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B- 흰수염고래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YB. 한 때는 윤도현 밴드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지만 보컬인 윤도현이 팀에서 자신만 부각되는 것 같다는 이유로 회의 끝에 팀명을 YB라고 바꿨다고 한다. 록 밴드라고 하기엔 다소 잔잔한 곡으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아왔지만, 락 스피릿으로 대변되는 저항이라는 이미지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지만, YB가 국민 록 밴드임에는 틀림없다.
4년마다 울려 퍼지는 월드컵 응원가인 <오 필승 코리아>, 윤도현 솔로곡이긴 하지만 아직도 노래방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사랑 TWO>와 <너를 보내고>, 감성이 묻어 나오는 <가을 우체국 앞에서>나 강한 멜로디와 비트로 청춘들에게 힘을 주는 <나는 나비>는 YB 음악의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2011년 미니 앨범 <흰수염고래>의 전체적인 콘셉트는 위로와 희망이다. 사실 YB는 애초에 진보적인 록 그룹이었다. 청와대 블랙리스트에 이름 올리기도 한 YB는 ‘88만 원 세대’로 대변되는 청춘들에게 혹은 삶에 버거운 이들에게 <흰수염고래>를 선물했다.
그 방식도 무척이나 YB 답다. 분노, 저항, 혁명이 아니라 ‘버텨보자.’, ‘함께 견뎌보자’라는 메시지로 위로와 격려를 전한다. 이런 희망적인 가사 때문에 2012년 YTN, KBS, MBC가 일제 파업에 들어갔을 때 응원가로 쓰였다.
<흰수염고래>는 윤도현이 어린 딸과 함께 TV를 보다가 흰수염고래를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고 한다. 지구 역사상 가장 큰 동물이 흰수염고래다. (그 어마어마한 공룡들보다 더 크다.)
윤도현은 그 커다란 동물이 바닷속을 유유하고 아름답게 떠다니는 모습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신이 그 위대함을 증명하기 위해 창조했다고 할 정도로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는 흰수염고래를 보면 감동을 느낄 순 있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 노래를 만드는 걸 보면 예술가들의 감수성이란 정말 대단하구나라는 걸 새삼 느낀다.
벚꽃 잎이 떨어지는 걸 보고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작사·작곡한 김윤아,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이불속에서 조용히 울고만 있는 막내아들이 걱정된 어머니가 울다 지쳐 잠이 든 애를 깨웠는데, 그때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9월이 끝나면 깨워주세요)”라고 대답한 빌리 조 암스트롱(훗날 아버지를 추모하며 작곡한 노래 제목이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 등의 감수성과 순수함은 참 놀랍다.
아직은 작지만 흰수염고래처럼 두려움 없이 이 넓은 세상을 맘껏 헤엄치라는 노래 가사처럼 <흰수염고래>의 전주는 희미한 피아노 소리로 시작한다. 그러다가 흰수염고래처럼 풍성해지는 사운드가 꽉 채워지면서 묵직한 감동을 준다.
흰수염고래가 아니라 정어리 정도만 돼도 행복할 거 같지만 원래 흰수염고래가 되겠다는 꿈을 꿔야 정어리 정도라도 될 수 있는 거다.
작은 연못에서 시작된 길
바다로 바다로 갈 수 있음 좋겠네
어쩌면 그 험한 길에 지칠지 몰라
걸어도 걸어도 더딘 발걸음에
너 가는 길이 너무 지치고 힘들 때
말을 해줘 숨기지 마
넌 혼자가 아니야
우리도 언젠가
흰수염고래처럼 헤엄쳐
두려움 없이 이 넓은 세상
살아갈 수 있길
그런 사람이길
더 상처받지 마 이젠 울지 마 웃어봐
너 가는 길이 너무 지치고 힘들 때
말을 해줘 숨기지 마
넌 혼자가 아니야
우리도 언젠가
흰수염고래처럼 헤엄쳐
두려움 없이 이 넓은 세상
살아갈 수 있길
그런 사람이길
너 가는 길이 너무 지치고 힘들 때
말을 해줘 숨기지 마
넌 혼자가 아니야
우리도 언젠가
흰수염고래처럼 헤엄쳐
두려움 없이 이 넓은 세상
살아갈 수 있길
그런 사람이길
너 가는 길이 너무 지치고 힘들 때
말을 해줘 숨기지 마
넌 혼자가 아니야
우리도 언젠가
흰수염고래처럼 헤엄쳐
두려움 없이 이 넓은 세상
살아갈 수 있길
그런 사람이길
그런 사람이길
PS- 돌고래나 고래들은 언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 지역마다 언어가 달라 외국어도 존재하고 사투리도 존재한다고 한다. 그래서 서로 다른 지역에 사는 고래끼린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같은 언어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말이 통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신통방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