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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꽁치의 매력

단숨에 몇 마리를 다 집어삼켰다


생선이 아름답기론 참 학꽁치도 빠지지 않을 듯.

학꽁치가 자주 나는 편은 아닌데, 주문진 어시장에서 그 은빛찬란한 자태와 어글어글한 눈빛에 끌려 사왔다. 가격도 비싸지 않아서 한 바구니 십여마리에 이만 원. 나는 반만 만 원에 흥정해 왔다.



우선 소금후추간으로 굽자. 배도 좀 고프고 해서 세 마리. 구식 가정용 가스레인지의 얄팍한 살라만더에 굽기 딱 좋은 사이즈다. 고등어 좀 두꺼운 것만 해도 걸리고 그런다.



생선이 구워지는 동안 초절임용으로 포도 뜨고.

길고 얇아서 조심스러웠지만 의외로 포뜨기 편한 생선이다. 아주 신선한 상태라 살이 단단한 덕도 있긴 했겠지만 기본적으로 내장도 얄팍하고(당연), 긁어내기 편한 편. 가시 정도는 초절임용으로는 가볍게 무시해도 좋을 정도고 근막 손질도 쉬웠다. 그래서 학꽁치 초밥을 많이들 하는구나.



잘 구워져 나왔다. 하면 할수록 생선은 오븐이나 살라만더에 구워야 한다는 지론이 강화된다. 너무 오래만 안 구우면 정말 촉촉하고 부드러운 생선을 먹을 수 있다. 야들야들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다라는 육체적 언어감각. 특히나 흰살 생선은 이 감각이 중요하다.



솔직히 밥은 좀 망했다. 어쨌든 김에도 싸먹고.



일본 금산사미소. 달착해서 국 같은 것 끓일 때는 안 쳐다봤는데 생선에 미소 발라서 구우면 딱이겠다.



학꽁치가 맛있으니 흥이 나서 안 하던 반주도 한다. 홍천 필스너.


미소구이 학꽁치까지 의도한 대로 맛있게 잘 나왔다. 망한 밥이나마 두 공기 먹고, 초절임한 것 말고도 학꽁치를 다섯마리 쯤 먹은 거군. 완벽한 하룻저녁이었다. 성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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