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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민욱 Nov 19. 2020

고전으로 돌이켜보는 투자의 철학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필립 피셔)

 

  "워런 버핏은 85%의 벤저민 그레이엄과 15%의 필립 피셔로 이루어져 있다" 이 한 문장만으로 이 책의 위대함은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이 책은 1958년도에 필립 피셔가 50살 때 쓴 책으로 60년 이상 많은 투자자들에게 사랑받은 책이기에 투자의 고전이라고 말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1 회독만으로 서평을 적기에 필자가 너무나도 부족하지만 다독 후 이 글을 다시 읽고 생각의 변화를 느끼기 위해 부족한 서평을 시작하고자 한다.

 


    책 서평에 앞서 필립 피셔의 아들 케네스(켄) 피셔를 통해 필립 피셔가 어떠한 인물인지 알아가고자 한다.

필립 피셔는 수줍음을 잘 탔고 사교적인 소양이 부족한 아주 내성적인 사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필립 피셔가 이 책을 저술한 이후 엄청난 유명세를 떨쳤음에도 불구하고 대중들 앞에 나서면 늘 불편해했고, 그런 자리는 일부러 피했다고 한다. 거기에 더해 필립이 평생을 혼자 일했고 다섯 명만 친구로 두었다고 한다. 그런 필립은 혼자 있거나 아내와 있는 것을 좋아했는데, 아내와 있는 시간마저도 아내는 가족 서재에 필립은 거실에 있는 식으로 함께 있었다고 한다. 이를 보면 얼마나 필립이 고독한 사람이었는지 고독을 즐기는 사람이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필립 피셔는 엄청난 완벽주의였는데 켄의 이야기에 따르면 항상 집에서 모든 것이 깔끔하고 일체의 흐트러짐도 없는 상태를 유지해야 했었다. 거기에 더해 일상적인 변화를 무척 싫어했는데 켄이 14살 때 아르바이트를 해서 필립에게 재킷을 사주었는데 필립은 그 옷을 절대로 입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켄이 이 책에 글을 서술하는 시점까지도 갖고 있던 오래된 스포츠 코트를 입고 다닌다고 한다. 또한 필립은 매사에 주의하고 겁이 많고 불안해하는 성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좋아하는 일이 딱 세 가지 중 하나가 걱정하기였다. 그는 걷기, 걱정하기, 일하기를 제일 좋아했는데 그의 유일한 취미인 정원 가꾸기를 할 때마저도 걱정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걱정했다고 한다. 켄이 아버지와 함께 했던 최고의 순간이 열네 살 때 있었다고 한다. 그때 하이킹을 하다가 갑자기 번개가 치고 우박이 쏟아졌다고 한다. 이를 피해서 차를 향해 먼 길을 달려 차 안으로 들어갔는데 차 안으로 들어갔을 때 필립이 그렇게 큰소리로 웃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가 우박을 피해 너무 열심히 달렸고 덕분에 한 시간 동안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켄이 서술한다. 이런 필립의 개인적인 성향들을 생각하면서 이 책을 읽다 보면 얼마나 필립이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며 이 책의 15가지 포인트 즉 필립의 원칙들을 이루었는 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생각하며 이 책을 다시 정리한 케네스의 글을 보면서 필립이 비록 칭찬에 인색하고 무뚝뚝한 성격이었지만 얼마나 훌륭한 한 명의 아버지였는지를 알 수 있었다. 비록 두 명의 무뚝뚝한 부자지간이지만 그들이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고 존중하는지 제삼자인 필자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로 넘어가 보자.


    저자는 투자에 있어서 딱 2가지를 가장 강조한다. 첫 번째는 원칙이고 두 번째는 인내이다. 첫 번째로 원칙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저자는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탔을 때면 주식에 투자한 사람이면 누구든지 괜찮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전체적인 주식시장의 상승률보다 계속해서 더 높은 투자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철학 즉 원칙이 있어야 함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원칙들은 주식시장이 정체되어 있거나 하락할 때 그 빛을 더욱 발한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원칙들은 총 15가지의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이런 원칙을 보면 필립 피셔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투자 기업을 선정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필립 피셔는 당시 투자자들과는 사뭇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필립은 책상에 앉아 하루 종일 기업의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 온갖 경제지표를 연구하는 투자자가 아니라 직접 시장에 나와 발로 뛰면서 사람을 만나고 고객을 만나고 경쟁기업 임직원을 만나면서 피부로 느끼는 투자를 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당시 유명한 투자자 중 한 명이자 지금의 워런 버핏을 만들었다고 불려지는 벤자민 그레이엄과의 방식과 사뭇 다른 점을 알 수 있는데, 벤자민 그레이엄의 경우 <현명한 투자자>를 읽으면 알 수 있듯이 회사의 회계적인 자료와 전체적인 통계를 매우 중요시하였다. 이와 달리 필립 피셔는 숫자보다 환경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것이 결국 회사의 가치와 수익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하나의 철학으로 여긴 것처럼 보인다.

