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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imum Jul 16. 2024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글 한 편을 완성하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언제부터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백일장에서 큰 상을 탄 적도 있고 학업과 사회생활을 하며 '글을 못쓰는 편은 아니다'  정도로 제 자신을 평가해 왔던 것 같습니다. 성인이 된 후론 사람과 세상에 상처를 받거나, 사랑에 빠지거나 이별을 하거나, 삶의 의마룰 찾고 싶거나, 이유 없이 우울하고 허망해질 때면 저도 모르게 메모장에 뭔가를 끄적이고 있었죠. 그러던 어느 닐, 제대로 된 짧은 산문이라도 한번 완성해 보자는 심산으로 자리를 잡고 노트북 앞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글은 좀처럼 잘 써지지가 않았습니다.

 다시 책 읽기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펼치고 감동을 주었던 문장이 있는 페이지마다 포스트잇 플래그를 붙이고 밑줄을 그었습니다. 그 문장들을 수십 번 반복해서 읽고 노트나 컴퓨터에 필사를 했습니다. 그 작업을 반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도 그렇게 사람들의 영혼을 울리는 아름다운 문장을 쓰고 싶다는 말도 안 되는 꿈을 꾸게 되더군요.

 저 나름의 수련(?) 후 다시 저의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 앞에 앉아 보았지만, 짧든 길든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제대로 된 글은 구조도 잘 짜여야 하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담겨야 합니다. 에세이, 소설 등 장르를 막론하고 여러 시도를 해보았지만 결과물은 힘이 잔뜩 들어간 유치하고 역겨운 토사물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작가의 일은 평생 다시 쓰고, 고쳐 쓰는 일이라는 것과 성공하는 작가는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닌 끈기와 인내심을 갖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요. 저의 재능 없음을 탓하며 인생의 갈림길에서 포기를 택하기 직전이었습니다.

 포기하기 직전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만난 한 권의 책이 저를 흔들어 깨워주었습니다. 그 울림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아 그 책 속의 내용과 저의 삶을 엮어서 어깨와 손가락에 힘을 빼고 술술 풀어내어 글을 썼는데, 그 글은 초고임에도 불구하고 제법 제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비록 지금도 그저 그런 아마추어 작가입니다만 그때의 짜릿함과 뿌듯함을 잊지 못해 아직까지 글을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순간의 감흥을 소설가 김연수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시를 썼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마음에 드는 글을 쓰고 나면 그건 도무지 내가 쓴 글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나는 새로운 사람, 즉 신인(新人)이 됐다.

『소설가의 일』  김연수 중에서


 김연수 작가의 말처럼, 스스로 만족할 만한 첫 번째 글을 쓰고 나면 그 사람은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신인(新人)이 됩니다. 글쓰기가 한 사람의 영혼을 다시 태어나게 합니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해괴하고 망측한 발언이라 하실 분들도 많으시겠지요. 제대로 된 글을 써냈다는 감동과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지만, 취미로든 전업으로든 글쓰기를 시작한다는 것은 가시밭길의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세상 모든 직업이나 일과 다름없이 글쓰기로 성공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를 떠나 글이든 그 무엇이든 하나의 일에 꾸준히 매진하고, 성공과 실패를 떠나 그 어떤 결과든 그 일을 다 해냈을 때, 우리 자아의 일부분이 완성되고 영혼의 키가 커진다는 것은 변함없는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글이든 그 무엇이든 당신의 영혼과 심장을 자꾸만 잡아 끄는 그것을 절대 놓치지 마세요.


매일 글을 쓴다
그리고 한순간 작가가 된다
이 두 문장 사이에 신인(新人),
즉 새로운 사람이 되는 비밀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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