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과 주말의 구분이 모호하다.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주말에도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들어서일까. 평일에도 쉬고 싶을 때마다 쉬어버리는 버릇 때문일까. 아무래도 둘 다인 것 같아 주말은 주말답게 쉬어보기로 했다. 아침부터 만화를 보다가 잠들었고, 점심에는 책을 읽으러 카페에 갔다가, 저녁에는 인강을 듣고 산책을 했다. 걸으면서 맥주 생각이 절실했지만 마시지는 않았고, 잠들기 전까지 다시 만화를 봤다. 이렇게 여유로워도 될까. 잘 살려면 당장 일하고, 공부하고, 뭔가 시작해야 할 텐데... 일과 휴식의 경계에서 자꾸만 쉬는 쪽으로 기울어버리고 만다.
평일과 주말의 구분이 중요할까. 일당으로 받는 사람에게 휴일이 정해져 있을까. 때때로 이러한 생각에 빠져들곤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게 의미가 있는 건 날짜보다는 시간이다. 시간을 잘 활용해야 그만큼 잘 쉴 수 있다. 프리랜서에게는 이 휴식 시간을 잘 관리하는 것도 업무의 연장이다. 그 시간에 무엇을 하는지, 얼마나 쉬는지, 휴식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지. 이러한 요소들이 결국 업무에 영향을 주는 탓이다. 이는 열심히 일하고 쉴 때 푹 쉬어야 한다는, 모범적인 답안이 프리랜서에게도 적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잘 쉬지 못하면 그만한 반동이 온다. 잠이 안 와서 늦게 잔다거나, 일을 미뤄두고 몰아서 한다거나, 일하는 것도 쉬는 것도 아닌 상태로 어중간하게 시간을 보낸다거나. 이런 삶이 반복되면 프리랜서 생활 자체가 지치고 힘들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끊어내질 못해서 괴로워하곤 한다.
그렇다면 잘 쉰다는 건 무엇일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충분히 쉬어주면 되는 걸까. 안 좋은 휴식이 업무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좋은 휴식은 업무에 어떠한 긍정적 영향을 불러일으켜야 하는 게 아닌가. 내 경험상 잘 쉬었다는 느낌이 든 순간은 이럴 때였다.
첫 번째로, 자기 계발의 시간이 있어야 했다.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는 시간이 하루의 만족감을 높여주고 자존감을 회복시켜 주었다.
두 번째로, 인간관계의 적정선을 유지해야 했다.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좋아해서 싫어지거나. 누군가에게 너무 많은 감정을 쏟는 날은 힘들었다. 물론 적당히 좋아하거나 적당히 싫어한다는 게 어렵다는 걸 알지만, 쉴 때만큼은 그러한 에너지를 스스로에게 좀 더 쏟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시간들은 나의 삶뿐만 아니라 타인과 관계를 안정적으로 개선하기도 했다.
세 번째로, 쉴 때만큼은 일을 잊어야 했다. 일을 잘해야겠다는 욕심이나 잘하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 월요일부터 다시 시작될 업무의 과중함. 때론 이 것들을 '어쩌라고'라는 마인드로 대하는 게 중요했다. 경험상 휴식시간에 업무에 대해 고민하는 건 그리 좋지 못한 생각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불안은 불안을 증폭시키지, 해소시키진 못했다. 그러니 업무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면 업무 시간을 정해서 하는 게 좋다. 나머지 시간은 오로지 쉬는 데 집중해라. 휴식은 업무와 거리감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업무와 휴식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나의 하루를 사랑하는 방법은 아닐까. 우리에게 주어진 일과 휴식의 시간에 온전히 집중하면서도, 그 시간을 유의미하게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시간 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것. 업무에 끌려다니지 않으면서도, 휴식에 취해버리지 않고 내 길을 꿋꿋이 가는 것. 그것이 나의 하루하루를 통해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