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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oofs Nov 01. 2024

[장편소설] 붉은 눈 3부 -11-

내일 월경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서해산업을 뒤질 거야.

26

 김수필이 연구동 폭발 소식을 들은 것은 사건이 발생한지 한 시간 정도가 지나서였다. 부대표 성문은 그날 당직을 서고 있었다. 수필은 공단관리위원회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새벽녘에 황급히 일어났다. 곧장 성문에게 피해는 어느 정도이고 평양으로부터의 폭격이 있었냐고 물었다. 성문은 아직 정확하게 파악이 되지 않지만 누군가가 연구동을 의도적으로 폭발시킨 것 같다고 했다.


아이 씨팔. 어떻게 하지. 지하 2층의 연구동과 시설은?

건물이 통째로 화염에 휩싸이고 무너져 내렸습니다. 약과 설비 그리고 나머지 것들 모두 불타 없어진 것으로 봐야 합니다. 수필은 할 말을 잃었다.

그 모든 것이? 시설동은 어때?

시설 동은 큰 문제없습니다. 밤에 누군가 침입해 경비를 묶고 불을 질렀다고 합니다. 시설동은 불을 꺼큰 문제는 없습니다.

연구동 모든 시설들은 다 없어 진건가? 수필은 다급한 목소리로 성문에게 물었다.


 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수필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에 빠졌다. 공단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인가? 서해산업을 시해할 세력 업체? 아니다. 그런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있을 수 있는 것은 북쪽의 세력? 김병철 사령관? 굳이? 그럼 지난번 탈출했던 그 강석철인가 뭔가 하는 놈? 사령관이 자신의 수익과 관련된 업체에 테러를 가한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답은 북쪽에서 마약이 퍼지는 것을 경계한 세력정도다. 어쩔 수 없다. 일단 가서 피해부터 살펴봐야 한다. 김수필은 첫 차를 타고 월경을 해 업체에 도착했다.

 공단 관리자부터 시작해 소방 및 관리인원들이 이미 연구동 앞에 진을 치고 있었다. 김수필은 일단 실무적인 것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보험과 공단 운영 관계자들과 아침부터 미팅을 진행하고 피해상황과 책임 부분부터 살폈다. 문제는 화재나 기타 자연재해가 아닌 누군가의 고의적 테러라고 밝혀진다고 하면 피해보상이 막막하다는 것이었다. 그 부분을 두고 운영위원회와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당장 답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그들은 재차 당부를 했다. 오후가 되어서야 김수필은 업무를 챙겨 볼 수 있었다.  김전호의 부하 직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김대표님 일을 어떻게 처리하시는 겁니까? 화재와 테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가 되었는데요.

네. 월요일 새벽 서울에서 연락을 받았는데 누군가의 테러라는 의심이 강하게 드는 폭발입니다.

이것 보십시오. 김대표님 지금 일을 아주 곤란하게 만들고 계십니다. 몇 달 후 개성에 생산과 관리직 인원으로 파주에서 훈련을 받던 2차 요원들이 이제 그쪽으로 이동해 최종 실험을 앞두고 있습니다. 장비가 그쪽에 있기에 마무리 훈련을 거기서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일을 이렇게 처리하면 어떻게 합니까? 실장님이 아주 화가 나 계십니다. 일을 아주 곤란하게 만들었어요.

아 , 씨……난들 이렇게 될 줄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물론 대표인 저에게 책임이 있습니다만 이런 테러 같은 상황을 예측합니까? 테러가 사전에 고지를 하고 일어 난 답니까?

뭐요? 무슨 말을 그렇게 하십니까?

아니 그쪽에서 먼저 그렇게 얘기하신 것 아닙니까? 그것을 막지 못했냐고?

자세한 보고는 일단 실장님께 직접 하시기 바랍니다 이만 전화 끊겠습니다. 부하직원은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 버렸다.

진짜 욕 나오네.

