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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순두부샐러드 @ 월화거리 야시장

로컬푸드의 야시장 도전기2


수입산도 마다하고 국산으로만도 안 되고 로컬푸드를 쓰려다보니 단가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었다. 다른 매대들의 눈치를 봐도 다들 가격이 높지 않았다. 야시장이란 곳이 가격이 너무 높아도 곤란하긴 하다. 노상에서 음식을 먹어야 하는 조건이니까. 그래서 첫 주에는 순두부를 국산콩이 아닌 수입산콩 사용한 것을 쓰고 6천원의 가격을 책정했다.


그런데 막상 실전에 돌입하니 다들 가격을 조금씩 올리는 눈치고, 고기를 재료로 한 식사류의 경우 대개 8천원 이상에서 형성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이기도 하고, 로컬푸드 얘기하면서 수입산 콩두부 쓰는 것이 마음에 걸려서 1천원을 올리고 국산콩순두부를 쓰기로 했다.

 


국산콩도 국산콩순두부도 대략 수입산의 2배 정도의 가격이다.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큰 편이다. 하지만 1천원을 올린다면 재료비 상승은 상쇄하고도 남는다. 이윤율에도 크게 흠이 가지 않는다. 


그럼 실전에서 판매는 어땠을까?


예상은 좀 했지만 실적은 거의 20개 매대 중 전체 꼴찌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다.


1. 전형적인 야시장 음식이 아니라서 방문객들의 기대치에 들어있지 않음

2. 샐러드를 '식사'라고 인식하는 사람이 예상보다 더 적음

3. 관광객 대상으로 개발한 상품인데 관광객 고객이 생각보다 적음


등이다. 좀 더 분석을 해보자면,


처음 2~3주간 야시장은 흥행이 대성공이었다. 들리는 말로는 다른 상권 상인들이 시청에 야시장으로 사람 없다고 민원을 넣을 정도였다고 한다. 강릉 같이 작은 도시, 살다보면 바다고 카페고 특별할 것이 없는 도시에서 이런 이벤트는 시민들의 관심이 생각보다 굉장히 높은 편이라는 것을 확인한 것도 배움이다. 


그런데 수많은 시민들이 야시장에 나올 때는 각자 뭔가 예상하고 기대하는 음식들이 있다는 것. 그 전형성에 못 끼는 오리지널 레시피 요리들은 다들 초반에 고생을 하고 있다. 오히려 지역성도 오리지널리티도 없는 '야시장음식'들이 선전하는 추세. 구체적으로 무엇무엇은 같이 장사하던 상인 입장에서 언급은 않겠지만 당신이 생각하는 야시장음식과 강릉시민들이 생각하는 것이 별로 다르지 않다. 굳이 뭘 그런 걸 야시장까지 와서 드시나라고 생각하는 건 나 같은 사람 생각이고, 일반적으로 음식이란 창의나 상상의 대상이 아닌 것이 현실이다. 


샐러드가 한 끼 식사라고 생각하는 것은 다이어트 중인 중년여성들 뿐인 듯. 내심 기대했던 젊은 여성들은 거의 거들떠도 안 보는 수준이었다. 외지인들은 젊은 여성손님도 많았지만 강릉 현지인의 경우 매출은 대개 중년층의 여성이나 차라리 중년 남성에게서 일어났던 듯. 야시장이라지만 매출 대부분은 저녁 먹을 시간인 6~8시 사이에 일어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우리는 9시 이후에 매출이 40% 정도는 일어났던 것 같다. 샐러드는 여럿이 와서 이것저것 같이 먹다보면 곁들이는 정도의 위상이었다.


그리고 강릉시민들이 순두부에 생각보다 관심이 없었다. 초당의 그 수많은 순두부집은 대략 관광객들이 먹여살린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관광객들은 순두부 젤라또, 푸딩 등등의 순두부 시리즈에 익숙하기 때문인 듯,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9시 이후에 매출이 큰 이유 중 하나는 중앙시장의 맛집들이 대개 9시 이후에 문을 닫기 때문이다. 중앙시장에서 허탕을 친, 혹은 맛집투어를 끝낸 관광객들이 월화거리로 넘어오는 현상이 있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관광객들, 특히 젊은 여성 관광객들은 순두부 샐러드에 대한 호응이 높았다.

 


상품기획 단계에서 시식도 몇 번 하고, 또 현장에서도 시식을 계속 시행했을 때 반응은 상당히 좋았다. '새콤, 달콤, 고소함이 어우러진 건강한 맛'이다. 아이들도 먹어보고는 맛있다고 해서 의외로 아동고객이 많았고, 부모들이 샐러드 안 먹는 아이들이 조르는 것에 놀라며 사가는 경우도 여러번 있었다. 위의 사진들은 다들 시험 과정인데, 나중에 딸기를 올리는 것으로 바꾸고는 '딸기만 먹고 싶다'는 아이들도 꽤나 있었고 ㅋ. 역시 잘 알려진 음식이 아닐 경우에는 에스테틱도 중요하다.


재료의 생산자를 전부 표기하는 방식은 사람들이 많이 주목하진 않았다. 이것도 역시 사람들이 애초에 스캔하는 정보가 아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구매자에게 이런 점을 설명하면 역시 반응은 좋았다.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기꺼운 표정이었다.


그럼에도 입지 자체가 예상외로 힘든 곳이었다는 문제는 있다.

월화거리는 중앙시장과 KTX 강릉역 사이에 있어서 사실 관광객이 없을 수가 없는 곳이다. 하지만 요즘 관광객들은 검색으로 갈 곳을 찍어놓고 바로 목적지로 직행하는 것이 국룰인가보다. 관광객은 많이 '지나갈' 뿐이고 실질 고객층은 거의 강릉시민들이라는 점에서 순두부샐러드는 물밖에 난 고기 같은 신세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야시장 음식으로서 로컬푸드란 가망이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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