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k Floyd - High Hopes
‘지나면 다 추억이다.’ 현실이 암울한 사람들에게 어른들이 걱정 어린 말투로 혹은 꼰대들이 혀를 차며 하는 뻔한 조언 중 하나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뇌의 ‘추억 보정’ 덕분에 정말 힘들었던 과거 기억도 어느 정도는 그립기 때문이다. 물론 그립다는 것이 돌아가고 싶다는 것을 보장하진 않는다.
심리학에서 보면 사람들이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과거 회귀 욕구’는 현실이 비참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을 때 커진다고 한다. 그러니까 과거에 집착하는 사회는 어떤 의미로는 건강하지 못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스타의 경우는 어떨까? 만드는 앨범마다 찬사를 받으며 부와 명예가 따라오고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유명인의 경우 과거를 그다지 그리워하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더 밝아질 내일을 꿈꾸며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지 않을까?
락&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는 세상을 떠나기 7개월 전 동안 무려 5,000정이 넘는 알약을 복용했다. 음악을 사랑했지만 스타라는 신분에 대한 중압감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엘비스는 죽기 전 어머니와 함께 살았던 소박한 일상이 그립다고 많이 언급했다고 한다.
하늘에 떠 있는 별은 자신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과정에서 빛을 발산한다. 즉 빛난다는 것은 에너지 소진의 과정이기도 하다. 영화감독과 코미디언으로 알려져 있는 기타노 다케시는 자신의 저서에서 “물체는 심하게 흔들리면 그만큼 마찰이 커진다. 인간도 심하게 움직이면 열이 난다. 옆에서 보면 분명 빛나고 있는 인간이 부러울 것이다. 그러나 빛나고 있는 본인은 뜨거워서 견딜 수 없다.”
프로그레시브 록에서 맹활약한 핑크 플로이드의 기타리스트 데이비드 길모어 역시 과거가 그리운 것은 마찬가지였나 보다. (참고로 그들의 전위적인 음악을 듣고 싶다면 ‘The Great Gig In The Sky’를 추천한다.)
1994년 핑크 플로이드의 14번째 정규앨범 <The Division Bell>의 <High Hopes>는 과거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다. 가사에 나오는 The Long Road, The Casueway, The Cut(런던 서부의 강)은 데이비드 길모어의 고향 케임브리지의 지명이다. 길모어는 잡지 인터뷰를 통해 “이 노래는 내가 떠나왔던 고향에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암시적으로 주입된 핑크 플로이드의 초기 시절에 관한 노래이기도 하다.”라고 이야기했다.
(Gilmour has said that the song is more about his early days, and leaving his hometown behind, than about the seeds of division supposedly planted in Pink Floyd's early days)
어린 시절의 추억. 그리고 젊은 시절의 밴드가 가졌던 열정이나 초기 멤버에 대한 그리움은 남부러울 것 같지 않은 스타에게도 당연히 존재한다.
이 노래는 도입부에서 서양 장례식에서 들을 수 있는 벨 소리로 시작한다. 종소리는 단절을 의미한다. 존 레넌의 <Mother>에서도 노래 시작은 벨 소리로 시작한다. 이는 어린 시절 자신을 버린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단절, 종료에 대한 이미지를 청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한때,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가 게임 종료를 의미하는 것처럼.
그리고 이어 <High Hopes>는 죽여주는 가사로 음악을 채운다.
Beyond the horizon of the place we lived when we were young
우리가 어렸을 적 살던 곳 그 지평선 너머
In a world of magnets and miracles
매혹과 기적의 세계에서
Our thoughts strayed constantly and without boundary
휴식도 경계도 없이 우리 상상은 떠돌아다녔지
The ringing of the division bell had begun
표결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어
Along the Long Road and on down the Causeway
롱 로드를 따라 코즈웨이 둑길을 지나서
Do they still meet there by the Cut
컷 강변에서 지금도 그들은 만날까
There was a ragged band that followed in our footsteps
우리 발자취를 따르던 만신창이 밴드는
Running before times took our dreams away
시간이 우리 꿈을 앗아가기 전에 달아나고
Leaving the myriad small creatures trying to tie us to the ground
작은 생명들만 무수히 남아 우리 땅에 붙들어매려 하네
To a life consumed by slow decay
서서히 쇠해 스러지는 이 삶에
The grass was greener
풀은 더 푸르렀고
The light was brighter
빛은 더 찬란했어
When friends surrounded
친구들과 함께할 때면
The nights of wonder
밤은 경이로웠지
Looking beyond the embers of bridges glowing behind us
뒤돌아 일렁이는 다리의 잉걸불 너머를 내다보면
To a glimpse of how green it was on the other side
그 시절이 얼마나 푸르렀는지 알겠네
Steps taken forwards but sleepwalking back again
발은 앞으로 내딛지만 꿈꾸면 되돌아가네
Dragged by the force of some in a tide
내 안 어떤 파도의 힘에 이끌려
At a higher altitude with flag unfurled
더 높이 올라 펄럭이는 깃발을 들고
We reached the dizzy heights of that dreamed of world
우리는 꿈에서 본 세상 아득히 높은 곳에 닿았네
Encumbered forever by desire and ambition
영원히 욕망과 야망의 멍에를 짊어지고
There's a hunger still unsatisfied
아직도 채워지지 못한 갈망
Our weary eyes still stray to the horizon
피곤에 지친 우리 눈은 다시 지평선을 찾아 떠나네
Though down this road we've been so many times
이미 수없이 이 길 끝까지 가 보았음에도
The grass was greener
풀은 더 푸르렀고
The light was brighter
빛은 더 찬란했고
The taste was sweeter
혀를 더 달콤했지
The nights of wonder
그 경이로운 밤
With friends surrounded
친구들과 함께하면
The dawn mist glowing
반짝이는 물안개
The water flowing
흘러가는 강물
The endless river
끝없는 강
Forever and ever
영원히 또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