김수필은 담당직원에게 모든 보안상황을 보고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CCTV는 사각지대가 너무 많아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몇 명이 움직이는 모습이 보이기는 했지만 신원을 파악하기란 불가능했다. 몇 시간 후에는 평화유지군이 와서 이래저래 여러 가지를 물어 김수필을 피곤하게 만들었다. 그는 귀찮은 듯 조사할 게 있으면 저기 연구동에 가서 폭발과 화재 원인을 찾아보라고 소리를 질렀다. 김수필은 사장실 책상의 물건을 두 손으로 쓸어 바닥에 던져버리고 소리를 질렀다. 내일 당장 김전호를 만나야 한다. 또다시 상황에 대해 물을 것이 뻔했다. 스트레스가 그를 짓눌렀다. 공단에 온 이래 최대의 위기인 것은 분명했다. 김병철 사령관과의 약속된 금액 그리고 매월 만들어 안보실에 전달해야 하는 금액에 큰 차질이 발생할 것이다김수필은 다음날 새벽에 통행이 이어지는 시간에 맞춰 남산의 안보실을 찾았다. 김전호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전호는 상황설명은 필요 없다는 듯 바로 말을 꺼냈다.


대안은? 김판수는 아직 처리하라는 얘기가 없었는데 왜 처리했나? 시험 삼아 파주 훈련 인원 2명을 올려 보냈는데 한 명이 죽었고.

한 명은 다행히 살아있고 지금은 생산 동에 있습니다. 한 명은 기존대로 사체를 처리했습니다.

분명히 뒤탈 나지 않게 처리를 한 게 맞지? 김전호는 확답을 요구했다. 노동 교화소에 있던 최초의 실험인원도 제대로 마무리한 것인가?

네 그렇습니다. 김수필은 강석철 일행에 대해 굳이 얘기를 꺼낼 필요는 없다고 느꼈다. 살아서 달아난 인원도 대 여섯 명에 불과했고 이들이 크게 위험을 끼칠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수필은 김전호와 리무영이 판문점 회담에서 한 얘기와 그들의 약속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김전호는 김수필이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건물복구에 최소 6개월의 시간이 필요할 듯싶고 장비를 새로 구매하는데 비슷한 시간이 걸립니다.

저도 김판수를 처리하지 않았고 김성호한테 물어보니 자신도 어떻게 된 것인지 이유를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래? 혹시 김판수가 위험한 짓을 벌인 것 같지는 않나?

주변에 적이 많아서 누군가 제친 것 같다는 얘기를 김성호가 하긴 했습니다.

시끄럽지 않게 처리가 됐어야 하는데 상황을 두고 봐야겠군.

김판수는 적을 만들고 다니는 성격이라 그날도 여자를 만나러 간다고 했는데 연락이 안 됐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발견됐으니 노리고 있는 세력에게 당한 것 같다고 하더군요. 김성호가 조직을 이어받고 기존대로 일은 진행됩니다.

으흠……김전호는 뭔가 매끄럽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혹시 실종된 마르크 박사의 짓인가? 그의 행방은? 아직도?

아직 모릅니다.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는데 교전 중에 민간인으로 사망해 북의 사체 처리 장소로 이동했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면 그게 가장 유력하죠.

결국 마르크박사가 그렇게 되었다는 말인가. 평화 유지군 쪽도 알아낸 게 없다고 했고. 그가 마지막 데이터를 보내지 않았는데. 그건 어떻게 된 거야? 그가 실종되기 전에 실험데이터가 남아 있었는데 중앙컴퓨터에 암호가 걸려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올 때까지 기다렸죠.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실험데이터는 전송이 되었을 겁니다.

그래도 찜찜하단 말이야. 마지막에 혹시 뭐가 더 있는 것인지. 암튼 어쩔 수 없지. 시간이 더 필요하겠구먼 생산 동에서 나오는 물량으로 당분간은 버티고 새로 물건이 만들어지면 그때 모자란 것을 채워야겠네. 생산동에서 물량을 생산하는 것은 알아봤어? 김성호는 고분고분해?

김판수의 대안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겁니다. 밑에서 같이 한 게 있으니. 뭐든 새로 시작하면 열심히 하는 법이죠. 그리고 생산동에서 물건을 만들려면 장비를 세팅하고 해서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알았어. 그만 나가보게. 아참, 국정원이나 국수본 그리고 평화유지군 부대가 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어. 대충 둘러대서 보내도록 해.

알겠습니다.


