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국을 끓일 것이 아니라면 불고기도 좋지
복어회 같은 것이 나가고 나면 머리와 뼈 주변에 붙은 고기가 남게 마련이다. 복국을 끓여서 같이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국물 요리가 따로 나갈 때는 그냥 냉동실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이 냉동복어도 역시 냉동실 비우기 캠페인의 대상이 되어(몇 달은 묵었단 얘기다), 어찌 먹어볼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복지리 끓이면 무난한데, 이런 스탶밀은 실험적으로 접근하는 게 Alteractive Salon의 방침이라.
불고기 양념은 간장과 당이 중요. 간장은 간만에 해인사통 간장. 해인사에서 직접 생산하는 것은 아니고 뭔가 라이선스 사업 같은데, 간장의 특징은 진하고 짠맛과 감칠맛, 그리고 장향이 공히 강한 편. 가끔 국간장으로 쓰기에 부담스럽단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양 조절 하면 될 걸 뭘 부담), 냉장고에서 특유의 육향은 사라지고 뭔가 냉동실 향들을 흡수했을 것만 같은, 찰진 식감 다 빠지고 조금은 푸석한 느낌의 복어를 위해서는 이런 진한 맛이 필요할 것 같더란 말씀.
피망, 양파, 배추 등을 넣고 간장과 당을 넣고 끓인다. 당은 일단 호박청, 그리고 아마도 생강청을 썻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냥 설탕보단 이렇게 청을 쓰는 게 필요한 향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좋다. 백설탕은 음식에 하얀칠 하는 느낌이라 많이 넣으면 단맛히 하얗게 덮히는 느낌. 좌우간, 이렇게 채수부터 조금 우려내고 난 후에 복어를 투하한다.
싱싱한 복어라면 기름에 좀 볶다가 그 후에 국물로 가겠지만 냉동복어는 물기가 급히 빠질 것이라 제법 진한 채수를 우리고 난 후에 넣는다. 물빠진 빈틈을 채수가 재빨리 메꿔줘야 푸석하고 맛 안 들은 맥빠진 복불고기가 안 될 것이라.
이 국물엔 두 가지 킥이 있다. 한 가지는 통후추, 그리고 마지막에 고오급 참기름 약간.
냉동실에서 블럭화 되던 복어 머리와 뼈 조리한 것 치곤 제법 만족스럽게 나왔다. 하긴 간장이며 기름이며 들어간 재료를 생각하면 맛 없으면 내가 나쁜 사람이지. 원래 원했던대로 냉동복어의 식감을 꽉찬 육수가 어느 정도 메꿔줘서 스스로 칭찬해주었다.
요즘 보면 수육은 물론이고 불고기 같은 양념한 고기도 와사비 간장 등에 찍어먹던데 왜들 그러는지... 그냥 와사비불고기 같은 것을 만들던가. 불고기집이 양념에 자신이 얼마나 없으면 와사비로 가리나 싶기도 하고.
이날은 노점에서 파는 맛있는 청국장을 사온 김에 곁들임으로 생청국장을 좀 올려보았다. 궁합이 좋은 것은 모르겠지만 맛난 청국장을 복불고기에, 밥에 같이 올려 먹는 재미는 쏠쏠했다. 이 할매가 요즘 잘 안 보이시는데 건강 하신지, 추위가 풀리면 나오실지 걱정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