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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푸드의 야시장 도전 -  초당 순두부 샐러드

로컬의 마음으로 야시장 음식을


월화거리에서 야시장을 한다. 월화거리는 강릉역에서 가깝고 강릉중앙(성남)시장에 바로 붙어있는 곳으로 평소에도 사람이 많은, 강릉에서 손꼽는 번화가다.

 

강릉의 로컬푸드를 특색 있는 야시장 음식으로 개발해본다는 취지도 있고, 무엇보다 임대료가 없어서 참여해 보기로 했다. 나도 로컬푸드로 해보고 싶은 실험들이 있고, 나름 인플루언서로서 다른 참여자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5월부터 11월까지, 장장 6개월 동안 매주 금, 토요일을 바쳐야 한다는 것은 좀 부담스럽긴 했지만, 푼돈이나마 모아서 겨울엔 일본이나 동남아에서 한 달 정도 살아보기 하는 비용을 충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야시장이 하고싶다고 그냥 하는 것은 아니다. 나름 서류전형, 시연시식 심사를 거쳐서 선정이 된다. 


서류전형은 강릉에 음식업 허가를 받은 사업자등록증이 된 사람이면 통과. 야시장도 전부 보건소와 시청의 관계기관에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2차의 시식, 시연은 초당 순두부 샐러드와 로코코의 사과를 넣은 피낭시에가 출품작이다. 메뉴를 구상하는 데는 몇 가지 개인적인 원칙이 있다. 이 원칙들은 주최측에서 선정 요건으로 제시한 것들과도 대략 일치한다. 


1. 강릉의 지역색을 살린 식재료(가장 중요)

단순히 강릉의 재료를 쓴다, 는 것만으로도 좋긴 한데 되도록 거기서 더 큰 발전성을 찾을 수 있는 방식을 찾아을 수 있는, 그런 가능성이 있는 음식.


2. 현장에서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음식

외식업 십여년에 밖에서도 음식 여러 번 해보았다. 매대가 어떤 구조일 것인지도 모르는 상태라 우선 불을 안 쓰는 것으로, 최소한의 노력으로 할 수 있는 음식이어야 한다.


3. 원가가 좋아야 함

이건 비지니스적으로 말할 것도 없는 이야기. 특히 야시장 음식은 가격이 일반 식당에 비해서 좀 싼 것을 감안해야 한다. 그야 임대료가 없으니 싼 게 당연하긴 하다. 거기에 고려해야할 것은 로스(loss). 실내업장과 달리 야시장은 악천후로 취소 등이 될 수 있으니 재료 원가가 높으면 손실률도 높아진다. 사실상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심하지 않은 비나마 우천 소식에 야시장이 취소된 짬에 쓰고 있으니 말이다.


4. 독창성

뻔한 음식은 못 하는 나라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은 해본 적이 없는, 최초 개발의 요리를 하고 싶었다. 이건 사실 장사엔 도움이 안 되는 것. 뭔가를 새로 만들어봐야 사람들이 모르는 물건을 팔겠다는 입장 밖에 안 된다.

'지옥에서 화염방사기 파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무언가가 아주 흔한 곳에서 그것을 팔겠다고 하는 어리석음을 말하는 것인데, 사실 지옥이 화염방사기 수요가 많은 곳일 것 같다. 최소한 불지옥 악마들은 화염방사기가 무슨 물건인 지는 잘 안다.  진짜 어려운 것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관념을 깨는 것이고(한 병에 몇만원 하는 프리미엄 막걸리 판매 같은),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사람들이 아예 모르는 물건을 파는 것이다.


야시장 하면 떠오르는 스테디샐러들이 있다. 그것, 남보다 잘 하라면 못할 것도 없지만 1인이 신상품 개발해서 밀고 나갈 수 있는 곳은 어디까지인지도 시험해보는 의미가 있다 싶었다.


