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열(몬스테라)이가 꽤 오랜 시간 새잎이 돋지 않았다. 물도 촉촉하게 주고, 볕도 잘 쐬어주는데, 왜 한 분기가 지나갈 동안 새잎이 나지 않을까? 답은 화분이라고 판단을 내렸다. 한달여 전에, 출타 제한이 걸리기 전에, 화분과 흙을 사 벌써 한 번의 분갈이를 해줬다. 그때도 화분 가득히 뿌리가 자라 더 이상 자랄 공간이 없었다.
그렇게 생장이 빠른 아이인데, 아직도 새잎이 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사실 진즉에 몇 번이고 더 큰 화분으로 분을 갈아줘야 한다 생각했다. 하지만 강열이가 너무 자라면 복무가 끝나고 집에 어떻게 데려갈지 가늠이 안됐다. 그래서 애써 외면했다. 생장이 조금 느리더라도, 작은 화분에 좀 더 머무르기를 바랐다. 근데 오늘은 또 무슨 마음인지 예쁘게 찢어진 새잎°이 보고 싶었나 보다 그래서 이 저녁에 갑자기 경찰서를 돌아다니며 빈 화분을 찾아 분갈이를 해줬다.
강열이가 화분에서 뽑혀 나오자 생각보다 뿌리는 생각보다 많이 자라지 않았다. 곱게 빗어진 토분에는 뿌리가 침투하지 못한 살균토가 잔뜩 있었다, 반면 흙에 가려져 있던 새싹이 보였다. 잘 자라고 있었구나, 괜히 나만 마음이 급했다.
°몬스테라는 후에 나는 잎일수록 키가 크고, 아래에 있는 나뭇잎이 광합성을 할 수 있도록 잎이 찢어져서 난다
분갈이를 하는 김에 며칠 전에 식당에 자리한 나무 화분의 작은 싹이 생각났다. 수종도 모르고, 얼마나 자랄지도 모르겠지만 이 친구도 함께 지내보려고 한다. 작은 삽이 없어 손으로 고이 흙을 갈라 뿌리를 뽑았고, 같은 뿌리에서도 다른 방향으로 자랐으나, 메말라 죽어가던 다른 줄기가 있어 가위로 잘랐다. 작게 돋은 네 개의 잎 중 반절은 잎이 멍들고, 반절은 말랐다. 그래도 그 옆에 단단한 줄기를 가진 엄마나무처럼 잘 자랄 수 있기를 바라며 그 아이를 강열이가 처음 쓰던 작은 화분에 따로 옮겼다. 오늘은 이름을 고민하고 있다. 강열이로부터 자라고 있는 작은 싹도, 이 친구도 건강하게 자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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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이의 이름은 순길이로 정했다. 추천을 받았고,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그렇게 지었지만, 추천을 해준 학과 선배는 자기 해병대 후임의 이름이라며 근육질 남성의 사진을 함께 보내주었다. 이야… 순길이 요놈도 튼실하게 클 것만 같다. 요새는 흔하지 않은 이름이 좋다. 나와 같이 자라는 식물에게는 꼭 그런 이름을 붙여줘야겠다 작게 다짐해본다.
식물에게는 적당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한다. 여기서 ‘적당한’은 ‘최소한의 관심이 필요함’이자 ‘너무 많은 관심은 독이 됨’을 의미한다. 아침에 눈을 뜨자 강열의 새싹도 걱정되고, 순길이도 큰 엄마 나무에서 떨어진 첫날밤을 잘 보냈을지도 걱정되었다. 근무시간에도 틈틈이 화분을 보러 갔다. 어제 갈아준 흙에서 괜히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만 같고, 흙의 습도도 이상해 보였다. 강열이 잎에는 작은 반점도 나 있었다. 참,,, 책에서는 분명 관심을 줄이라 하던데 쉽지 않은 일이다. 곱게 품어 안고 자주 들여다봐야만 할 것 같단 말이다. 이렇게 여린 싹은 어르고 달래야만 할 것 같단 말이다.
물을 주는 것도 아니고, 볕을 보도록 자리를 옮겨주는 것도 아닌데!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이 아이들이 엇 나갈리는 없겠지만, 괜히 또 그럴 것만 같기도 해서 많은 관심도 주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도 옛날에 TV 스펀지에서 봤던 것이 기억하기에 가끔 좋은 목소리로 말을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