 개성으로 돌아온 김수필은 일에 매진했다. 일단 무너진 연구동을 다시 짓기 위해 필요한 설비와 발주 및 입찰 관련해서 공단위원회와 매일 미팅을 했다. 비용과 관련된 부분도 문제였다. 공단위원회에 여러 혜택과 제도를 알아보고 있지만 단시간 내에 결정되기는 어려워 보였다. 업체들끼리 수익에 일정 부분을 모아 운영자금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건물착공과 설계 등은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었기에 김수필은 여러 곳을 뛰어다니며 방법을 찾고 있었다. 문제는 또 있었다. 연구동에서 생산된 물건의 판매였다. 수필은 김병철 사령관 쪽에 당분간 물량을 생산하기 어렵기에 보낼 물건도 수익도 없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당분간 수익을 만들 수 없을 거라는 말도 전했다. 김전호의 말대로 평화유지군 폭발물 담당관이라고 하는 사람이 개풍군에서 와 현장을 조사하고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다음날은 국정원에서 똑같은 내용을 파악하러 온 것 같았다. 이것저것 대답하고 난 후에 그는 진이 빠지기 시작했다. 국수본에서 또 온다고? ‘아주 단체로 이것들이 사람을 말려 죽이려 하는군’, 와서 같은 것만 물을 텐데. 매월 말일 결산과 정산 그리고 빠진 생산인원을 추가로 보충하려 개성임시정부에 상황을 얘기해 놓은 상태였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확답을 받을 수 없었다. ‘제기랄 되는 일이 없네’ 그는 중얼거리며 연구동쪽으로 향했다. 수필은 연구동을 다시 살폈다. 3층 건물 자체가 무너져 내렸고 건물의 기둥은 폭발로 인해 검게 그을린 모습이 보였다. 위험, 출입금지라는 표지판과 붉은색 나일론 줄을 건물 앞에 처 놓았다. 김수필은 직원을 시켜 중장비로 잔해를 치워놓으라고 지시했다.


한밤중 그는 지하입구로 들어가는 문을 찾았다. 건물의형태는 남아 있었다. 김수필은 지하층의 입구를 찾고 대형 니퍼를 사용해 힘겹게 문을 밀어 열었다. 손전등을 들고 지하 1층 안으로 들어간 뒤 다시 2층으로 내려갔다. 1층에는 타다 만 동물사체와 시설의 잔해들이 시커멓게 그을려 있었다. 일부는 타버려 형체를 분간하기힘들 정도였다.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벽면은 온통 그을음으로 뒤덮였다.


플래시를 비추자 그을음이 검은색 파도처럼 물결치는 듯했다. 한층 더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 2층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중앙계단과 통제실에서 손전등으로 전체를 비춰보았다. 그는 210호 실을 찾았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열었다. 비상전력이 아직은 작동하는 모양이었다. 수필은 그 앞에 섰다. 거대한 수조의 푸른빛이 그의 망막을 때렸다. 그 안에는 죽은 연경이 알몸으로 누워있었다. 초기 실험실을 만들 때 샘플을 보존하기 위한 시설로 비상발전기가 연결되어 있었고 비상 전력은 일주일 정도 유지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김수필은 샘플 보존을 위한 공간에 연경을 넣어 영원히 자신의 곁에 두려 했다. 그날 연경이 공단과 개성을 떠나면 수필은 아마 다시는 그녀를 만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수필은 연경의 차량이 개성으로 들어가기 전 사람을 시켜 교차로에서 사고를 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날 교차로에 도착하기 전 그녀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보고 마취제로 기절시켜 납치한 후 연구동으로 데려 온것이다. 수필은 그녀를 지하 2층으로 데려와 샘플 수조에 넣고 방부액을 부었다.