5. 사업의 확장성

브랜딩만 잘 되면 사실 사업의 확장성은 자본의 문제로 거의 귀결되는 편이다. 당장 이걸로 무슨 확장을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확장성 좋은 아이템을 하고 싶었다. 독창성에 확장성을 겸하는 게 쉽지 않은데, 야시장에서 통할 정도라면 안 될 것은 무엇이겠나 싶기도 하다.


심사위원들이야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 도리가 없긴 하지만 대략 1번과 3, 4번은 모집요강에서도 강조한 것. 결국 합격이 되어 매대 운영자가 되었다.


<월화거리 17번 매대 얼터렉티브 살롱>


그러고보니 사업성 중 '사람들이 좋아할만한가'는 빠져있다. 한 번 살펴보자.


1. 야시장 스테디셀러

야시장에 가면 어느 지역, 어느 시기에 가도 늘 있는 메뉴들이 있다. 옆 가게들이 하고 있는 것들이라 뭐뭐라고 하지는 않겠지만, 이런 메뉴들은 돈벌이에 최적화되어 원재료부터 조리법까지 고객 배려보단 이윤고도화에 특화된 편이다. 음식 장사의 내막을 싫도록 알게 된 나는 어디 가도 이런 것들은 아예 안 먹는 편이다. 배달야식보다 더 질이 낮은 음식들일 가능성이 크다(Indeed).

 

2. 야시장 사이클

밤 되면 약간 서늘한 듯한 5월초에 시작해서 무더운 여름을 지나 다시 한기가 도는 11월까지다. 야외 취식이 아니라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메뉴는 날씨에 따라 많이 바뀐다. 시즌제라서 중간에 메뉴를 바꿀 수는 있고 아마도 바꿔야 할 듯한데, 개인적으론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방문객이 급증하는 6~9월이 가운데 토막이라고 보고 여기에 포커스를 맞췄다. 혼자가 아니라면 5월엔 샐러드가 아닌 다른 것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3. 인스타그래머빌리티

한마디로 예쁜 음식이다. 예쁜 음식은 만드는 재주도 없고, 혀가 아닌 눈에 봉사하느 음식은 싫어하는 편이지만 이건 신경을 좀 안 쓸 수 없다. 아니, 솔직히 이건(이게) 중요하다. 돈은 못 벌어도 컨텐츠는 남아야 하기도 하고, 아까도 말했지만 1인이 브랜딩을 어디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느냐의 실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까지 하고 나니 역시 돈 벌기가 쉽지 않은 선택을 했다 싶다. 자랑이자 특기인 떡볶이라도 하면 제법 돈은 벌텐데(이번 시즌 야시장엔 떡볶이가 없다), 솔직한 입장으로 사람들의 그저그런 욕망에 맞추어가며 살 생각이 없고 그런 일은 나보다 잘 하는 사람들이 끝도 없으니 나까지 할 필요 있겠나. 무려 20개의 포장마차 매대가 있는데 다들 생각은 비슷할 것이다. 나는 이번에도 튀어보기로 했다. 토끼가 아니라 사슴을 쫓는 거다. 


<초당 순둡부 샐러드 최초 버젼>


그래서 나온 결론이 초당순두부샐러드다. 강릉의 초당 순두부는 말할 필요가 없는 지역 대표 음식이고 순두부젤라또, 순두부크림 빵이나 도넛, 순두부 푸딩 등등 응용 음식들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거기에 보태어 초당순두부샐러드. 어딘가 있을 것 같은데, 이거 은근히 처음 하는 시도다.


그래서 한 달 정도를 해 보았는데 결론을 내긴 아직 이르지만, 앞으로 해나갈 방향은 보인다. 한계도 있고 가능성도 있는데, 찬찬히 살펴보도록 하자. 경험과 데이터 공유를 하는 느낌이다. 소규모로 음식 관련 창업을 하는 사람들은 참고가 될 것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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