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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rk Oct 29. 2017

BBC 선정 21세 최고의 영화 66위

김기덕-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리뷰는 한 단어로 쓸 수도 있고 논문 수준으로 쓸 수도 있다.

한 단어로 쓰자면 윤회 or 순환 정도로 쓰면 될 것이고 길게 쓰자면 로저 이버트가 쓴 평론과 불교 자료를 찾아 잘 짜깁기하면 될 것이다.   


ps-로저 이버트가 쓴 리뷰



이 영화는 감독의 요구인지 배우의 역량인지 모르겠지만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가 다소 특징적이다.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노스님과 소년승과 사랑을 나누는 소녀의 연기가 그러한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처럼 양식적인 연기를 원했던 것인지, 나중에 장년승으로 출현하는 감독 본인의 연기 때문에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서인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그렇다.



노스님을 연기한 오연수는 반평생을 연기에 바친 노배우인데 인터뷰를 통해 “자연스럽게 연기한다고 리얼리티가 아니에요. 거기에 미적인 것이 들어가야지. 실제적인 게 리얼리티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틀렸어요.”라고 밝혔다. 배우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다소 어색했던 것이 사실이다. (영화에 몰입이 방해될 정도는 아니었지만)



투신 박성준을 닮은 동자승은 뱀, 물고기, 개구리에 돌을 매달고 그것들이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한다. 산속에 친구도 없이 얼마나 심심했겠는가. 괜히 노스님한테 놀아달라고 하면 불경이나 외라고 경을 칠 게 뻔하고. 그러나 이런 장난을 발견한 노스님은 노발대발하면서 네놈도 등에 돌을 매달고 다니라고 명령한다. 매정한 노스님....



이 영화는 봄-동자승, 여름- 소년승, 가을-청년승, 겨울-장년승을 각각 대입해 인생의 순환,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 결자해지, 업보 등을 이야기한다. 물 위에 떠 있는 암자에서 벌어지는 일은 고요하지만 각각의 계절마다 다른 이야기와 다른 감정을 설명한다.   


여름에 사랑했던 여인을 죽인 죄로 가을의 청년승은 경찰을 피해 다시 암자로 돌아온다. 노스님은 청년승에게 반야심경을 새기라고 하고, 그걸 다 새길 때까지 청년승을 잡으러 온 병진이 형은 또 한 번 나가 있기로 한다. 



그리고 겨울의 장년승은 여인이 놓고 간 아이를 발견하고 갑자기 몸에 돌을 매달고 산으로 올라가 합장을 한다. 아무래도 연기가 어색하나 싶었더니 감독 본인이었다. 도대체 감옥생활이 어땠길래 나름 수려한 가을의 청년승이 이렇게 변한 것인가. 배역만으로 한국 감옥 시스템의 비인간성을 고발한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과연 대종상 최우수상과 청룡영화상 최우수 작품상을 탈 만 하다.



그리고 다시 봄이 되자 여인이 놓고 갔던 동자승은 다시 박성준이 되어 있었고 자신이 어렸을 때 했던 장난은 그대로 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역시 나쁜 건 금방 배운다.) 


 이 영화에서 암자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위해 만든 세트다. 그러나 환경오염 우려로 영화를 다 찍은 후 철거했다.  



어쨌든 경북 청송 주왕산 국립공원에 만든 암자와 주변 자연환경을 담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김기덕 영화답지 않은 편안함을 준다. 영화가 주는 배경과 정적인 구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스토리는 큰 불편함이나 거부감 없이 잔잔하게 흐른다.   


 그러나 영화 중간중간 이런 흐름을 깨지 않으면서 김기덕 감독 특유의 불친절함이 묻어 나온다. 느닷없이 뱀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준다거나 수탉이 배 안으로 들어가 시끄럽게 운다던가 원래 없었던 고양이를 노스님이 키우는 장면들이다.  



불교에서 뱀은 스스로 광명을 터득하는 관자재보살의 화신이라고 한다. 허물을 벗는 과정이 자신을 버리고 새롭게 태어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여름에 등장하는 수탉은 정력과 남성성을 상징하고 가을에 등장하는 고양이는 깨달음을 의미한다. 물론 각 동물이 가지고 있는 비유는 해당 이야기와 깊은 연관이 있지만 세련되게 등장하는 게 아니라 내던지듯 등장한다. 이런 장면을 보면서 김기덕 감독답다는 생각을 했다.



개인적으로 양서류를 징그러워하기 때문에 박성준이 개구리를 만지는 장면도 보기 힘들었다. 엄마 말로는 어렸을 때 개구리 뒷다리 튀긴 걸 잘 먹었다고 하던데.......



BBC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영화 100선 중 66위에 꼽힌 이 영화는 간단할 수도, 복잡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무던하게 이어간다. 누군가가 그랬다. 쉬운 이야기를 어렵게 하면 ‘간지’가 난다고. 아마 그런 류의 최고봉에 서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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