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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민지 Nov 01. 2020

[그 정도는 불편해도 되잖아.]

 책을 내기로 결심한 이후부터 책과 출판사, 독립출판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 특히 독립출판 서적들은 그야말로 작가 마음이어서 책의 성격 만큼이나 생김새도 다양하다. 메뉴판 모양을 하고 있는 책도 있고, 낙서로만 이루어진 책도 있다. 이게 책이라고? 싶은 책도 있고, ‘우와’하고 입이 떡 벌어지게 하는 책도 있다. 책을 읽는 재미에 책 구경하는 재미까지 더해져 마음껏 설렘을 누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본격적으로 책구경을 하며 독립 출판 서적들을 판매하는 독립서점을 구경다니기 시작했다. 출판물에 관심이 많은 친구와 함께하면 이 즐거움이 배가 될 것 같아 친구와 함께  독립 서적 전문 서점 투어를 가기로 했다. 서점 투어를 이틀 남기고 연남동에서부터 합정 일대에 있는 서점 7군데를 방문할 계획을 세우고 효율적인 동선을 짜려고 궁리하고 있었다. 그때 친구로부터 선약이 있는 걸 깜빡했다고 약속을 미뤄야겠다는 메세지가 왔다. 메세지를 본 순간 ‘아,,’ 하고 아쉬움의 한숨이 나오긴 했지만 혼자가면 마음가는대로 돌아다닐 수 있어 더 좋을거라는 생각이 들어 나쁘지 않았다. 친구의 실수로 인한 약속 취소가 오히려 좋았으면 좋았지 내게 피해를 준 상황이 아니였다. 그런데 ‘선약이 있는걸 깜빡했다. 어떡하냥 ㅠ다시 날잡자’ 라는 내용의 메세지는 좀 황당했다. 내가 그 약속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약속이 취소되어 기분이 괜찮은지 아닌지를 모르는 상대는 일단은 충분히 미안해 해야 하는거 아닌가?생각했다. 친구의 마음이 불편했으면 했다. 친구가 내게 좀 더 미안함을 느끼길 바랐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친구가 당황해할까를 고민하다 한참 후에 날짜는 다시 잡을 필요없다고 답장했다.


 평소 같았으면 친구가 내게 미안해할까봐 먼저 ‘괜찮아 괜찮아’를 남발하며 우린 다음에 가면 되니까 편히 볼일 보라고 했을 것이다. 보통 나는 내게 미안해할 상대의 마음을 더 신경썼던 것 같다. 내게 미안해할까봐 마음이  불편할까봐 신경썼다. 남의 마음 먼저 편하게 해주려고 애쓰곤했다. 그런데 미안해하지 않는 것 같은 친구가 얄밉게 보이더니 약속을 미뤘는데 이 정도는 불편해도 되는거 아닌가? 싶었다. 자신의 실수로 약속을 기다렸을 나의 기대와 설렘을 무너뜨리고, 계획을 어그러뜨린 상황에서 고작 그 정도의 메세지 전송이 전부라는게 미워서(괘씸,얄미워서) 이 정도는 마음 불편해봐라! 해주고 싶었다. 누구나 실수를 한다. 나부터도 덜렁대는 편이라 알게 모르게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많다. 게다가 친한 친구 사이에 요 정도의 실수는 1초짜리 짜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별 것도 아닌 일이다. 그래도 제대로 미안해하고 이 정도는 마음 불편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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