수필은 그녀가 이제 영원히 자신의 소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무엇인가를 절실하게 그리워한 적이 없었다. 대학 때부터 그녀가 거의 유일한 그의 이상적인 대상 그 자체였다. 연경에 대한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연경을 영원히 곁에 두고 싶은 수필의 이러한 행동은 어찌 보면 그의 삶의 방식에서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무엇인가에 몰두하면 주변의 상황과 평판 그리고 판단에 신경 쓰지 않았다. 오직 목표한 것을 집요하게 추구해 나갔다. 김전호가 그를 이쪽으로 보낸 것은 그의 성격과 특성을 모두 파악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김수필은 한 시간여 동안 그는 연경만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조만간 이곳을 그만둬야 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수조에서 눈을 감고 있는 연경을 보며 자신이 먼저 그녀를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수필은 의식이 없는 육체만 있는 대상에게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연경아 잘 있어라.’


 정엽이 공단의 서해 산업을 찾아온 것은 연구소 폭발 뒤 며칠 후였다. 그는 수필에게 여러 가지를 캐 물었고 어쨌든 김수필은 최대한 의혹을 갖지 않도록 조심해 대답했다. 다만 그의 표정에서 곧 증거를 가지고 다시 오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연경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자신의 말을 그가 어디까지 믿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 오래전 일이지만 그녀가 자신에 대해 말을 했을 수 있다. 정엽은 그 부분을 확인하려 한 것인지 모른다. 수필은 자신의 사무실로 <쾌락의 정원>의 그림 앞에 섰다. 그림을 밀고 안에 있는 벽장의 문을 열고 현금과 무기명 채권을 가방 밑에 챙겨 넣었다. 조금씩 현금을 덜어 놓았기에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주 월경을 하면서 가져갈 생각이었다.

폭발사건을 조사하느라 정신이 없는 틈을 타 지금껏 모아 놓았던 것들을 챙겼다. 평화유지군 무궁화 부대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이병수는 죽었고 그 이외에 얽힌 사람은 없다. 국정원은 김전호가 손을 써 놓았을 것이다. 문제는 국수본이었다국수본과 국정원이 따로 온 것을 보면 두 기관 사이에 알력싸움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김전호 실장과는 다른 라인이 수사를 한다고 나서서 여기에 왔을지 모른다. 김수필은 머리가 아팠다. 공단이고 뭐고 이제는 지긋지긋한 개성과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었다아직 거둬들일 것이 남았다. 그것부터 해결해야 한다.



수원은 정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낯선 천장이 보였다. 거대한 쇳덩이가 온몸을 짓누르는 듯한 통증도 함께 찾아왔다. 서울로 진입하는 외각 국도변 교차로에서 차를 세워 놓고 신호 대기하는 도중에 그는 사고를 당한 것이다. 트럭운전자는 졸음운전을 했다고 진술했다. 교차로 진입로에 있던 수원의 차량의 앞을 들이받았다. 그 충격으로 수원의 차는 두 바퀴 반을 회전해 멈췄고 제방을 굴렀다. 차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졌지만 안전벨트와 에어백 덕분에 수원은 목숨을 건졌다. 큰 부상은 당하지 않았고 바로 구급대를 통해 병원으로 실려 왔다. 그는 다음날 오후나 돼서야 깨어났다. 휴대폰을 확인하니 정엽과 연희로부터 여러 통의 전화가 와 있었다. 그는 몸을 일으켰다. 다행히도 골절이 되거나 하지는 않은 듯했다. 그는 둘에게 차례로 전화를 걸었다.
  

야, 너 뭔 짓을 하기에 전화를 안 받아. 어제 또 클럽 갔어? 뭔 일 있는지 알고 걱정했잖아. 연희도 물어보던데.  정엽이 나무라듯 말을 꺼냈다. 정엽은 다급한 소리로 말했다.

김포의 농가주택 압수수색하고 있어. 그 집에 뭔가 있어. 수원은 다급하게 말했다.

뭐? 뭐가 있다는 건데? 정엽이 물었다.

지난번 얘기했던 수상한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집 있다고 했잖아. 어젯밤 잠복하다가 한 노인이 있는 것을 봤는데 그 농가주택 필지와 설계도를 본 기억이 떠올랐어. 집이 두 채고 안쪽에 별도의 공간이 있을 거야. 그 천막이 있는 곳에. 그 집을 나오고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에 누워있어. 사고가 전혀 날 곳이 아니었는데 일부러 그런 것 같아.

괜찮아? 다친 곳은?

