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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민철 Jun 13. 2022

슬기로운 백수생활

소소한 계획 세우기

여름의 초입. 이른 아침의 산책은 햇볕에 잘 마른 수건을 걷는 기분이다. 햇살을 잘 머금은 수건을 걷어다가 차곡차곡 개어놓는 것처럼 기분 좋은 예감을 내 마음속에 하나하나 쌓아두는 시간. 잘 마른 하늘과 간밤의 일교차가 남기고 간 시원한 바람을 즐기다보면 왠지 모를 자신감마저 붙는다.


운동복 차림으로 달리는 사람, 가족이나 친구들과 대화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 휴대폰을 보며 걷는 사람, 강아지와 산책을 하는 사람. 제각기 하루를 좋은 예감으로 시작하려는 의식이다.


채도 높은 하늘과 햇살에 비쳐 반짝이는 나뭇잎,  잎사귀마다 품고 있는 짙은 녹빛 그늘. 나는 원을 걸으며, 광합성 하듯이 여름이 주는 활기를 듬뿍 빨아들인다. 쉬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여유다.


벌써 쉰 지도 한 달이 다 되어간다. 부끄럽지만 먹고 노니까 시간이 너무 빠르다..ㅎㅎ 쉬는 기간이 자꾸만 길어진 이유는 신이 없어서다. 누군가의 비위를 맞추고, 낯선 사람들과 사귀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두려워졌다. 막상 또 내던져지면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그 시기를 최대한 연기하고 있다.  


하지만 전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도 공백기가 꽤 길었고, 슬슬 집에서 눈치도 보이고 돈도 궁하니 조만간 자리를 또 알아볼 듯하다. 대신 지금은 쉴 때 잘 쉬자는 생각이다. 하고 싶은 것도 하고, 가고 싶은 데도 가고. 몸도 몸이지만, 마음을 잘 회복해야 다른 곳에 정착할 테니까.





쉬는 동안 무슨 일이든 꾸준히 하는 습관을 들이기로 했다. 건 런데이라는 어플인데, 일주일에 3번씩 8주차 달리기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6주차까지 완료하고 7주차에서 코로나19에 걸리는 바람에, 몇 주를 그대로 쉬어버렸다. 그러다 최근에 2주차부터 다시 뛰고 있다. 우선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는 중이다. 달리기와 인터벌 워킹, 산책, 홈트레이닝. 강도는 낮지만 최대한 꾸준히 하려고 한다. 별건 아니지만 도장을 찍을때마다 은근 성취감이 있다!


다음으로는 브런치 하루 3편 읽기다. 브런치는 거의 일기장처럼 쓰고 읽지를 않았는데, 며칠 전부터 하루 3편씩 꼬박꼬박 읽고 있다. 관심사, 눈여겨봤던 작가님들의 글, 인기글. 그날 눈길을 끄는 것들을 본다. 그때마다 종종 놀라곤 한다.


글 잘 쓰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최근에 시작한 취미도 있다. 그건 웹소설 쓰기다. 사실 나는 순수문학을 배운 문창과 졸업생으로, 웹소설은 수준 낮다는 인식이 있었다. 읽어보지도 않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웹소설 작가분 중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필력을 가진 분들이 꽤 있다.


아는 형이 출판사 pd로 입사하면서, 내게 이쪽 글을 써보는 게 어떻냐는 제의를 해서다. 그렇게 조금씩 쓰고 있는데 웹소설도 만만히 영역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 분량도 분량이고. 트렌드를 보는 눈도 필요하고.


꾸준히 쓴다면 나중에 쏠쏠한 부업거리가 되지 않을까. 은근히 그런 기대를 키워가고 있는 중이다.


이 어플은 투두메이트인데, 요즘은 여기에 그날의 할일을 적고 있다. 계획적인 척 하는 백수랄까. 뭐라도 하는 척 하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다. 주기적인 백수생활을 이어가는 사람으로서 남기는 꿀팁이다...^^




쉬는 것도 쉬어본 놈이 잘 쉰다고. 지금의 공백기가 가장 마음의 여유가 있는 듯하다. 이번의 휴식으로 많이 회복하고 성숙해질 수 있었으면... 새로운 기회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영원히 쉬는 것도 아닌데, 너무 조급하지 말자.


대신 너무 풀어지지도 말고, 생산적인 일을 하자는 게 요즘 내 모토다. 퇴사자들. 기죽지 말자. 앞으로 누가 더 잘 될지 모르는 게 인생이다!


(좀 유치한 말이긴 한데, 다들 기운 내셨으면 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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