 기다리던 X세대는 순간 당황하다 이내 밀려오는 허탈함으로 어깨가 축 늘어져버렸다. 변화가 필요한 위기의 시대인 것은 분명하지만 조직이 70년대생인 X세대를 패싱해버렸다는 서운함과 차곡차곡 쌓아온 커리어에 대한 허탈감이 밀려오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치열한 투쟁을 통해 민주화를 이루어낸 80년대 학번인 586 선배 세대에게 X세대는 늘 부채감이 있다. 90년대 초까지 학생운동의 끝물을 경험하기는 했지만 문민정부가 들어선 후 그 화력은 잦아들기 시작했고 사회보다는 개인을 향해 인생의 추가 기울며 개인주의가 움트기 시작했다. 해외유학과 어학연수, 배낭여행이 보편화되면서 글로벌하고 트렌디한 문화와 경제적 풍요를 기반으로 오렌지족과 같은 전에 없던 새로운 종족(?)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 90년대였다. 하지만, 90년대 말 IMF 구제금융사태와 닷컴 버블 붕괴로 인하여 한국경제는 크게 흔들렸고 전에 없던 위기 속에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사회에 진출한 X세대는 어린 나이에 일찍 철들어버린 아이처럼 직장에서는 개인만큼이나 조직 또한 중요시하게 되며 보이지 않는 희생도 감내하게 되었다. 분명 선배들에 대한 존경도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들과는 조금은 다른, 상하관계를 벗어나 일방적이 아닌 인터랙티브 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갑질이 아닌 서로를 존중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다시 말해 꼰대가 되더라도 좀 더 세련된 꼰대가 되고자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하며 조용하게 부단히도 노력해왔다. 하지만, 후배들에게 들려오는 소리는 '꼰대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 젊은 꼰대', '이도 저도 아닌 존재감 없는 답답한 상사' 등이다. 세대에 대한 평판이야 어떻든 능력이라도 인정받으면 좋으련만 승진에 있어서도 대놓고 후배들에게 추월당해버리니 X세대는 지금... 그야말로 패닉이다.


X세대는 기성세대의 군대식 문화를 겪으면서 야근을 밥 먹듯 하는 등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사생활을 희생해온 데다 직장 내 불공정한 대우가 적지 않았음에도 ‘사회생활은 원래 이런 것’이라며 침묵하고 묵묵히 이겨냈다. 하지만 더 이상 이런 충성 전략이 먹히지 않는다. X세대는 어느새 조직의 중간관리자나 팀장급으로 성장했지만 과거 선배들이 누렸던 대접은 온데간데없고, 조직원인 MZ세대로부터는 ‘젊은 꼰대’ 소리를 듣기 일쑤다. 온갖 실무를 도맡아 하고 조직 관리까지 하면서 신구세대 갈등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한마디로 ‘낀 세대’ 신세다.
또한, X세대는 평생 실무만 하다 직장생활을 마감할 것 같다는 불안감을 내비친다. 국내 메이저 카드사에 근무하는 1972년생 B 씨는 팀장 타이틀을 단 지 벌써 4년째다. 한국 나이로 50 세지만 업무가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자금 조달 업무를 맡아온 그는 과장 때나 지금이나 하는 일은 똑같다. 팀장으로서 실무에서 손을 떼기를 기대했으나 뜻대로 안 됐다. B 씨는 “업무는 늘어만 가고 인력 충원이 되지 않아 일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며 “권한은 없고 팀장으로서 책임만 추가되는 분위기라 때로는 억울하다는 생각마저 든다”라고 했다. 1973년생인 대학병원 병리학 전문의는 “전공의 때 하던 일을 그대로 한다”라고, 동갑인 부장검사는 “평검사, 차장 검사장에 치여 힘들다”라고 하소연한다.

출처 - 70년대생의 슬픈 찬가.. 온갖 고생 다 했는데 벌써 떠밀리나 (매경이코노미 2021.11.30)


이미지 출처 - 70년대생의 슬픈 찬가..온갖 고생 다 했는데 벌써 떠밀리나 (매경이코노미 2021.11.30)

그러나, 대놓고 X세대의 편을 들기로 마음먹은 필자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그들의 균형감각에 주목한다. PC통신에서 인터넷으로, 삐삐에서 셀룰러폰을 거쳐 스마트폰으로, 워크맨에서 디스크맨을 거쳐 MP3플레이어로, 네이트온 메신저에서 카톡으로, 미니홈피와 블로그에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으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대전환을 생생하게 몸으로 경험한 다재다능하며 양자에 능한 전에 없던 사람들..


서태지와 아이들과 라디오헤드의 음악을 듣고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으며 새로운 문화를 이루어낸 세대. K팝 열풍의 주역인 방시혁과 박진영, 소설가 한강, 장강명, 정유정, 과학자 정재승, 김상욱, 설치미술가 양혜규, 미술사학자 양정무 등, 문화예술과학계를 아우르며 대활약 중인 X세대들을 다 열거하자면 입이 아플 정도다.


<낀세대 리더의 반란>의 저자 조미진 또한 X세대의 균형감에 높은 점수를 준다. 그는 “새 시대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변환이 필요한 시대다. 있던 것을 지지부진하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점프해야 한다. 그 변환을 누가 이끌 것인가. 위에서 하는 것이 맞지만, 요즘 사람들은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해야 해서’가 아니라 ‘원해서’ 하게 하려면 세대 간 간극을 뛰어넘을 수 있는 리더가 있어야 한다. 낀 세대에게 희망을 건다. 양쪽을 어우르는 긍정적 카멜레온 같은 X세대는 새 시대를 태동시킬 수 있는 저력이 있다. M세대처럼 세상의 변화의 필요성을 감지할 수 있고, 기성세대처럼 추진력과 헌신을 가진 세대다.”


그렇다. 완전히 달라져야 하는 변혁의 시대이기에 위아래 세대를 아우르며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긍정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X세대는 M세대에게 추월당한 것이 아니라 선후배들과 함께 탁월한 균형감각과 단단한 실력을 무기로 대변혁의 시대를 이끌 전에 없는 멋진 리더로 성장할 것이다. 그들의 미래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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