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우울과 깨진 인연
사람에게 상처받을 때마다, 저는 우울에 갇혀 집 밖으로 나오질 않았습니다.
사람이 너무 좋았지만, 그로 인해 상처를 받기도 했으니까요.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울컥하는 마음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약이 된다고 하는데, 전 과연 언제쯤 약이 될까요.
절 사랑해 주던 그 친구는 마음이 태평양 같은 친구였습니다.
서로의 가족 환경을 공유하며, 술 한잔하고 껴안고 울기도 했고, 힘든 상황이 있을 때면 언제든 달려와 주는 친구였죠.
가족보다도 가족 같은 친구라, 더 큰 애정이 갔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어떤 상황이 와도 이 친구라면 깨지지 않을 관계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안일함 때문이었을까요.
어쩌다 보니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관계는 깨지고 말았습니다.
저는 자격지심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 친구는 결혼 준비가 잘 되어가고 있었지만, 저는 그렇지 못했죠.
제 자격지심이 그 친구를 위하는 마음보다 컸던 것 같습니다.
그때 저는 직장 내 괴롭힘과 파혼 생각으로 우울이 극심했습니다.
그 친구는 손을 내밀었습니다.
“다 포기하고 다시 와, 그럼 되지. 내가 있잖아.”
하지만 저는 확신이 서질 않았습니다.
이미 이 지역에 적응했고, 직장 때문에 차도 샀고, 벌려놓은 일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없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출근할 때마다 울었고, 집에 돌아오면 극심한 우울에 강가에 가서 울기도 했습니다.
강물이 제 눈물로 덮일 만큼 많이 울었던 것 같습니다.
원활하게 결혼 준비를 해가던 그 친구와 달리, 저는 남자 쪽에서 예물을 요구했고, 저희 집은 그럴 여유가 없었습니다.
일을 시작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아 모아놓은 돈도 별로 없었고, 직장과 결혼 준비 모두 저에게는 너무 버거운 선택이었습니다.
그 친구가 툭 던진 말이 있었습니다.
“너도 소중한 딸인데, 그 집은 왜 그래? 예물이 중요해? 너 사정도 중요한 거고, 그 집에서 쌈짓돈으로 뭘 해주겠대.”
그 말에 저는 화가 났습니다.
“나조차 버거운데, 왜 내 남자친구에게 돌을 던지지?”
소중함 속에 소중함이 얽혀 있었고, 친구도 소중한 사람이었지만, 왜 그 말에 화가 났는지 저조차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제 잘못이 컸습니다.
그와 동시에 그 친구와의 인연도 끝났습니다.
마음속에서는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거야. 직장도, 우울도, 결혼도 다 내 탓이야. 내 인생이 이렇게 꼬인 건 나 때문이야. 그 친구에게 상처를 준 것도 내 탓이야.’
그때 저는 왜 소중한 인연 하나를 이어가지 못했을까, 계속 자책했습니다.
그 친구가 정말 저를 미워할까,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잠식했습니다.
지금에야 말할 수 있지만, 이어질 인연은 언젠가 돌아오지 않을까요.
여전히 그때의 제가 밉고, 그 친구를 마주친다면 눈물부터 흘리고 원망할 것 같습니다.
너무 힘들었으니까요.
아니 사실은 그 친구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상황이 저를 너무 힘들게 만들었고, 우울 그 자체가 되어버린 제가 스스로를
미워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