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미국 남부 새해음식 호핑존 (Hoppin' John)

된장과 김치로 재해석

<야채와 김치, 베이컨>


오늘도 혼자만의 스탶밀은 냉장고를 부탁해.


양파, 버섯, 신김치에 베이컨과 식은 밥. 뭘 할까, 볶음밥을 할까 하다가 불현듯 떠오른 것이 호핑존. 호핑존은 미국 남부의 요리다. 미국인의 주식은 밀과 쇠고기라는 인상이 있지만 사실 남부는 밀농사에 기후가 맞지 않아서 쌀을 주식으로 했었다. 육류로는 돼지고기가 주식. 돼지고기에 기생충이 있어서 날로 먹으면 안 된다는 학설은 미국의 쇠고기 업자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라는 설이 있다. 기생충이 꼭 없다는 건 아닌데, 날고기에 기생충은 어떤 종에라도 있을 수 있는 것. 쌀농사도 미국 농업지원의 순위가 밀과 옥수수, 대두 등으로 편중되면서 수출경쟁력을 못 찾고 없어진 산업이다. 이걸 남부에 대한 북부의 주도권을 확인한 남북전쟁의 연장으로 받아들이는 남부 농업인들도 많다고 한다. 근래에 남부의 쌀농사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고 한다.


<소시지 추가>


각설하고, 호핑존이라는 이름은 근거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는 이름이다. 역사적 기록 같은 것이 없는데다가 음식 맛이나 재료 등에서 실마리를 잡을 수도 없는 요리. 본래 서아프리카 출신 노예들의 음식이었고, 남북전쟁 이후에 피폐한 남부에서 구황작물들을 끌어모아 먹던 음식이라고도 한다. 존슨탕과도 일맥상통한다. 존의 아들이 존슨이니 뭔가 라임도, 의미도 연결된다. 물론 배고픔의 시대가 지난 요즘은 남부의 새해음식으로 먹고 있다고도 한다. 


쌀과 콩류가 중심인 요리다. 거기에 무엇이든 채소류를 넣고 거기에 베이컨이나 소시지 등을 넣는데 구황작물 시대에는 육류는 아마 언감생심이었던 듯. 


미국의 쌀은 서아프리카에서 노예들과 같이 들어와서 노예들에 의해 경작되고 노예들 사이에서 먼저 소비된 곡물이다. 호핑존과 비슷한 요리가 세네갈에 있다는데, 우리식으로 하면 한마디로 콩밥. 콩과 쌀을 주식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어디 신기할 것은 없는 음식이다.


<밥>

본래는 채소와 햄볶음을 따로 하고 콩을 또 따로 삶고, 거기에 밥을 따로 요리해서 덮밥식으로 내는 음식이다. 나도 그러려고 했지만 문제는 밥. 이 밥은 매우 훌륭한 특등급 쌀로 지었는데 문제는 이 쌀이 바로 먹을 때 딱 맞춤하게 하면(나는 고두밥이 좋다) 냉장고 안에서는 딱딱하게 벽돌화 된다는 것. 전자렌지를 돌리면 먹을만은 하지만...


고심끝에 같이 넣고 볶아버리기로 했다. 한국인이 모든 요리를 마무리하는 볶음밥과도 비슷한 음식이다. 김치가 들어가니 특히나 그렇다. 여기서부터 호핑존과 본격적으로 갈라졌다고 해야할까. 덮밥과 볶음밥은 다른 것이니까.



<밥이 딱딱해>

어휴, 전자렌지 한 번 돌려서 넣을 걸. 이걸 다 바스루느라 힘 깨나 썼다.


<일단 완성>

무어 어쨌든 결국 완성. 그런데 이 시점에서 살짝 다른 생각이 들었다. 냉장고에 냉동해둔 박.


<박추가>

냉동박은 생박과 달리 텍스쳐가 열에 매우 약하다. 조금만 덥히면 쫄깃한 맛이 사라지기 때문에 그냥 밥 위에 올리고 뚜껑 덮어서 조금 덥히는 정도로.


<호핑존 볶음밥?>


호핑존이 좀 이상한 족보불명의 요리가 되었다. 고수를 좀 썰어넣으니 어쨌거나 맛만 좋다. 홍천 살며 채식할 때 베지테리안 버젼으로 먹었었는데 사실 별 맛이 없었다. 베이컨과 소시지가 들어가니 확실히 좋다. 다음번엔 고슬하게 밥 지어서 해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전주 송철국수에서 배운 국수맛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