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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혜 Apr 29. 2024

어긋난 운명

SF 단편소설 거울상

광장에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사람들 사이로 수군거림이 들려온다.



  '왜. 왜. 대체 무슨 일인데? 왜 모여있어??'



  '거울퀘스트 어떤 남자애랑 여자애가 들어갔어.'



  '아 진짜?? 누군데? 결과 나왔어??'



  '결과 아직. 길쭉하고 왜 조용한 남자애랑 예쁘장한 금발머리 여자애.'



  '흠 그런 애가 한둘인가. 누군지 전혀 모르겠다.'



  '가을인가 겨울인가 하는 애랑 남자애는 이름 잘 모르겠다. 많이 본 것 같은데.'



  '와! 진짜? 가을? 대박. 부럽다.'



  '너는 걔 잘 알아??'



  '나는 알지 걔는 날 몰라. 유명하잖아.'



  '그러면 둘 다 퀘스트 깼겠네. 남자애도 게임 퀘스트 같은 거 잘한다고 아까 누가 그러더라.'



  '근데 언제 들어갔는데 아직 안 나와?'



  '제법 됐어.'



  소녀가 나오지 않자 사람들은 추측했다. 그래도 랭킹이 높은 유저이니 거울공장 퀘스트를 깨면 다른 메타로 이동한 것 아니냐며.



  '어? 야 나도 퀘스트 메시지 왔다! 대박.'



  '너도? 쟤네 결과 보고 가면 좋을 텐데!'



  '어쩔 수 없지. 그냥 하는겨'



  여러 사람들의 손목시계에서 알람이 울렸다. 퀘스트를 수락할 것이냐는 메시지였다. 그들을 시작으로 많은 자들이 차례로 거울공장에 들어갔다.



  광장의 중앙이 빛에 휩싸였다. 색색의 빛 사이로 소년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시끌시끌하던 광장이 일순 고요에 휩싸였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 중 일부는 퀘스트 알람이 오는 것도 잊은 채 소년을 바라보았다.  



  '헐. 야 대박. 진짜 멋지게 변했다. 나도 빨리 수락 눌러야지.'



  '야 일초 남았다. 빨리 눌러.'



  '팁 좀 물어보고 싶은데.. 니가 좀 물어봐. 바잉.'



  누군가는 퀘스트 알람을 받았고 누군가는 퀘스트에 참여하기 위해 광장에서 사라졌다.



  '성공기원! 그쪽도 축하해요!'



  사람들은 서로를 축하하고 축복했다.



  소년은 퀘스트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줄 알았는데, 광장으로 돌아왔다. 더구나 빛에 휩싸여서 돌아오다니. 왜 이렇게 주목받는 세팅을 설정해 놓은 건지 알 수 없다. 왠지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 정적을 깨는 사람들의 소리는 축하와 감탄이었다.



  '멋지다!' 누군가 환호성을 질렀다.



  '축하해!' 돌고래 소리처럼 빼액하는 소리를 내며 사람들은 소년에게 축하를 전했다.



'우리도 곧 할 수 있겠지?'



'이렇게 완벽한 대칭이라고? 와우.'



  소년은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름답지만 그의 미소는 왠지 어색했다. 소년이 광장에 도착한 이후로도 몇몇 사람들이 더 빛에 휩싸인 채 돌아왔다. 하지만 일부는 돌아오질 않았다.



  '퀘스트는 어땠어요? 어려웠어요??'



 여전히 소년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 중 하나가 물었다. 소년이 대답해주려 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소년은 씩 웃으며 말할 수 없다는 제스처를 취해 보였다.



  '이것도 비밀 유지야? 너무하네!' 소년에게 물어봤던 사람이 괜찮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는 그의 시계에 떠있는 퀘스트 요청을 수락하며 사라졌다.



  소년 주변의 인물들이 소년을 동경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야! 시계 봐!'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외쳤다. 친구의 목소리였다. 소년은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농장으로!'



