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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혜 Apr 26. 2024

타지에서 혼자라도 좋은 날 보내라고 말해주고 싶어!

걷다가 마주친 풍경들과 사람들



이번 학기의 오전 수업은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과 같이 들을 수 있어서 좋다. 어쩌다 보니 오전, 오후 수업 모두 Writing 수업이다. 비즈니스 메일을 보내는 방법, 문자 메시지를 간결하게 보내기 등등.. 한국에서는 너무나 익숙하게 처리해 오던 일들이지만 이곳에서는 또 조금 다른 비즈니스 매너가 있으니까. 배우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영어로 글쓰기를 하면서 작문 실력이 느는 것도 좋고.







  친하게 지내는 친구 A는 종종 OK. Don't blame me.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내가 너를 왜 비난하니? 그냥 말해봐 하면 뭐 그냥 시시콜콜한 연애사 같은 것들을 말한다. Why did you think I would blame you? 왜 너는 내가 널 비난할 거라고 생각해? 하면 아 뭐 좀 그럴 수도 있잖아. 으쓱. 하고 넘어간다.






  나도 종종 그런 말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먼 나라에서 와서 한정된 사람들만을 만나면서 문화장벽에 언어의 장벽까지 있으니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예상이 잘 안 될 때. 한국에서는 그래도 편안했던 대화였는데, 여기서는 자주 삐걱댄다. 생각해 보면 대화의 핑퐁이나 티키타카는 서로에 대한 이해 또는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한 눈치가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살아오면서 겪어온 바가 비슷하거나 비슷한 직업을 가졌거나 어떤 공통의 관심사가 있는 사람들하고만 한국에서 이야기해 왔던 것 같다. 대화거리가 있어야 보통 이야기가 시작되니까.. 암튼 한국사회에서 길러져 나온 나는 여기서는 또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며 적응하고 있다. 나는 새로운 주제를 꺼낼 때나 이야기 중 대화의 맥이 끊어지지 않게끔 좀 더 신경 쓴다.








  내 시카고 살이의 연대기는 낯섦으로 시작해서 사회적인 고립감이 극에 달하다가 다른 관계들이 확 늘어나는 것으로 진행하고 있다. 어렸을 때는 유학 다녀온 친구들이 마냥 부러웠지, 해외살이가 고생스러웠을 수도 있겠다는 건 잘 몰랐다. 하지만 여기에서 많은 어린 친구들을 만나보니 가끔 찌글찌글해져 있는 그들을 볼 때면 뭔가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시카고 칑구칑구들 사이에서 나눈 소소한 응원을 소개하고 싶다. A와 B와 나는 동북아 국가 출신으로 사계절이 있고, 얌전하고, 책 보는 걸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각자 출신국은 다르며, 앞으로 터를 잡고 살아가고 싶은 나라도 모두 다르다. 직업도 다르고 나이도 차이가 제법 난다. 나는 빅시스터가 되었다.







  오전 수업만 듣는 B는 오후에는 집으로 가고, 쉬는 시간에 나와 A가 슬슬 같이 나가서 커피 한 잔 사서 오는 게 루틴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는 로컬 커피맛집을 최근에 한 군데 찾아서 거길 주로 간다. 이름은 'Espresso and milk. (우리는 이걸 라테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오후 세시되면 문 닫는다. 그래서 이른 시간에 가야 하고, 독특한 메뉴도 많다. 후지 라테도 (?? 의문의 네이밍??이지만 녹차라테였던 듯.)  독특하고 세사미라테도 맛있다. 참깨라테인데 흑임자 라테느낌이다. 하지만 나는 주로 아메리카노만 마신다.







 Anyway! 거기서 커피를 한 잔사서 돌아오는 길에 B가 건널목을 건너기 전 A가 말했다. Have a good day! 우리 셋 다 안아주는 문화권이 아니지만 언젠가부터 헤어질 때 서로 허그로 인사한다. 그리고 A가 덧붙였다. 내일도 수업 없지? Have a good tomorrow! 나도 말했다. Have a good week and April! B가 말했다. Have a great year and life.







  좋은 하루가 쌓여서 좋은 한 주를 보내고 한주가 한 달 되고 일 년이 되고 아무튼 즐겁게 살자고!








  * 사진들은 학교 가는 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주로 길에서 찍은 사진이다. 가능하면 다양한 길로 다녀보려고 노력했더니 다양한 풍경을 만날 수 있었다.



 




 ** 한 친구가 뜬금없이 네 사진 좋다고 팔아보라고 말했는데, 내 사진?? 나?? 누가 사니?라고 했더니 아. 네가 모델인 사진 말고 네가 인스타스토리에 올리는 도시 풍경들 말이야.라고 말했다. 민망스..






 *** 브런치 이웃님들! 댓글 많이 달아주시고 라이킷도 눌러주셔서 감사해요! 연재 글들은 올리면서 맞댓글은 언제 오는지 궁금하신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브런치 사용 한 달차에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응원을 많이 보내주셔서 정신이 없습니다. 댓글 주신 분들 브런치에 들어가 보면 또 읽을거리가 제법 많아서.. 읽다보면 시간이 절로 가네요. 그러다 보면 또 오프라인에서 다른 할 일들이 생기고. :) 조금 더디더라도 부지런히.. 하루에 삼십분 정도는 쓰고 또 하루에 삼십 분 이상은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이게 은근히 부담을 드리는 것 같기도 해서 말인데요..! 제 글에는 굳이 막 길게 댓글 달아주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냥 카카오 이모티콘 달아주시면 응원이라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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