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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혜 Jul 11. 2024

루미를 보내는 가족의 이야기 2

"수현 쌤. 새벽에 전화해서 죄송해요. 루미가 죽었어요." 지숙이 말했다. 새벽이었지만 동물병원은 전화를 받았다. 수현이었다. 지친 목소리 너머로 그녀의 따뜻한 심성이 느껴졌다. 울지 않는 지숙을 아이들이 바라보았다. 수화기 너머로 수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숙은 잠자코 한참 듣더니 말했다. "그럼 아침에 루미 가져다 드릴게요."



  지숙은 이전부터 루미가 죽고 나면 학교에 기증할 수 있는지 알아봤다. 이미 동물병원과는 이야기가 되어있었다. 지숙은 어떻게 루미의 시신을 사용할지는 굳이 알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동물 장례서비스도 있고, 동물의 뼈로 보석을 만들어준다는 업체들도 있었지만 지숙은 그것들이 영 내키질 않았다. 그렇다고 뒷산에 묻어둘 수도 없다. 지숙은 한참 루미를 껴안고 있다가 루미를 담요 위에 놓고 천으로 살짝 덮어주었다. 지숙은 루미를 보낼 준비를 빠르게 끝마쳤다. 예전에 사놓은 아이스박스에 차가운 얼음 팩을 몇 개 챙겨 넣고 천을 감싼 루미의 몸을 넣었다. 그리고는 우두커니 그것을 바라보았다.



  "아마 루미도 좋은 일에 쓰이길 원할 거야." 아들이 말했다. 딸애는 지숙에게 기대 왔다. 가족에게는 잠들기 어려운 밤이었다. 



  다음날 아침에 집에 손님이 찾아왔다. 상준이었다. 화면 속에 기다리고 서있는 얼굴을 보며 지숙이 한숨 쉬자. 딸애가 말했다. "엄마, 내가 말했어." 그리고는 "아빠도 루미 좋아했잖아."라고 덧붙였다. 



  "그러네. 잘했어." 지숙이 말하고는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오랜만에 만난 전남편이 현관문 밖에 있었다. 불편한 기색이었다. 지숙은 그가 언젠가부터 줄곧 불편한 표정이었던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걸 살필 여유가 없었던 건 지숙이었다. 



  침묵을 깨고 그가 말했다. "데려다주려고." 지숙이 말했다. "그래. 어디 가는지 알아?" 딸애가 말했다. "내가 말했어. 루미 학교에 기부한다고." 아들이 옷을 챙겨 입고 아이스박스를 들고 나오며 말했다. "바로 가면 돼?" 지숙은 순간 예전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하지만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지금이 현실이라는 것을 되새겼다. "고마워." 지숙이 들릴 듯 말듯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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