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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민철 May 03. 2021

글을 쓰지 않고 보낸 시간

지난 6개월간 글을 쓰지 않은 이유

쓰기는커녕 읽지도 않고 반년 보냈다. 그동안 게을렀다는 게 가장 명백한 이유요,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사소한 변명까지 덧붙이자면 이유는 수없이 많지만, 일일이 풀어놓기에는 하나같이 구질하다. 


게을렀다. 핑곗거리로, 이만큼 편리한 말이  있을까. 그런데 게을렀다는 말 한마디로 퉁치기에는 스스로 석연찮은 구석이 있지 않은가. '게으른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데?' 


이제는 인정해야겠다. 식었다. 외에 무슨 할 수 있을까. 내 글쓰기는 어느새 식어버린 것이다. 글로 벌어먹고 싶다고집이나 등단하려는 열망 점차  무뎌지고, 써야한다는 압박감이나 쓰지 못해 느꼈던 괴로움마저도 너무나 가벼워지고 말았다.


'좀 더 솔직해지기로 하자.'


글쓰기에 흥미를 잃은지는 이미 한참 지나지 않았나? 내세울 게 없으니 글이라도 쓰겠다고 뻗대고 있던 게 아닌가? 그저 무능력과 나태를 감추려고 글쓰기를 이용하고 있는 게 아닌가. 현실도피성 글쓰기, 같잖은 자기위안. 그게 내 글쓰기의 전부는 아니었을까.




글을 쓰지 않더라도 내겐 어떠한 변화도 없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출퇴근을 했고, 시간이 남을 땐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대신 만화나 유튜브를 봤다. 때로는 친구들과 술 한잔 했고 유독 심심한 날이면 영화 한편으로 무료함을 달랬다. 글을 쓰지 않더라도 내 삶엔 어떠한 문제도, 결핍도 없던 것이다.


'달라질 게 뭐 있겠나.' 피곤한 몸을 의자에 앉혀둘 만큼, 친구와의 약속 미뤄둘만큼, 그날그날의 스트레스와 우울을 이겨낼만큼, 게임이나 영상 등의 오락거리보다 우선순위로 둘만큼 글쓰기가 중요하지 않게 되었을 뿐이지.




한때 중요했던  살다보니 별 거 아니었단 자각이 너무 늦어버린 건 아닐까. 스스로 글쓰기에 적합하지 않는 인간이라는 걸 인정하는 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도 참 고집 센 인간이다. 쓰고 싶으면 쓰고, 싫으면 말면 될 것을, 왜 쓰지도 못하고 놓지도 못해 유난인지 모르겠다.


살면서 알 수 없는 은 투성이고, 나이 들수록 자신감은 바닥이고, 어떻게 살아야할지는 점점 더 미궁이다.


'나는 글을 쓰며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질문엔 아직 답을 내릴 수 없을 듯하다. 불안감 탓에 수없이 고민하면서도 당장 글쓰기를 놓진 못 할 테니까. 식어버렸다고 투덜대면서도 이렇게 글을 남기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좀 더 써보기로 했다. 좀 더 써보고 더 써야할지 말아야할지 결정하기로. 놓지 못할 거면 더 움켜쥐어야 다고. 그렇게 스스로 다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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