크게 다치지는 않았어. 잠시 후유증이 있어서 병원에 있어. 검사했는데 큰 이상은 없대. 팀원에게 상황을 알렸어. 여기 마약 거래장소 같다고 하고 압수수색이 필요하다 요청했지. 단서가 나올수 있어. 확인하는대로 알려줄게.


 수원아. 내일 다시 월경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서해산업을 뒤질 거야. 너의 아버지 일이나 다른 것들도 뭔가 실마리가 풀리겠지. 파일에서 서해산업과 관련된 단서가 나왔어. 서해산업에서 여러 인체 실험을 한 거야. 파일에는 그 내용이 기록돼 있었어. 최적의 약물투입의 양과 방법, 고통을 줄이기 위한 근력운동. 그리고 뇌의 칩을 이식해 뇌를 스캔하고 공간에 투영한 뒤에 의식을 주입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었지. 여기에 마르크 박사의 계약 내용도 들어있었어. 서해산업에 관련된 일을 진행하다는 내용과 함께.

우리가 생각한 게 거의 맞았네. 아버지가 개성이라고 마지막에 메시지를 남긴 것도 이해가 가. 이들은 아마도 개성에서 물건을 들어왔을 것 같아. 그걸 말한 것 같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 김판수는 개성에서 물건이 생산될 것을 알았어. 김주영 선배가 숨이 멎을때 얘기한 것으로 보여. 그걸 김선배가 마지막으로 남긴 거고. 김판수가 경찰에 분명히 끈이 있겠지. 그럼 이 모든 것을 설계한 경찰관계자는 오정훈이 유력하겠지. 증거가 있어냐 하고.

이제 김수필을 데려와야겠네.

그래 어디까지 연결돼 있을지가 나올 거야. 김수필이 꼬리일 수도 있고.

 네 아버지의 명예도 회복할 수 있어. 개성에 가면 전화가 안 될 수도 있어. 정엽이 말했다.   

잘하고 돌아와 총 맞지 말고. 김수필 거래처와 월경한 물품들은 다 압수수색 요청해 놨겠지. 김수필도 출입국사무소도 연락했을 테고.

그래 맞아. 돌아봐서 보자.

수원은 전화를 끊고 앞으로의 할 일들이 무엇인지를 생각했다. 아버지의 죽음과 연결돼 있는 당시의 수사관들과 오정훈 대장 아니 이제는 치안감이 됐나? 이들도 뭔가 관련돼 있다. 어디까지 가는지 한번 보자. 다 찾아낼것이다. 수원은 병원에서 나와 광수대로 향했다. 의사의 만류가 있었지만 몸에 큰 이상은 없었다. 머리가 가끔 아프고 어지럽기는 했지만 견딜 수 있을 정도였다. 전날 인천광역수사대가 수원이 말한 집에 급습했을 때 석철 일행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 뒷정리를 하고 이미 집을 나선 것이다. 집에는 노인만이 남아 있었다. 경찰은. 마약 재배 신고가 있었다는 말과 함께 노인의 집과 천막 뒤의 별채를 뒤지기 시작했다. 여기저기를 뒤졌지만 특별한 것은 나오지 않았다. 노인은 대체 무슨 일이냐고 따지듯 물었다.


아무것도 나온 게 없습니다. 이미 다 정리한 것 같은데요. 팀원 중 한 명이 말을 꺼냈다.

쓰레기통 하고 소각한 것 중에 단서 나올 만한 것도 다 찾아. 팀장은 과학수사대와 팀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CCTV가 있었던 흔적이 있습니다. 과학수사요원이 증거가 될 만한 물건 것들을 찾아내고 있었다. 마약탐지견이 건물 뒤 창고로 쓰던 방의 이부자리에서 낑낑거리고 있었고 수건 그리고 피가 뭍은 휴지와 붕대 등 쓰레기 등을 모았다.

단서가 될 만한 것은 다 가지고 가서 검사 시작하지. 어르신 여기 자료 어디 있어요? 일단 저희하고 경찰서로 가서야 되겠습니다. 마약복용 의심 정황이 있고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경찰은 압수된 증거물과 노인을 데리고 차를 출발시켰다. 탐지견이 발견한 마약 거래 의심 품목은 국과수로 보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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