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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의 몸값에 대하여

횟감이 되어야 몸값이 오른다

생선 몸값 비싼 것은 회로 먹을 수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다. 참치, 방어, 다금바리 등은 다들 크기가 어지간 해서 회 뜨기가 쉽다. 이런 생선들이 우선 몸값이 비싸고 다음으론 양식이 되는지 여부다.


앞서 말한 생선은 우리나라에선 양식이 되지 않아서 몸값이 비싸다. 참치는 일본에선 양식이 양산화 단계에 들어선 모양이고 우리나라도 상업화 직전 단계라곤 하는데, 남획 등으로 수가 점점 줄어드는 것을 보충할 순 있겠지만 고등어나 삼치 따위를 먹이로 주어 몇 년이나 키워야 하는 참치 가격이 양식으로 확 내려갈 것 같진 않다. 양식이 잘 되는 광어, 우럭도 자연산에 비해서 엄청나게 싼 것은 아니니까. 


회로 먹을 수 없는데 비싼 생선은 갈치 정도. 갈치는 옛날엔 고등어와 쌍벽을 이루는 싸구려 생선으로 군대 급식에 나갔다고 한다. 지금은 남획 등으로 매우 귀한 몸이 되었지만. 갈치는 살이 워낙 무른데다가 활어 상태로 살려서 수송할 수도 없어서 회로 먹을 수 있는 것은 산지의 항구 근처에서 뿐이다. 


<동해안에도 점점 자주 나타나고 있는 참다랑어>


회로 먹을 생선은 대개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 째로 상당한 사이즈가 확보되어야 한다. 작은 생선도 회를 뜰 수는 있지만, 회를 뜨는 노동에 대한 보상이 쉽지 않다. 작은 생선도 뼈째로 썰어 먹긴 하지만(새꼬시) 이런 작은 생선들은 벌써 가격 차이가 난다.

둘 째로 '활어' 상태로 사람들이 먹을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사람들이란 바닷가가 아니라 멀리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다. 잡자마자 죽어버린다는 류의 생선들은 실격이다. 앞서 말한 갈치, 고등어, 밴댕이 등이 회로 먹어도 참 맛있지만 회가 대중화 되지는 못하는, 활어차로 수송이 불가능한 섬세한 성격의 생선들이다. 일본식의 선어 문화는 아직 우리 일상은 아니고, 이런 생선들은 죽어서 살도 빨리 무르는 편이다.




전국 어디를 가나 횟감으로 단연 광어, 그 다음이 우럭이겠다. 살집이 넉넉해서 포뜨기에 좋고 활어차로 상당 기간 살려서 수송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생선들이다. 요즘은 제주와 남해안 일대에서 대량으로 양식에 성공해서 가격도 많이 내려가고 전국 어디든 활어회 형태로 소비할 수 있다.


지금이 6월이지만 물고기 계절로는 이미 여름이다. 여름이 되면 동해안엔 맛난 물고기가 적다. 오징어 정도가 제철이고, 제철이 따로 없다는 쥐치가 자연산으론 그래도 맛이 꾸준한 편. 역시나 광어, 우럭이 이 때는 괜찮은 것같다. 그렇다고 동해안에까지 와서 양식산 광어 우럭을 먹을 이유가 있나 싶긴 하지만. 


<대구횟대구이. 지느러미만 봐도 회 뜨기 싫어지는 생선이다>


사실 여름에 권하고 싶은 생선이 있다. 횟대다. 횟대기라고도 부르는데, 이 생선은 여름에 정말 맛있다. 여름에는 동해안 생선 중에서 가장 맛있는 횟감이 아닐까 싶은 정도이고, 유명 낚시 인플루언서 '입질의 추억'에서도 여름의 동해안에선 놓칠 수 없는 생선으로 추천하고 있다. 특히나 밝은 노란색이 눈에 들어오는 대구횟대가 더 맛있다.


그런데 이 횟대기는 주문진 어시장 같은 곳에 가면 만 원에 한 바구니씩 잡어로 팔린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바닷가 사람들은 이 생선 맛난 것을 모를리 없으련만 왜 이렇게 잡어로 팔리는 것일까?


이유는 단순하다. 횟감으로 대단히 부적절한 생선이기 때문이다.

우선 크기에 비해서 살이 적다. 먹성이 좋아서 작은 오징어 한 마리가 통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새끼 참치 손질하다 자주 겪는 경우다), 그 얘기는 몸에서 내장이 차지하는 공간 비율이 어마어마하다는 뜻.

 

표면은 미끈거리는데다가 지느러미 가시는 거의 흉기 수준이라 손질하다가 손 다치기 딱 좋다. 게다가 등뼈는 또 어찌 억신지, 닭뼈보다 두꺼워 왠만한 칼은 들어가지도 않는다. 그러니 포를 뜨는 것도, 뼈째 써는 것도 불가능한 것. 그래서 천상 구이나 탕으로나 먹을 것인데, 그렇게 먹을 때도 또 고등어나 청어 같이 넉넉한 살집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잔가시며 지느러미 뱉어내느라 정신이 없다.


다시 말하지만 생선의 가격은 회로 먹을 수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진다. 생선회 같은 것을 전국민이 꾸준히 먹는 거의 유이한 나라가 한국과 일본이고, 일본에서 따지는 고급어종도 대략은 회로 먹을 수 있는지 아닌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횟대 같은 맛있는 생선을 회로 뜨는 데는 상당한 기술과 공이 들어가는데(그래서 안 함), 나는 가끔 횟대 손질하다 일부를 잘라내서 회로 한두 점 먹고 혼자 즐거워하곤 한다. 


어느날 횟대 회가 알려진다면, 혹은 로보틱스가 발달해서 사람 대신 로봇이 회를 뜨는 날이 온다면 갑자기 몸값이 오른 귀한 생선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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