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까지 사랑해

우울의 시작

by 달민

사람을 믿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더 쉽게 우울에 빠질지도 모릅니다.
이 마음을 알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내 나이, 스물일곱 살.
누군가에겐 코웃음 칠 나이일지 모르지만, 나의 우울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친구와의 작은 다툼에도 우울은 금세 찾아왔습니다.
옥상에 올라가 울기를 수십 번, 눈이 퉁퉁 붓도록 울고서야 저녁이 될 무렵에야 겨우 내려오곤 했습니다. 바람이 차갑게 스치고, 해는 서서히 저물어가는 그 시간, 나는 세상에서 혼자 남겨진 것만 같았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친구와 싸웠다는 그 사소한 일 때문에 나는 ‘배신감’이라는 단어 속에 갇혀 헤어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 나이에는 ‘단 하나의 인연도 소중하다’는 생각이 이렇게 큰 무게로 다가올 줄 몰랐습니다.


어쩌면 의지할 곳이 필요했던 걸지도 모릅니다.

바쁜 아빠, 집안일로 늘 분주한 할머니, 언니와는 늘 마음을 터놓기 어려웠습니다.
나는 그 누구에게도 기대지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겁이 많던 나는, 사람 한 명을 잃는 것이 세상을 다 잃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밤이 깊어질수록 마음속 공허함은 더 크게 부풀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별일 아닌 듯 웃고 떠들며 지냈는데, 왜 나는 이토록 무너질 수밖에 없었을까.

“내가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세상이 너무 잔인해서일까.”
질문은 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는 너무 여리고 연약한 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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