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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순두부 샐러드의 야시장 도전, 그 마지막 장

자의반 타의반으로 중도 퇴장

순초세트(순두부샐러드와 초시원)


야시장은 비가 오면 고민이다. 손님이 줄어들 것이 뻔하지 않나. 비 맞고 길에서 음식 먹을 사람이 어디있겠나. 게다가 여기는 전기를 노상에 설치된 전원에서 끌어다 쓴다. 안전사고는 걱정 정도가 아니라 시간문제라 보인다. 


어느날 비 예보가 있었다. 그래서 당일 점심때쯤 취소 하기로 통보가 왔다. 논의 과정도 없고 기준도 없고 그냥 취소 통보가 날라온 것 자체는 좀 문제긴 하지만, 나같이 안전제일 주의자는 이의는 없었다. 안전제이나 제삼 주의자들은 생각이 달랐겠지만.


그런데 막상 장사할 시간엔 우산도 안 써도 될 정도(라는 일부의 주장)였다. 하루 장사를 취소하면 매출만 날라가는 게 아니라 식재료를 고스란히 버리게 된다. 나도 매일 샐러드를 해먹고 오는 손님도 샐러드를 내고, 그러다 상태가 좀 안 좋아지면 볶아먹고(사실 볶음용 채소도 아닌데), 그래봤자 수십 인 분 소화하기엔 역부족으로 거의 반을 버렸다. 


속 쓰린 심정이야 다 비슷하겠지만, 안전을 제일로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일부 상인들은 생각이 달랐다. 천막을 치고라도 장사를 하자는 것. 개인적으로 약간 반대 목소리를 내봤지만 뭐 몇 명이 우우 몰아가면 어쩌겠나. 나 말고도 비오는 날엔 안전 문제가 심각해지는 튀김류 하시는 분들은 다 내심으론 반대했을 거다.



그러던 와중에 시장 상인회에서는 음료판매를 전면 중지하라고 한다. 이건 처음 할 때는 1매대 1음료 허용을 했던 부분인데 한 달도 더 지나서 갑자기 안 된단다. 당연히 야시장 상인들은 난리가 난 것 같은데... 막상 일방적 통보에는 뭐라고 항의하는 사람이 없다. 게다가 상인회에서는 내가 불을 안 쓴다고 매대 지원의 의미가 없다며 이동을 하라는데, 이것도 시연시식에 소위 컨설팅까지 몇 번을 거치도록 없던 이야기다. 불 쓰기 싫어서 일부러 잡은 메뉴란 말이다.


이런 독단에 같이 항의할 사람도 없고, 필요한 가설은 대략 검증이 다 끝난 데다가 벌이도 겨우 하루 일당 정도라서 큰 재미 없던 차다. 일주일에 이틀이 통으로 빠지니 다른 일엔 지장이 많다. 따라서 미련 없이 사퇴다. 이로써 로컬푸드의 야시장 도전은 예상하지 못한 형태로 끝나게 되었다.


소득이라면 관광객 상권에선 확실히 될만한 아이템이라는 것을 확인한 것과 예상외로 나는 바쁘고 성실히 살고 있더라는 것. 이틀을 야시장으로 쓰고 나니까 글쓰는 루틴이 무너질까 걱정될 정도로 시간도 체력도 남아나질 않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내 생각보다 반백수는 아니었구나 하고 깨달은 것도 소득이랄까. 섭섭은 하지만 시원도 한 감정으로 야시장은 퇴장이다.


마침 이별을 고한 다음날 야시장 상인들이 자비로 천막을 설치하고 어쩌고 했는데 그날은 비가 너무 심하게 와서 이도저도 다 소용없을 정도였는데, 그걸 피한 게 그나마 약간 달콤했달까. 올 여름은 비가 많다던데 안전하게 장사들 잘 하시길.


초당순두부샐러드는 다른 기회에 다른 장소에서 활용될 일이 분명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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