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irk Oct 28. 2017

라이언 고슬링과 벤 포스터는 가끔 헷갈린다.

아담 맥케이- 빅쇼트

같이 사람같이 사는 게 이렇게 어렵다. 사람의 욕망을 이용해 자본주의가 발전했지만 그만큼 적폐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걸 지켜보는 건 힘들다. 원래 옳은 일을 하면 고통스럽기 마련이다.   


공매도를 short selling이라고 한다. 한자로 하면 空賣渡. 즉 ‘없는 것을 판다’는 뜻이다. 주가가 떨어질 것을 예상할 때 시세차익을 노리는 방법이다. A사의 주식이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60만 원에 매도한다. 그리고 며칠 후 50만 원까지 떨어지면 투자자는 50만 원에 동일한 수량의 A사 주식을 산 후 빌렸던 주식을 갚는다. 그럼 주당 10만 원의 수익을 거두는 셈이다. 순서만 바뀌었을 뿐 A주식을 50만 원에 사 60만 원에 파는 것과 효과는 같다.


 


다만 공매도는 투기성이 짙고 주가를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시장조작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 국가별로 엄격한 기준을 두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주가가 떨어지면 손해 보는 사람은 누구다? 바로 개미들이다. 그래서 <빅쇼트>에서 마크 바움(스티브 카렐)은 그토록 고뇌하는 것이다.   

영화 <빅쇼트>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다룬다. 그래서 다큐멘터리적인 성격을 갖는다. 하지만 감독 애덤 매케이는 이 내용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다큐멘터리적인 딱딱함을 피하고 적절한 기름기를 추가했다.   

기름기란 첫 번째로 주연배우의 연기력이다. 크리스천 베일, 스티브 카렐, 라이언 고슬링, 브래드 피트. 다른 영화에서는 단독 주연급으로 나오는 배우들이 주조연으로 함께 나오니 눈이 호강한다.   

물론 스마크 바움(티브 카렐)과 자레드 베넷(라이언 고슬링)을 제외하면 서로 만나는 장면도 없이 독립적인 이야기를 끌고 가지만 연기력이나 편집으로 밋밋한 구성을 덮어버린다. 



두 번째 기름기는 ‘제 4의 벽’을 깨는 연출이다. 제 4의 벽은 연극에서 처음 나온 용어로 관객과 무대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을 의미한다. 자레드 베넷이 “솔직히 이 장면은 연출된 거고, 사실과는 달라요.”라고 관객에게 말을 건다던지, 마고 로비, 셀레나 고메즈 등이 나와 어려운 경제학 용어를 관객에게 설명하는 장면 등은 극의 재미를 더하는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일본은 주택시장의 버블로 ‘잃어버린 10년’을 겪었고 미국 역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최악의 금융위기를 겪었다. 이런 선례를 보고도 우리나라에서 503의 오른팔이 내놓은 ‘초이노믹스’역시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대책이었다.   

몇몇 기사를 엿본 결과 부동산 경기 활성화는 결국 많은 사람에게 돈을 빌려 집을 사게 해 시장에 돈이 풀리게 하려는 경기부양책이다. 즉 ‘돈이 풀려야 경제가 산다.’ 



경제학을 전공하지도 않고 경제 관련 책이라곤 몇 권 읽은 게 다라 유식하게 전문용어를 대면서 반박할 순 없지만 ‘상식적’으로 없는 돈을 찍어서 풀지 말고 몇 백조씩 쌓여있는 대기업 사내유보금을 푸는 게 맞는 방법 아닌가 싶다. 상위 30대 그룹의 유보금은 700조가 넘는다. 기업 관계자는 기업들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사내보유금이 시장에 풀린다고 말한다. 물가에 맞춰 직원들 월급 올리고, 비정규직을 정규직 화하거나 불안한 만큼 임금을 올리고 직원 더 뽑고 하면 시장에 돈이 풀리기 마련이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떨어지듯 당연한 이친데 ‘초이노믹스’니 개 같은 정책만 펼쳤으니 경제지표는 올랐을지 몰라서 실제 중산층을 포함한 다수의 삶이 팍팍해지는 것이다.



<빅쇼트>의 결말은 힘 빠진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가지고 온 수많은 금융인 중에 법적 처벌을 받은 사람은 한 명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라이언 고슬링이 고슬고슬하게 말한다. 권선징악을 꿈꿨던 우리에게 현실은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이다.   

<빅쇼트>의 감독 아담 매케이는 2016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금권정치에 휘둘리는 정부를 원하지 않는다면 거대 은행이나 석유회사 그리고 뻔뻔한 억만장자들의 돈을 받는 후보에게 절대 상을 주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썰전>의 패널이었던 강변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시장은 정부를 이길 수 없다.” 우리의 정부는 어떤가. 개 같은 ‘초이노믹스’가 가고 달이 떠올랐다.  

“서민을 괴롭힌 ‘미친 전세’와 ‘미친 월세’에서 서민들이나 젊은 사람들이 해방되기 위해서도 부동산 가격 안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다. 이 말을 등불 삼아 몇 년만 더 참아보련다.



미국은 뻔뻔한 억만장자들의 돈을 받는 후보가 아니라 억만장자 자체가 대통령이 됐다. 지구촌 이웃으로서 참 아쉽다. 어차피 결과론이지만 힐러리가 아니라 버니 샌더스가 민주당 후보였다면 트럼프를 이겼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자본주의 시장에 버니 샌더스가 대통령이 됐다면 세상이 바뀌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을 텐데 참 아쉽다.


매거진의 이전글 B급 영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