    필립은 평범한 개인이 이러한 일을 하기에 힘들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오레건주에 사는 투자자가 디트로이트에 있는 회사나 부품기업들에 대해 알 기회가 적다는 예시를 통해 그 당시는 현재와 달리 거리적 제약이 존재했고 정보의 편차가 극심했기 때문에  개인에겐 한계가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필립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에게 명확한 원칙을 더욱 강조한다. 이러한 개인들은 진짜 전문가를 찾아내야 하는데 세상에는 너무 많은 돌팔이 주식 자문가가 많기 때문에 자신만의 원칙을 세우고 그것에 적합한 자문가를 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자가 강조한  두 번째는 인내인데 이는 매매과정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저자는 첫 번째로 강조한 원칙을 가지고 제대로 샀다면 영원히 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는 한때 워런 버핏이 주주서한에서 했던 말과 매우 유사하다. 실제로 저자는 모토로라라는 기업을 1955년도에 발굴하여 자신이 죽을 때까지도 보유하고 있었다. 한 기업을 40년 이상 보유하는 저자의 인내와 워런 버핏의 코카콜라를 보며 왜 인내하는 것이 그토록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또한 저자는 시장을 예측하는 것을 거부하는데, 시장이 하락한다는 믿음으로 인해 위대한 기업을 매수하지 않는 것을 좋지 못하다고 평가한다. 물론 떨어지기 전에 매도했다가 오르기 전에 매수한다면 최고의 수익률을 낼 수 있지만 저자는 저자의 인생 중 그런 투자자를 본 적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저자는 투자를 할 때  자신에게 솔직해야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 어떤 위대한 투자자도 항상 실수할 수 있고, 잘못된 판단으로 매수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저자는 그런 실수를 빠르게 인정하고 왜 그런 실수를 했는지 공부하고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저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못해 더 큰 손실을 보게 된다고 말한다.


    이 외에도 저자의 책 속에는 정말 많은 철학이 담겨 있고, 감히 필자의 서평에 그것을 온전히 모두 담을 수 없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그 철학 하나하나마다 켄이 말했듯이 얼마나 저자가 고민을 하고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하나라도 이야기해주기 위해 고심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 정말 많았다. 그러나 필자가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 철학은 바로 실천과 행동이었다. 저자의 철학을 보면 우선 기업에 가서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이나 기업의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이나 기업의 경쟁사를 찾아가는 등 발로 뛰는 투자를 선호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이는 읽는 이 입장에서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이런 철학은 스스로가 직접 행하지 않으면 전혀 부질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필자가 스스로의 투자철학을 되돌아보았을 때 과연 나는 얼마나 행동하는 가? 에 대해서 스스로 자문자답을 하였는데, 저자와 같이 행동하지 못하고 그저 가만히 앉아만 있던 시간이 많음을 반성하게 되었다. 또한 스스로가 탐욕과 두려움에 의해 흔들리며 인내하지 못했던 순간들과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못한 순간들 역시 떠오르게 되었다. 좀 더 근본적인 투자철학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해 준 저자의 이야기에 감사함을 표한다.


서평을 마무리하며 저자가 기업에게 했던 위대한 질문 중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경쟁 기업에서는 아직 하지 않고 있지만
당신 회사에서는 하고 있는 게 무엇입니까?"

이 질문에서 핵심은 "아직"인 것 같다. 아마 대부분의 기업들은 경쟁기업이 하지 않고 있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경쟁기업이 하고 있지 않는 일을 하는 기업이라면 저자가 말하는 위대한 기업일 확률이 엄청 높다. 이 질문은 켄 역시 위대하다고 이야기했고, 필자가 보기에도 이 한 질문에 저자의 많은 철학이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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