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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메이드 캐첩 나포리탄 스파게티

심야식당 최애메뉴 재현하다


한 때는 캐첩 참 좋아했었는데, 이제보니 만들어만 두고 잘 쓰지도 않네.

갖은 향신료와 고급 식초가 들어갔는데, 감자튀김 같은 것을 자주 하는 것도 아니니... 그러다가 이래저래 나포리탄 스파게티 생각이 났다.


심야식당의 무슨 에피소드였더라, 그 내용은 다 잊었어도 나포리탄 스파게티만은 생생히, 열렬히 기억하고 있다. 심야식당 몇 개의 시즌을 다 아울러서 내가 제일 해먹고 싶었던 것이 나포리탄이었다. 좋은 캐첩이 있으니 어찌 안 해볼소냐.



몇 가지 채소, 여기에 싸구려 햄까지 첨가한다. 원작에서도 비싼 재료는 안 썼으니까.


나포리탄 스파게티는 나폴리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본식 경양식 요리다.  애초에 미군들을 먹이기 위해 일본인 요리사가 만들었다는데, 왜 나폴리를 끌어들였는지는 모르겠다. 나폴리 사람들이 들으면 상당히 분노할 것 같다. 캐첩에 파스타라는 발상 자체가 이태리 사람 고문하기에 좋은 컨셉이다.


그나저나 화양식(和洋式)이라는 일본식 경양식은 우리나라 경양식의 뿌리이기도 하다. 캐첩에 파스타가 오소독스하진 않지만 사실 우리 입맛에 나쁘지 않다. 캐첩 떡볶이 같은 것도 있는데(맛있다니까!) 나중에 한 번 해보여드리지.



심야식당의 다른 요리들도 그렇지만 참 쉽죠 계열이다. 재료 다 때려넣고 볶으면서 한쪽에선 스파게티면을 삶는다. 채소 다 볶아질 정도면 면도 거의 다 익었다. 덜 익은 건 팬에 올려서 한 번 더 가열할테니 상관 없다. 푹 익은 게 문제지.



자 드디어 캐첩을 아낌없이 투하하고 면과 같이 볶아준다. 음, 그 사진이 없네. 웍질할 때는 사진을 못 찍으니까...



새러드 대신에 그냥 채소를 넉넉히 밑에 깐다. 이건 심야식당엔 없는 이야기. 그리고 달걀지단. 이건 심야식당에서 안 봤으면 안 할 건데. 이 지단만 봐도 화양식의 풍모가 확연하다.



재현요리라지만 생긴 건 별로 안 닮았다. 작중에는 경양식집 철판그릴에 올려서 나오는데 없으니 그냥 접시에 담는다. 면을 욕심껏 끓여서 지단은 보이지도 않네. 재료도 풍성하고 캐첩이 우월하니 모르긴 몰라도 심야식당 드라마보단 이게 맛있을 거다. 글쓰다보니 또 땡기네. 이번에 서울 다녀오면 캐첩 다시 만들어서 해먹어야겠다.


그나저나 하다가 궁금해서 나포리탄 스파게티 에피소드를 찾아보니 돈 많은 남자의 정부로 있던 여자가 남자가 죽고 유산을 바랬으나 유언장에 한 줄 언급이 없다고 끈이 떨어져버렸다. 심야식당에 왔다가 젊은 남자와 만나 동거까지 하기로 발전했는데 그 와중에 고인의 아내가 유언장을 위조한 사실이 밝혀져서 유산을 조금 나눠받게 되니까 젊은 남자를 차버리고 사라진다는, 시시한 얘기다. 심야식당은 에피소드도 잘해봐야 신파조의 이야기에 음식도 뭐 보고 배울만한 것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꾸준히도 보게 된다는...


홈메이드 토마토캐첩 손이 좀 가지만 별로 어렵지 않고 응용범위도 넓은데다가 만들어두면 쓰임새도 많은 소스다.


https://brunch.co.kr/@alteractive/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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