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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 스카이젬 호텔 조식

맛있는 조식을 먹으며 삽질을 되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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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밤의 삽질은 그저 공항에서 퇴각한 것만이 아니고 후편이 있다.


불현듯 공항탈출해서 예약해둔 숙소가 있는 도심지로 왔다. 일단 차에서 내리고 나니 여긴 뭐 강남거리 방불케 하는 불야성. 아니, 새벽 2시가 넘었는데 요즘 한국 사람들은 이 시간까지 잘 안 노는 것 같던데. 강남은 몰라도 강릉은 확실히 그렇다. 알고보니 여기가 레딴똥, 일본인 거리이자 호치민 최고의 유흥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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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숙소 예약이란 건 이날도 아니고 다음날인데 혹시나 해서 찾아갔지만 문이 잠겨 있다. 호텔 같은 곳이 아니라 에어비엔비 같은 느낌이라 따지고 보면 이상한 것도 아니지. 5박6일 여행에 거대한 수트케이스를 끌고 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입던 겨울옷을 보관해야해서 부피가 좀 있다. 게다가 장시간 비행에 지친 몸은 고달프다. 터덜터덜 다시 대로변으로 걸어나와 어디 들어갈 곳이 없나 헤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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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유흥가면 모텔 같은 것은 촌을 형성해야 하는데, 여긴 또 그런 분위기는 아니고. 드믄드믄 있는 호텔은 빈 방이 없거나 너무 비싸거나.


본래 은행과 호텔은 가장 어려운 시점에 있는 사람에게 가장 비싼 요금을 물리는 곳. 이런 야심한 시간에 워크인 고객이란 본래 호구라고 마빡에 써붙이고 들어간 것이나 진배 없다. 꼭 바가지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호텔 급에 비해서 과하다 싶은 요금들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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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날이 춥지도 않고 길거리가 심심지도 않으니 뭐 그냥 길거리에서 사람구경 하며, 편의점 맥주라도 마시며 몇 시간을 더 때울까 따위의 생각을 하다가 들어간 이 호텔은 그런대로 합리적인 가격. 겨우(!) 150만동 정도였다. 최초 예약한 숙소는 50만동이니까, 객기 부리다가 급 후퇴한 댓가는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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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베트남 커피는 듣던대로 상당하군. 주로 인스턴트 커피용으로 쓰는 로부스타종을 재배한다고만 들었는데, 이 커피는 만족감을 준다. 카카오향과 크리미한 느낌, 캄보디아에서 마시던 커피와도 닮은 곳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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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동짜리 숙소는 가보고 마음에 들어서 연장해서 계속 묵었다.

베트남 물가는 싸서 50만동이면 그 중 물가 비싼 이곳 레딴동에서도 90분 마사지가 충분하고 나중에 갔던 4성급 호텔 뷔페도 60만동 정도. 길에서 파는 커피나 반미는 3~5만동 정도니까 150만동이란 건 여기선 하루를 제법 호사스럽게 살 돈이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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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스카이젬 호텔은 뭔가 일본계에서 운영하는 듯. 곳곳에 일본어 안내도 그렇고 조식 먹으며 보니 일본인 손님들이 꽤 있다.


스태프들이 매우 친절하고 아침식사를 맛있게 해서 돈이 아깝지 않았지만.... 하지만 역시 새벽 2시 이후에 들어가서 몇 시간 있다가 나온 생각을 하면 돈이 안 아까울 수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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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여행러란 적응을 잘 하는 법이라지만, 물가가 싼 나라에서 삽질을 해서 드나마 다행이었다. 호주 같은 곳에선 이런 삽질을 했었다면 뭔가 진짜 길에서 밤 샜어야 했을 각이었는데 말이다.


그나저나 테이블 매트가 얼터렉티브 살롱에서 쓰는 것과 완전 똑같네. 아마 메이드 인 베트남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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