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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ki Jul 19. 2024

우울증이 감정을 해소하는 방법

다들 한 번씩은 사람이 질릴 때가 있잖아요.

기분이 우울해지면 우울한 이 상황을 만든 대상을 원망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문제는 그거다. 나를 우울하게 한 대상을 원망하고 미워한다 한들,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는 거.

세상에서 사회란 싫은 사람과도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는 곳이라, 어떤 대상을 미워하고 감정적으로 굴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초년생 때는 그 사실이 참 싫었다.

그래서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화되고 우울증이 심화되고, 일의 능률은 떨어지고. 그렇게 상황이 악화되면 오히려 이 상황을 만든 그 사람을 더 원망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일은 다시 풀리지 않는 악순환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회사를 그만두었을 뿐인데, 주변 사람들까지 떠나갔다.


그때, 깨달았다.


우울증은 쉽게 관계를 파탄 나게 만들고, 나를 상처 입게 한다는 걸.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이 관계가 파탄 나는 경우는 약 3가지라고 생각한다.


1. 우울할 때 말하지 않고 있다가, 어느 날 터지는 것.

2. 우울한 감정을 하염없이 사람에게 쏟아내다가, 그 사람이 떠나는 것.

3. 우울한 대상을 원망하다가 주변 관계가 파탄 나는 것(3번은 조증, 강박증 등 다른 병의 영향이 있을 수 있으니 병원을 추천한다)


한참 우울증이 심하던 시절 나의 경우는 1,2,3이 뒤섞여 나타났었다. 사람이라면 마땅히 한 번쯤은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하긴 한다. 하지만 우울증 환자의 경우, 이게 좀 더 자주 나타난다. 좀 더 자주 나타나면 결과는 뻔하다. 우울증 환자의 주변엔 사람이 남지 않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사람을 남길 수 있을까?


이 모든 감정의 원인이 되는 우울을 어느 정도 풀어내야 한다.


즉, 여러분은 평범한 생활을 하기 위해선 가득히 쌓인 우울을 먼저 풀어내야 한다. 감정을 해소하고, 사람을 대하다 보면 관계가 파탄 날 일도 적어진다. 경험담이다. 남에게 감정을 전가하지 않고, 스스로 해소하는 방법만 알게 돼도, 인간관계는 좀 더 평화로워질 수 있다.


그러니, 지금부터 내가 써먹었던 감정 해소의 방법을 소개하려 한다.






1. 감정 일기를 쓴다.


들어본 이야기일 수도 있다. 또 일기를 쓰라고? 그거 해봤는데, 안돼. 근데, 일단 한번 써보시라. 해봤는데 안 돼가 아니라, 감정 일기를 적지 않아서 그런 걸 수도 있다. 


실제로 감정 일기만큼 복잡하던 내 감정을 해소해 준 게 없었다. 


나는 개인적로 MOODA라는 어플을 이용하며, 굳이 꼭 매일매일 감정 일기를 쓰진 않는다. 정말 우울하거나, 평온하거나, 쓰고 싶은 날만 쓰는 편이다.



MOODA라는 어플을 사용하는 사용하는 이유는 별거 없다.(유료 어플이지만 비싸지 않다.) 그 이유는 위에 보이는 것과 같이, 감정이 표시되기 때문이다. IOS에 기본적으로 딸린 일기장도 사용해 봤는데 결국, MOODA 어플로 돌아갔다. 


그렇다.


감정 일기를 쓰는 이유는 내 감정이 어떤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그렇게 내 감정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감정이 왜 이런지 생각하다 보면 어떤 감정은, 화를 내지 않아도 되었던 감정이란 걸 깨닫게 된다. 어떤 감정은 화를 내야 했는데, 화를 내지 않아 발생한 감정이란 걸 알게 된다. 그리고 또한 내가 어떤 부분에서 자주 화가 나는지 알게 된다. 


감정 일기의 장점이 무엇인지 알겠는가?


1. 내가 어떤 부분에서 감정이 상한지 알게 된다.

2. 어떤 감정이 발생했을 때, 대처해야 할 방법을 고려할 수 있게 된다.


즉, 내가 어떤 감정이 발생했을 때, 그 대처방법을 과거에서 배우는 거다. 예를 들어 업무 도중 실수가 발생했는데,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여 상사에게 혼났다. 그 순간, 수치심이라는 감정을 느꼈고, 그로 인해 우울해졌다고 하자. 감정 일기를 썼다면, 나는 알게 된다. 우울해진 건, 수치심 때문이고, 수치심을 느끼지 않으려면 실수가 발생했을 때 재빨리 상사에게 보고를 하여 수습하면 된다는 사실을.


이렇게 내 감정을 돌아보다 보면, 그중에 절반 정도는 우울해하지 않아도 될 이유로 우울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것만으로도 감정의 일부분은 해소가 된다.


(생각보다 감정상태가 괜찮은 날들이 많아서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이건 4번에 설명하겠다.)








2. 그래도 해소가 되지 않는 감정은, 콘텐츠를 통해 해소한다.


사실 위에서 해소가 되는 우울감은 사소한 것들이나, 나 자신이 원인인 것들이다. 청소를 안 해서 우울했다거나, 가다가 넘어져서 우울했다거나, 일이 잘되지 않는 나 자신이 너무 우울했다거나. 즉, 내가 바뀌면 해결이 되는 것들이다.


