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8일 시카고의 미시건 호수에서 일식과 스카이라인을 보다.
태양이 완전히 가려지는 건 흔하지 않은 우주 이벤트이다. 내가 기억하는 일식은 2008년인지 2009년인지 어느 여름에 고등학교 뒷마당에서 본 것이다. 티비에 나오듯 순간 완전히 어두워지는 일식을 기대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밖은 여전히 밝아서 실망했다.
당시에 우리 반에는 우주관측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가끔 엄청 커다란 망원경을 들고 저녁 시간에 운동장에서 별을 봤다. 나도 별 보는 걸 좋아하는데 당시에는 별 보는 시간이 그렇게 아까웠는지 한 번을 같이 안 따라갔다.
기억이 선명한 첫 번째 일식 이후에도 일식이나 월식, 유성쇼 같은 것들이 제법 있었던 것 같은데, 나는 그걸 잘 챙겨보는 편은 아니었다. 사느라 바빠서 그랬나? 누가 같이 보자고 안 해서 그랬나? 언젠가부터는 미세먼지가 많아졌다. 그래서인지 하늘이 달보고 별 보기에 매력적이지 않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이번 일식은 시카고에서 봤다. 다음에는 또 언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일식은 아마 죽을 때까지 기억에 남겠다. 남편과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호수변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다. 집을 나서자마자 하늘을 올려다보는 많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웬 종이에 필름지가 붙은 선글라스를 다들 끼고 있었다. 우리도 하늘을 올려다봤다. 태양 빛응 생각보다 강했다. 빛이 선글라스를 뚫고 들어왔다. 선글라스를 몇 겹 겹쳐끼고도 태양을 바로 볼 수는 없었다. 나름대로 핸드폰으로 어찌어찌 찍으려고 바둥거려 봤지만 쉽지는 않았다. 아직 이른 시간이니 좀 더 지나서 어두워지면 더 잘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며 거리를 걸었다. 네이비피어에 도착하니 동네 강아지란 강아지는 다 나온 듯했다. 개 중 몇몇은 주인의 손에 이끌려 어리둥절? 산책시간이 아닌뎁쇼? 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시카고에 온 이후로도 네이비피어 관람차를 한 번도 안 타봤다. 내가 말했다. “일식이 한창일 때 관람차를 타면 멋지겠다.” 남편도 “좋아!” 한참을 걷다 보니 네이비피어의 시그니처인 호수 투어 보트가 보였다. 작년 봄이었나? 지인이 놀러와서 강변을 따라 보트를 탔다. 시카고의 건축물을 강따라 흘러가며 설명해주는 투어였다. 호수 쪽 투어는 아직이었다. 이참에! 싶어 일식 시간에 맞춰서 보트를 탔다. 가격은 인당 33달러였다. 싸지는 않았는데, 언제 또 일식에 보트 타보겠냐며 신나게 승선했다.
원래 투어는 삼십 분동안 네이비피어에서 출발해서 남쪽으로 좀 갔다가 둥그렇게 돌아오는 삼십분짜리 코스였다. 일식을 좋은 뷰에서 볼 수 있게 10분 정도 호수에 더 머물러 주겠다는 선장의 안내를 시작으로 투어가 시작되었다. 시카고의 스카이라인을 보며 건물에 대한 설명을 방송해 주었지만, 사람들은 해만 쳐다보고 있었다. 나도 나름대로 핸드폰으로 뭘 찍어보겠다고 노력했다.
일식 시간까지 기다려봐도 세상이 특별히 캄캄해지듯 어둡지 않았다. 시카고 지역 뉴스를 켜봤다. 역시 일식을 생중계하고 있었다. 뉴스에 나오는 일식 영상은 정말 정말 멋있었다. 태양과 달을 확대해서 보는 영상은 내 생눈으로 보는 것과는 많이 달랐다. 역시 안경을 샀어야 했다. 뉴스에는 태양의 가장자리 끝부분 조금에서만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반면 내 세상은 조금 흐려진 것 같지만 여전히 밝았다. 같은 시간 핸드폰으로 찍은 영상에서는 태양이 반달 모양으로 보였다.
즐거웠다. 시카고 피자 대신 맥도널드 버거를 들고 수영대신 배를 탄 하루였다. 여름 즈음에는 에세이의 제목처럼 피자 물고 미시건호에서 수영도 해봐야겠다.
일식을 보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남편이 멋진 아이디어를 하나 냈다. 다음 글으로 써야만하는 좋은 소재다. 그는 "개기일식은 사실 매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존재에 대한 철학과 지구 과학을 아울렀다. 나는 나름대로 논리보강을 해서 주장을 강화했고 며칠간 그를 개천재로 칭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