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지 않아도 맛있는 불고기
한우 차돌이 남았다. 차돌된장을 끓이자니 뭔가 고기가 아깝다. 새로운 걸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
일단 냉장고에 남은 채소를 끌어모아본다. 그 흔한 양파가 하나 없네 원.
등심에서 마블링 찾느니 그냥 차돌 구워먹고 말지.
홍고추도 둘.
만들어두었던 산초기름을 베이스로 쓸 작정이다. 산초에 올리브유인데, 실은 올리브유를 쓸 필요는 없다. 올리브유는 고품질이 될수록 향이 강하고 쓴맛도 우러나는 편. 이건 고급 올리브유는 아니지만 그래도 향을 쓸 것도 아닌데 엑스트라 버진급은 오버였다. 산초가 강하니 좀 담궈두면 향은 산초로 정리되긴 한다.
거기에 콩맛이 진한 정선의 시골막장을 두 큰 술 정도 넣고 채소를 먼저 볶는다.
불고기같이 해먹어보겠다고 차돌을 잘랐는데 이건 잘못 했다. 고기가 불고기용보다 후러씬 얇고 지방도 많아서 이렇게 작게 자를 필요가 없었다. 가뜩이나 오래 볶을 수가 없는데, 불고기 국물에 차돌의 달큰한 지방맛이 벨 시간이 없는 것이다.
뭐 나쁘진 않았다. 산초향도 은은하고(사실 이것도 예상을 벗어난 것), 된장은 구수짭쪼름 한데 차돌은 부드럽게 씹혀서 넘어간다. 이런 재료로 뭔가를 맛없게 하는 것도 아주 힘든 일이다.
그냥 차돌된장을 쓿인 것과 만족도를 비교해보면 조금이지만 차라리 된장을 끓일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정도. 언제 다시 해봐야 하나.... 현재로선 그럴만한 동기도, 오기도 안 생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