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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rk Jan 07. 2018

겨울에 들어야 제맛

검정치마-Everything

원래는 <Hollywood>를 소개하려고 했는데 추운 겨울날에는 <Everything>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선정했다. 


엿가락처럼 축 늘어진 멜로디와 음색이 망국의 궁궐터를 바라보는 두보의 시가 떠오르는 이 노래는 회색빛처럼 우울하다. 그런데 노래 가사는 참 사랑스럽다. 


검정치마- Everything


You are my everything
My everything
My everything
You are my everything
My everything

비가 내리는 날엔 
우리 방안에 누워 아무 말이 없고
감은 눈을 마주 보면 모든 게 우리 거야
조금 핼쑥한 얼굴로 날 찾아올 때도
가끔 발칙한 얘기로 날 놀랠킬 때도

You are my everything
My everything
My everything
You are my everything
My everything

넌 내 모든 거야
내 여름이고
내 꿈이야
넌 내 모든 거야
나 있는 그대로 
받아 줄게요



‘you are my everything. 넌 내 모든 거야 내 여름이고 내 꿈이야’라고 말하는 조휴일의 목소리는 참 의욕이 없다. 혹은 초연하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가사를 가지고 멜로디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추측해보자면 (아마도) 노래 속 화자는 연인과 어떤 형태로든 단절된 상태로 보인다. 
   
‘감은 눈을 마주 보면 모든 게 우리 거야’라는 부분에서 그런 뉘앙스가 짙게 나타난다. 감은 눈을 마주 본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눈을 감아야만 마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는 같은 공간에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눈을 감아야 마주 볼 수 있어? 혹시 일리단이냐?


추측의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넌 내 여름’이라는 가사이다. OK. 물론 겨울이라고 겨울에 맞춘 노래만 나오리라는 법은 없지만 어쨌거나 <Everything>는 2016년 1월 29일에 발매된 곡이다. 한 겨울과 여름은 대척점에 있는 그립지만 만날 수 없는 존재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래 속 화자는 사랑하는 대상과 어떤 형태로든 만날 수 없는 상태라고 추측된다. 뭐 너무 끼워 맞추기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잘 생각해보면 모든 콘텐츠는 이런 식으로 해석한다. 그리고 내 추측이 틀렸어도 상관없다. 청자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것도 가치 있는 해석이니까. 



‘검정치마’는 현재 원맨 밴드이다. 시작은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3인조 펑크 록 밴드였지만 현재는 재미교포 출신 조휴일 혼자서 작사 작곡 편곡을 구성하고 있다. 그래서 노래가 상당히 더디게 나온다.  


검정치마라는 밴드명은 단지 어감이 좋아서 조휴일이 작명한 이름이라고. 인디밴드로서는 상당한 인지도와 음악적 성과를 얻은 것으로 평가받지만 의외로 상복이 없다. 한국대중음악상 본상 부분이나 장르 부분에 후보로는 많이 올라갔지만 수상은 7회에 모던 록 음악 부분 하나밖에 없다. 
   
2009년은 국카스텐, 브로콜리 너마저, 소녀시대가 
2011년에는 장기하와 얼굴들과 이승열이 
2015년에는 <Hollywood>라는 역대급 싱글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후보에 오르지도 못했다. 이때 수상은 무려 혁오....
   
어쨌거나 <Everything>을 겨울철에 참 어울린다. 그래서 이런 감정에 쉽게 감화되는 사람은 오래 듣지 말 것. 




이 노래를 듣고 있자면 왠지 생각나는 에곤 쉴레                                                      치마를 위로 젖힌 검은 머리 처녀. 2011 에곤 쉴레, 레오폴드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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