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로부터 1:1 메시지가 오기 시작했다. 내가 카페에 글을 올리고 난 다음부터였다. 요즘은 어떤가요? 누군가 내 얘기를 궁금해한다는 게 신기했다. 보통 이렇게까지 관심을 갖는 사람은 없지 않나. 댓글로 해도 될 말을 굳이 개인적으로 묻는 게 의아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쏟아냈다. 며칠 전에 올라가서도 아무 말도 못 했다는 얘기다.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내내 너무 화가 났다고. 이러다 사고라도 치는 건 아닐까 두려웠다고.
Y에게서 곧 답장이 왔다.
"저도 그랬어요. 일 년 넘게 위층이랑 싸웠거든요."
Y는 소음을 견디다 못해서 밀대로 천장을 몇 번 두드렸다고 했다. 하지만 위층은 응징이라도 하듯이 더 심하게 굴었다고. 결국 참다못해서 따지러 올라간 적도 많았지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듣기가 그렇게 어려운 일인 줄 몰랐다고.
"나중에는 악에 받쳐서 별 짓을 다 했어요. 천장에 스피커를 설치해서 밤새 음악을 틀어놓고, 저는 모텔에서 잔 적도 있고. 주민 신고를 받고 경찰에서 출동한 적도 있었어요. 그래서 카페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다 제 얘기 같아요. 제가 했던 건 다들 한 번쯤은 하시거든요."
그 이후로 채팅이 몇 번 오간 다음에 대화가 끝났다. 그 사람은 대체 어떻게 버텼을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호기심에 그동안 Y가 카페에 남긴 글들을 찾아봤다. 닉네임을 검색하니 작년부터 쓴 글들을 모두 볼 수 있었다. 예상대로, 대부분은 욕설이 난무하는 글이었다. 처음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도 그랬으니까. 얼마나 힘들었으면 저랬을까 싶었다. 그런데 스크롤을 내릴수록 섬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Y는 괴상한 인형에 못을 박아 인증 사진을 올렸고, 승강기 거울에 립스틱으로 경고문을 적은 사진까지 남겼다. 이외에도 Y가 올린 게시물은 다른 회원들이 올린 글과는 결이 달랐다.
「5월 10일, 19시부터 1시간가량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음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고무망치로 30분 정도 천장을 두드렸다. 10분이 지나서부터는 소음이 다시 심해졌다.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두드리자 어느새 소음이 잦아들었다.」
「5월 13일, 화장실에서 환풍기로 담배 연기를 흘려보냈다. 위층의 반응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몇 분 후에 경비실에서 담배냄새로 인한 민원이 들어온 걸 보면 효과는 확실했다. 만약 위층에서 내려온다면 모른다고 잡아떼면 그만이다.」
Y는 날짜와 시간, 구체적인 보복 방법, 상대의 반응을 세세하게 정리해 두었다. 마치 경위서에 가까웠다. 경찰이 봤다면 이보다 좋은 증거는 없을 거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글들을 남겼을까. 그 글들은 어딘가 관찰문에 가깝다는 인상이었다. 그저 홧김에 남겼다거나 단순히 기록 목적이라고 볼 수도 없었으니까. Y는 날마다 위층의 반응을 확인하고 점차 강도를 높여서 보복을 하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도중에 몇 개월간은 글이 올라오지 않았지만. 다시 나타난 Y는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글을 올렸다. 위층이 이사를 가게 되었고, 새로 이사 온 이웃은 아주 조용하다고. 어딘가 석연치 않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렇게 끝나는 경우도 적지 않아서 그러려니 했다. 다만 가까이할 만한 사람은 아니라는 게 확실했다.
하지만 완전히 거리를 둘 순 없었다. 여전히 층간소음은 계속됐고, Y는 종종 개인 메시지로 근황을 물어왔다. 머리로는 거리를 두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심적으로는 알림 창을 외면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를 너무 안 좋은 쪽으로 판단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었다. 애초에 내겐 Y를 비난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Y가 한 짓보다 더 끔찍한 상상에 빠져있는 사람이었다. 층간소음 피해자들은 언젠가 미치게 되고, 그때부터 걷잡을 수가 없다. 단지 그 시기가 일찍 오느냐, 조금 더디게 오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결국 내가 Y를 경계했던 건, 언젠가 나도 그처럼 될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