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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혜 Apr 19. 2024

시카고 사람들이 본 한국인

K-POP 팬이 말하는 한국인의 장점과 단점


시카고의 조경

  

   남편을 따라 미국에 나온 지 1년이 좀 넘었다. 나는 미국에 살기 전에 미국 본토 여행도 한 번 와본 적이 없는 미국 지리 문외한이었다. 배경지식이라곤 서부의 큰 도시는 LA, 동부의 큰 도시는 뉴욕, 워싱턴 DC는 수도, 마이애미 핫해! 정도였을까.




  내가 자리잡은 이곳 시카고는 과거에 대화재를 겪었다. 그때 도시의 넓은 면적이 불에 타버렸다. 하지만 도시는 그 비극을 발판 삼아 더 정교하게 계획되었다. 나는 일년간 도시의 곳곳을 돌아다녔더니 이젠 제법 이곳에 적응해서 지인이 놀러 오면 조언을 좀 해주고 여행코스를 제시할 정도가 되었다.


링컨 파크의 파머스 마켓


  이곳은 체감상 일년의 반이 겨울이다. 지금은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올랑말랑 하는 정도? 벌써 5월이 다 되어가는데 도시의 나무들은 햇빛을 많이 못 봐서 인지 이제야 새순을 내는 애들도 있다. 봄이 오니 사람들의 패션도 조금 변했다. 더 이상 시카고 아저씨들의 겨울 애착모자인 시카고 컵스 비니를 찾아보기 어렵다. 색색의 튤립도 많이 피었다.





고층건물들 사이의 나무



  아직 쌀쌀한 어느 날 우리는 윌리스타워에 가서 점심을 사 먹었다. 보통 여행객들은 전망대를 보려고 윌리스타워에 많이 간다. 하지만 그곳은 점심시간 직장인들의 핫플이기도 하다. 윌리스타워 자체에도 사무실이 많이 있고 1층에는 여러 식당들이 포진해 있다. 나는 윌리스타워의 마켓 크리에이션이라는 샐러드바를 좋아해서 도시락을 안 싸왔을 때 보통 거기로 간다.




  한국인 세명과 다른 국적의 친구 A가 밥을 같이 먹었다. 어쩌다 보니 멤버 구성이 저렇게 되었다. A는 나보다 열 살 정도 어리다. 또 그 친구는 K드라마, Kpop을 좋아하고 한국어도 조금 할 줄 안다. 그리고 나를 엄청 좋아한다. (WHY?) 같이 떠들면서 밥을 먹다가 한국인 특징이라는 주제의 이야기가 나왔다.




  한국인의 특징이 있냐? 고 같이 밥 먹던 B가 물었다. A는 남자든 여자든 예쁘게 생겼고 (본투비 예쁨 보다는 잘 꾸며서 예쁘다는 설명이었던 것 같다.) 피부가 좋다고 말했다.  




  짓궂은 B는 한국인의 단점에 대해서도 물었다. A는 좀 뜸 들이다가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었다. "내가 한국에 살아본 적이 없지만 한국인들은 어떤 스탠더드가 있는 것 같아. 그 기준에 맞춰야 하는데 못 맞추면 이상하다고 하는 것 같아." 라며 "두 번째는 싫은 거나 마음에 안 드는 건 불만제기를 잘한다는 점이다. 근데 이건 단점은 아니고 그냥 한국인들 그런 것 같아."라고 말했다.




무슨 꽃나무일까?




  "저기.. 그 좋은 건 하드웨어(외모)고 별로인 건 소프트웨어(성질)인가..?" A의 의견에 한국인 셋이 더 신나서 우리 진짜 그런가 하는 고민을 나눴다.




  윌리스타워에서 학교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A에게 말했다.




  "내 나름대로 스탠다드를 깨려고 새로운 시도를 해봤어. 오늘 미국 온 지 일 년 만에 처음 운동복 입고 학교에 와봤어. 이 바지어때?"  




  "오. 이뻐! 근데 평소에는 뭘입고 다녔지?"




  그렇다. 나는 추리닝에 후드는 뭔가 너무 편안한 것 같아서 외출복으로 잘 안 입었지만.. 남들은 내가 뭘 입던 기억도 못하는데 혼자 ~ 일 년 동안 ~ 그렇게 열심히 깔끔하게 입고 다니려고 했구나. 싶기도 했다.




  ",, 청바지..!"




  "오오. 굿."


따가운 눈총에 올려다보니 청설몹


  점심시간의 짧은 대화는 나에게 조금은 생각할거리를 던져주었다. 나도 사회에서 정하는 보통의 기준과 다른 누군가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는 않았는지. 너는 왜 이렇게 안해?라는 것을 묻지 않았는지. 앞으로는 그러지말아야겠다.




  불만제기를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하겠다. 불만이나 갈등에 대한 좀 더 건강한 해소 방안이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일단 제기를 해야 해소가 되긴하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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