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소 Jan 04. 2020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는...


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는…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보낸 주인공 벤자민의 이야기 (무려 실화).  여러 가지 문제를 떠안고 이사를 결심한 그는 하필 동물원이 딸려있는 집에 반하고 만다. 걱정이 기본인 중년배 형과 사춘기인 아들은 한사코 반대하지만 벤자민은 동물들 사이에서 행복해하는 딸과 알 수 없는 본능에 이끌려 이사를 감행한다. 그 결정은 새 출발을 갈망하는 벤자민의 심리였을까. 영화는 주인공이 동물원을 운영하며 마주하는 문제를 차례대로 보여준다. 점점 멀어지는 아들과의 관계, 여전히 슬픔으로 직결되는 아내에 대한 그리움, 안락사를 결정해야 하는 정든 호랑이 그리고 동물원 운영으로 바닥난 재정까지.

결국 주인공은 이별을 회피하는 자신과 마주하고 한번 더 용기를 내 안녕을 내뱉는다. 그러자 마음속에 쌓아뒀던 상처가 반짝이며 증발되는 느낌이다. 

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는 어쩌면 이 세상의 모든, 사별한 이들에게 안겨주는 따스한 응원.


여전히 어딘가에서 슬픔에 빠져있을 영화 속 주인공에게 딸 로지가 되어 전하고픈 이야기.



고마워요 아빠!

돌아가신 엄마가 우리 곁에 살아있다고 말해줘서.


고마워요 아빠!

엄마 옷을 버리지 않고 숨겼을 때, 야단치지 않으셔서.


고마워요 아빠!

달에서 토끼가 산다고 믿게 해 주셔서.


고마워요 아빠!

내가 동물들과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고, 망설이던 이 집에 이사를 와주셔서.

아빠의 모험이기도 했지만, 결국 "우리"를 위한 모험인 동물원 운영을 선택해주셔서.


고마워요 아빠

나만큼, 정말로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어서, 이별 앞에선 여전히 서툴러 망설이는 모습을 보여주셔서.

하지만 결국 마음먹고 호랑이가 더는 아프지 않게 해 주셔서.


고마워요 아빠,

첫눈에 반한 엄마에게 20초의 용기를 내서 다가가 주셔서.

그래서 오빠와 내가 있게 해 주셔서.


고마워요 아빠,

다시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보여주셔서.

이별할 수 있는 용기,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용기, 그 모든 걸 우리가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아빠!

아빠의 용기로 우리 동물원 이야기가 영화로 나오고, 또 누군가에게 커다란 용기를 낼 기회를 갖게 해 주셔서.

아빠. 정말 고마워요.



- 아빠의 로지가 -


매거진의 이전글 12년을 이겨낸 세 사람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