  제이였다. 소년은 친구가 있는 곳으로 좌표를 찍고 광장에서 사라졌다. 사람들은 뭐야? 이렇게 간다고? 하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사실 소년과 잘 아는 사이도 아니라서 아무도 그를 붙잡지는 않았다. 그것도 잠시 금세 다른 사람들도 퀘스트에 성공하여 광장으로 돌아왔다. 아직 퀘스트 요청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우르르 떼거지로 다른 이들을 구경하러 다녔다.



  목장에 있는 의자 옆으로 소년이 소환되었다. 소년은 놀라며, '이번에는 소들 가운데가 아니네? 나 완전 이번에는 나자빠지지 않으려고 다리에 힘 꽉 주고 있었는데.'



  '오.' 소년의 친구, 제이는 소년의 말을 듣지 않았다. 제이가 소년의 양 볼을 잡았다. 그리고는 얼굴을 위아래 좌우로 돌려가며 이리저리 살폈다.



  '와. 이쁘게 잘됐는데.' 제이가 감탄했다. 소년도 양손으로 브이를 그리며 뽐냈다.



  문득 소년의 뇌리에 아까 보았던 소녀의 얼굴이 스쳤다. 제이와 소녀가 참 닮았다. '야 근데 너랑 닮은 애를 봤어.' 소년의 목소리가 사뭇 진지했다.



  제이의 목소리가 떨렸다. '어디서? 언제?? 혹시 내 동생인가?'



  소년은 발끝을 보며 말했다. 왠지 제이에게 괜한 희망을 주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퀘스트 끝나고 나올 때 봤는데, 일부러 걔 나올 때까지 기다려봤는데 안 나오더라고.' 말을 끝마친 소년이 어색하게 제이의 눈을 바라보았다.



  제이가 말했다. '넌 성공한 거 아냐?'



  '응'



  제이가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근데 여기로 돌아왔네.'



  소년이 제이에게 되물었다. '아. 응. 걔는 상위서버로 갔을까?'



  제이가 한숨을 섞어서 말했다. '그럴 수도.'



  혹시 실패한 건 아닐까? 소년은 문득 든 생각을 지우며 밝게 말했다. '너 생각보다 덤덤하다. 좋아할 줄 알았는데. 동생을 찾을 수도 있잖아.'



  제이가 말했다. '그 사람이 내 동생일지 어떻게 알아. 확실하지 않으니까 그냥. 너무 기대하지 않으려고.' 제이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소년이 다급하게 말했다. '또 울려고 하는 것 봐! 괜히 말했어!'



  친구의 시계에 알람이 올렸다.



  '퀘스트 초대장이 도착했습니다. 집으로 소환합니다.'



  제이가 놀란 듯 말했다. '헐. 할까 말까? 나도 여기로 못 돌아오는 거 아냐? 그건 싫은데'



  소년이 빙그레 웃었다. '원하시는 대로. 나한테로 오거나 그 여자애한테로 갈 수도 있잖아. 뭐 어때. 어디든 좋지.' 하지만 그의 미소는 왠지 쓸쓸해 보였다.



  제이가 방방 뛰었다. '퀘스트 어떻게 깨는지나 물어볼걸! 계속 딴 얘기만 했어!!'



  친구는 집으로 소환한다는 메시지를 보고 우왁 소리를 질렀다. 소년은 퀘스트에 대해서 알려주고 싶었지만 퀘스트에 관련된 이야기는 입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타이밍을 잘 맞춰!' 소년의 입에서 겨우 한마디가 터져 나왔다. 소년은 친구의 눈을 바라보며 응원했다. 왠지 모를 기시감이 들었다. 이건 현실이 아닌데 왜 이렇게 열심히인 거지? 너무 오랜 기간 이곳에 있다 보니 기억이 나질 않았을 뿐.



  소년은 갑작스러운 깨질듯한 두통을 느꼈다. 소년의 눈앞에 검은 강아지와 휠체어 앞에 앉은 소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강아지는 신나는 듯 소녀의 주변을 빙빙 돌고 있었고 소녀는 강아지를 보며 웃었다. 그러다 고개를 들어 무힙과 눈을 맞추며 웃었다. 소년도 아이를 보고 웃고 있었다.



  소년은 주머니에 있던 가죽인형을 꺼내 한참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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