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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혜 Apr 09. 2024

미국을 가로지르는 개기일식

시카고 미시건 호숫가에서 개기일식을 보다.



  "월요일에 연차 냈어."




  청천벽력 같은 남편의 한 마디. 이거 왜 이래?! 우리 아무리 친하더라도..! 월요일에도 재택근무하고 금요일에도 재택근무했잖아! 너무 긴 시간동안 딱 붙어서 생활공간을 오롯이 공유하는 것은 늘 작은 분란의 씨앗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일요일 점심을 먹은 지금까지 큰 갈등은 없었다. 문제라면 거의 매일 테니스를 쳐서 전완근이 털려버렸고, 양손잡이인 나는 원래 주로 글을 쓰는 오른쪽 손목이 시큰거렸는데 왼손으로 테니스를 치니까 왼쪽 손목에도 뭔가 강해지는 고통이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운동도 하고, 글을 무한히 생성하고 있는 나를 보면 어학원 방학과 남편의 연차가 겹치는 것도 나쁘지 않군. 




  잠에서 깨어 핸드폰을 보다가 '미국의 에어비앤비 현 예약상황'이라는 글을 봤다. 텍사스부터 시작해서 뉴욕까지 일직선으로 에어비앤비가 모두 예약되었다는 것이다. 이유는 개기일식 때문. 4월 8일 점심이 지난 이후부터 일식이 시작되어서 2시 즈음에 최고조에 이르고 3시 좀 넘어서 일식이 끝난다는 것이다. 개기일식이 지나는 길을 보니 텍사스, 오클라오마, 아칸사스, 미주리, 켄터키, 일리노이, 인디애나, 펜실베이니아, 뉴욕 등지가 있다. 일식의 길을 따라서 나중에 여행해 봐도 좋을 것 같다.




개기 일식을 알리는 뉴스가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남편에게 "오늘 개기일식이래 나가서 보자!"랬더니 "오 알고 있었어. 몇 시래?"라는 답변. 아니 개기일식을 보려고 연차를 냈으면 이유를 알려주었다면 좀 더 기뻤잖아? 




  어제도 거실에서 노트북을 타닥거리고 있으니 남편이 불 좀 켜고 하라고 하며 불을 켰지만 그다지 밝지 않았다. 밖에 비가 많이 와서 하루종일 뭔가 어두컴컴한 느낌이었다. 오늘은 진짜 개기일식을 보는 걸까? 신난다. 오후에 네이비 피어에 가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일식을 보기로 했다. 나도 설레고 지구과학 덕후 남편도 신나 보인다.

 




브런치에는 왠지 완결성 있는 문학을 올리고 싶은 생각에 시카고 생활을 쓸까 말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개기일식 같은 멋진 우주쇼를 계기로 일기처럼 이라도 조금씩 기록해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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