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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골육수 우리기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는 육수

<한우 사골>

연말연시에는 사골을 끓인다. 떡국 먹으려고.

이번엔 강릉에서 사귄 친구들과 같이 먹을까 해서 좀 많이 끓였다. 사골과 잡뼈 약 1.2Kg 남짓으로 1:1 배합. 합이 2.5Kg 정도.


<잡뼈>


사골은 어려운 것 없고 시간과의 싸움이랄까. 일단 핏물 빼는 것부터가 시간이 엄청나다. 이렇게 흐르는 물에 담궈 핏물을 빼는데 서너 시간 계속 해도 핏물은 계속 나온다. 이것도 그냥 물만 흘려놓으면 잘 안 빠지고 밑에 고인 핏물을 한번씩 뒤집어 쏟아줘야 한다.


<애벌 끓이기>


네 시간쯤 핏물을 뺏다고 다 된 게 아니다. 일단 애벌로 한 번 끓여야 한다. 팔팔 끓기 전에 이 물을 따라낸다.


<애벌>


상태가 이렇다. 핏물을 그렇게 빼도 말이다. 이렇게 끓여서 한 번 빼면 핏물빼기는 이것으로 마지막. 이제 본격적으로 끓이기 시작한다.



끓은 물이 펄펄 올라올 때까지 한 번 끓여주면 중약불, 혹은 약불에 놓고 뭉근히 고아내는 것이다. 한우 양지살 한 덩이도 추가. 이 살이 손만 대면 슬슬 찢어질 정도로 오래 끓인다. '하룻밤' 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다.


<초벌 끓이기>

보통은 그냥 뼈와 고기 삶은 물만 따로 따라내서 2~3일 내에 못 먹을 것 같으면 냉동보관한다. 초벌은 지방과 단백질이 어마어마하게 나와서 젤리같이 되는데, 그래서 부패도 빠른 편. 그리고 맛이 너무 느끼하고 진해서 내장파괴 느낌이 든다.


이건 채소를 넣고 끓인 새로운 시도. 어차피 넣을 것... 이라는 생각이었는데 사골 특유의 뽀얀 색을 헤쳐서 약간 후회했다. 떡국의 우윳빛 자태는 역시 무시할 것이 아니었다.


 

이런식으로 세 번, 혹은 네 번 정도 우린다. 더 우려도 뭔가 맛이 나오는데 사골의 가운데 골수 부분이 쑥 빠지면 대체로 그 정도가 마지막. 두 번이나, 대개 셋째 번에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 이렇게 차수가 늘어나 묽어진 사골국물을 초벌과 섞어서 쓰면 좋다.

사골이 이렇게 뻥 뚫리고도 사실 국물은 계속 우러나온다. 오죽하면 사골이 '실이 노이 되도록' 계속 우려먹는 일의 환유법의 단골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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