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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민철 May 23. 2022

백수일기


퇴사 후기를 또 올리다니. 은 했지만 생각보다 그 주기가 빨랐다. 이러다 3편, 4편으로 이어질까 지레 걱정되면서도, 글 쓰는 사람 입장에선 소재가 생겨서 내심 달갑기도 하다. 다시 퇴사를 하게 됐을 때도 메모장부터 열고 있는 건 아닐까. 퇴사 계획과 동시에 백수일기를 쓰고 있을 지도 모르고.


농담식으로 말하고는 있지만, "저 놀아요"를 늘어놓는 건 상당히 면목 없는 일이다. 이왕이면 공담을 전해드리고 싶은데, 자꾸 신세 한탄만 하니 읽는 분들께 좀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누군가는 이 글을 보면서 이렇게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게 자랑이니?


퇴사도 한번 해본 놈이 더 잘 한다고, 퇴사가 자랑은 아니지만, 두번째 퇴사를 겪으면서 느끼는 점들이 많다. 전보다는 여유가 생겨서 그런 듯하다. 그만큼 퇴사 후에 오는 불안감과 막연함에도 이전보다 면역이  아닐까. 압박감이 덜 하다는  어느정도 경계해야겠지만, 한편으로는 좀 더 신중해질 수 있다는 얘기라 나쁘진 않다. 앞으로 회사 생활을 다시 할 지는 모르겠지만(아마 높은 확률로 다시 하겠지만), 다시 취직 준비를 하게 된다면 아래 세가지 항목을 우선으로 고려할 것 같다.




01. 내 경력 또는 경험을 어떻게 살릴지 고민하기


두번째 퇴사를 겪고 나서 후회했던 부분이다. 첫번째 퇴사를 한 후에 그 공백기가 꽤 길었고, 좀처럼 원하는 취업 자리도 없었으며, 그마저도 불러주는 곳이 많지 않았다. 쉬는 기간이 더 길어질까봐 불안했고, 그 불안함을 핑계로 별다른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이력서만 넣고 있었다.


쓸만한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포트폴리오도 준비되지 않은 데다가 눈에 띄는 자격증도 없으면서, 그저 운에 기대 좋은 회사를 찾고 있다는 걸 스스로 잘 알았다. 이력서에 쓸만한 내용이라곤 전에 다니던 회사 얘기밖에 없었고, 이력서에 맞춰 지원을 하다보니 결국 어느정도 비슷한 업계로 다시 취업하게 된 거였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회사를 나왔는데, 다시 또 반복이라니. 어찌보면 두번째 퇴사도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


이때는 조급한 마음에 경험을 살려 할 수 있는 을 찾는 게 맞는 것 같았는 데, 지금은 하고 싶은 일에 내 경험을 어떻게 살릴지를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게 먼저다.


02. 하고 싶은일 찾기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버는 사람 몇이나 겠냐는 얘기를 참 많이도 들었다. 일이라는 게 원래 다 하기 싫은 거고, 그래도 먹고 살려면 참고 다녀야된다는 말. 정 하고 싶면 퇴근 후에 시간 내서 하면 되고, 그만한 의지가 없다면 굳이 할 필요 있냐는 조언(조언을 가장한 훈계)도 이젠 질릴 지경이다.


하고 싶은 일, 그것이 돈벌이와 거리가 멀거나 위험부담을 가지고 있을 때, 리는 위의 걱정 어린 제재를 받는다. 그 일에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성공 확률은 낮고, 중도 포기할 가능성은 매우 높기 때문이다.


물론 하고 싶은 일과 돈벌이가 일치하는 게 가장 좋다. 그러나 그게 어렵다면 다른 타협안을 선택할 수 있다. 첫번째는 유사 직종 찾기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아니더라도 내 특기를 활용할 수 있는 일, 예를 들어 운동선수가 꿈이었사람이 체육 교사나 코치 등으로 목표를 수정하는 방법이다. 마음 한켠은 쓰릴 수 있으나 관련 직종에서 일하면서 꿈에 대한 열망이 어느정도 해소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물론, 이것도 개별적인 차이가 있고, 관련된 일을 하면서 더 큰 결핍을 느낀다면


두번째는 앞서 얘기했던 대로 짜투리 시간 활용이다. 돈벌이는 돈벌이로, 일은 일로써 대하면서, 남는 시간에 하고 싶은 걸 하는 거다. 다만, 이 경우에도 상황이나 개인의 특성에 따른 차이가 있다. 꿈을 향한 열망만 있다면 못할 게 뭐가 있냐. 그 말은 이제 와선 수정될 필요가 있다. 우선 사람마다 수용할 수 있는 스트레스 한계치가 다르다. 업무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크다면 집에 와서 자기계발을 이어가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한 각자 그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도 문제인데,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행복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건 또 그 나름의 스트레스가 존재한다. 만약 하고 싶은 일을 함으로써 생기는 압박감이 직장 스트레스와 중첩된다면 오래 지속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게다가 육아나 집안일 등으로 개인시간이 부족한 경우 더욱 힘들 수 밖에 없다. 짜투리 시간에 열정을 쏟고 싶다면 직장내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잘 조절하거나 업무 강도가 비교적 높지 않은 곳을 선택하는 게 좋을 듯하다.


03. 회사생활에서 무엇을 얻어갈 것인지


목표 없는 회사생활이 마나 공허한 지 두번에 거쳐 느꼈다. 근시간까지 버티는 거, 문제 일으키지 않는 거. 그게 직장 생활의 모토였다. 성취감이 있을 리가 없었다. '정해진 시간에 뭘 하느냐'보다 '정해진 시간을 어떻게 버티느냐'가 내겐 늘 먼저였다.


언제가부터 회사 생활을 '하기 싫은 일'로 분류하면서, 뭐든 배워보자는 마음이 식어버렸고, 새로운 업무는 늘 스트레스일 뿐이었으니까. 회사는 돈 벌려고 다니는 곳이지만, 돈만 벌려고 다니는 건 더이상 못하겠다 싶었다. 결국 이 얘기는 '어떤 일을 할 것인지'로 다시 돌아온다. 회사에서 무언가를 얻어가려면, 즉 목표를 가지고 회사생활을 하려면, 내가 이곳에서 어떤 일을 할 것인지가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그 일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일 때 가장 좋고.


이번 백수 기간에는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만약 그 일을 하기 어렵다면 어떤 타협점을 잡을지, 다음에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회사 생활을 할지 좀 더 신중하게 고민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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