그러니, 감정 일기를 적었을 때 감정이 해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나, 사회, 혹은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얘기가 다르다. (애인관계나 가족관계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그냥 눈물이 터지는 것들을 찾아본다. 우울증이면 아마 눈물 버튼이 남들과는 다를 수도 있고, 나처럼 조금만 슬퍼도 그냥 우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일부러 그런 것들을 찾아보며 그냥 운다. 울고 싶은 날이나, 우울할 땐 그냥 울면서 그날 느꼈던 감정을 해소한다. 역으로 웃긴 걸 보는 것도 추천한다. 감정을 어떻게든 해소하는 것이다. 웹툰, 소설, 책, 영화 등등 아무거나 상관없다. 게임을 해도 좋다.


개인적으로 나는 너무 행복한 건 찾아보는 건 오히려 역효과였다. 우울증인 나와 콘텐츠 속 주인공을 비교하며 다시 우울감에 빠질 때도 있었다. 그래서 아예 슬프거나, 혹은 아예 웃기거나, 소소한 재미를 주는 것들을 찾아보는 편이다. 그리고 그날의 우울감에 비슷한 감정을 주는 콘텐츠를 찾아봤다.


(아예 재미있는 걸 찾아서 우울감을 잊는 방법도 있지만, 이건 감정 해소에 도움이 되진 않았다. 그냥 잊을 뿐이지, 감정은 그대로였다. 그리고 현타가 좀 심했다.)


여기까지의 방법으로 감정을 해소했다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을 거다. 이 외에 러닝 같이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여러 운동들과 명상을 덧붙인다면 감정 해소에 효과가 상당이 좋다.


그래도 감정이 남아있다면 어떻게 하냐고?






3. 그 감정을 주는 걸 멀리 해라.


나르시시스트를 멀리하는 방법과 같다. 그냥 멀리 해라. 이건 답이 없다. 나르시시스트처럼 괴로운 감정을 주는 것과 같이 있어봤는데, 갉아먹히는 건 나뿐이었다. 그러다가 우울증까지 온 거다. 멀리 해라. 


불교에서 고통은 번뇌에서 온다고 한다. 번뇌란, 내가 생각하는 거다. 즉, 그 고통을 만들고 있는 것이 나 자신이란 말이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번뇌에서 벗어나는 거다. 생각하지 않는 것, 그러니까, 나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과 멀어지는 거다.


가족이 괴롭게 한다면 독립을 해라,

애인이 괴롭게 한다면 헤어져라,

직장이 괴롭다면 이직해라,

일이 죽을 만큼 괴롭다면, 그만둬라.


감정에서 자유로워지는 건, 감정을 주는 것과 멀어지는 거다.


정말 어쩔 수 없다면, 미안하지만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받아들이고, 다른 긍정적인 감정으로 치환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괴로운 곳에 있으면서, 왜 괴롭냐고 물으면 나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나오는 게 두려운 사람들이 많을 거다. 


근데 생각보다 나오면 별거 아니다. 그리고 나왔을 때, 더 긍정적인 감정으로 일을 잘하게 될 확률이 높다. 부정적인 감정은 필연적으로 일의 능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근데 주변엔 예외도 있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 복수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실 이것보다 더 최고인, 감정 해소의 방법이 있긴 하다.






4. 심리상담센터에 가거나, 정신과에 간다.


감정 해소가 되냐고? 물론이다. 심리 상담센터는 상담을 통해 감정이 해소되고 심리를 안정되게 만드는 곳이고, 정신과는 약물을 통해 심리를 안정시키는 약이다. 


그럼 이제, 1번에서 보였던 내 감정 일기를 보자. (감정 일기를 쓰고 있는 상황에서 심리상담센터나, 정신과에 가면 훨씬 더 도움이 된다.)


나는 생각보다 즐겁고 평온한 날이 많다고 생각했다. 근데 이게 무슨 일인지. 병원에서 주는 정신과 약을 먹지, 기분이 더 좋아졌다. 정말 몇 년에 가끔 '즐겁네!'라고 생각했던 기분이 지속되었다. 이게 무슨 소리인 줄 아는가?


난 늘 우울했다는 거다!


약을 먹게 되면 생각보다 많은 사실을 알게 된다. 내가 즐겁다고 생각했던 기분이 사실 즐거운 게 아니라, 우울한 상태 중에서 가장 나은 상태에 불과했으며, 내가 엄청 즐겁다고 생각했던 기분을 다른 사람들은 늘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충격적이지 않는가?


심리상담센터도 마찬가지다. 감정을 설명하면, 그 감정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려준다. 그러니까 '내 판단'이 아니라 남이 해준 판단을 들을 수 있단 거다. 그러면, 꾹 억눌렀던 감정이 때론 풀어내야 마땅한 거였으며, 우울해 있는 어떤 감정은 우울할 필요가 없고, 이때는 울어야 하는 게 맞다는 사실 등, 내가 느끼고 있는 진짜 감정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즉, 내 감정을 적재적소에 올바르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고,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는 방법을 찾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4번보다 확실하게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울증 환자에게 감정 해소는 늘 관리해야 하는 일이다.


관리하지 않으면 평범한 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걸 잘 안다. 그래서, 나는 감정 일기를 생활화하며, 정신과나 심리센터에 가는 걸 추천한다. 실제로 나는 현재까지도 감정 일기를 주에 3번은 쓰고 있으며, 과거에는 심리센터, 지금은 집 근처에 있는 정신과에 다니며 우울한 감정을 다스리고 있다.


사실 그전에도 인간관계가 나쁜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전엔 피가 나는 노력을 해야 관계가 유지되었다면 지금은 적당히 노력해도 관계가 유지되는 그 정도다. 하지만 그렇게 수월해진 것만으로도 나는 다른 곳에 신경 쓸 여력이 생겼다. 내 커리어, 내 학력 등등. 


그러니, 심리센터나 정신과에 가는 걸 두려워하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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