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도루묵이 너무 귀했네
올해는 도루묵이 비쌌다. 늦게 와서 조금 잡히고 금방 훌쩍 가버렸으니 당연하다. 한창 때는 잡어급 가격인(알백이 2만원, 아닌 것 1만원 정도) 도루묵이 올해는 한 바구니에 5만원도 봤다. 허허 참...
도루묵으로 식해를 담아봐야지 하는 생각은 가자미 하면서도 있었고, 인스타그램의 이웃분이 도루묵 식해도 되냐고 관심을 표해주셔서 꼭 한 번 해봐야지 했다.
도루묵은 톡톡 터지는 알이 매력이라 암컷은 수컷보다 돈 만원 더 받는다. 그런데 꼭 수컷이 아니라도 알만 빼낸 도루묵도 있고 대접은 수컷과 같다.
알을 빼낸 흔적을 볼 수 있다. 손질하다 보면 이래저래 알이 잡힌다.
뱃구리가 작아서 손질은 쉬운 편. 머리 떼내고 내장 긁어내고 지느러미 잘라내고. 작은 생선 여러 마리니가 손은 제법 간다.
자투리 알은 모으고 모아서 소금후추간으로 젓갈을 담궜다. 이거 꼬득한 식감에 짭짤한 감칠맛이 캐비어 못지 않다 ㅋㅋㅋ
손질한 도루묵은 소금에 절여 물기를 좀 뺀다.
그리곤 이렇게 잘 펴널어서
건조기에 넣는다. 낮은 온도로 넉넉히 말려주면 된다.
도루묵을 반건조 파는 것도 있던가. 있었던 것 같다. 다른 생선과 건조한 정도가 비슷했을까... 그건 기억이 안 나는데 도루묵은 반건으로 파는 게 흔하진 않다.
40도에 네 시간쯤 돌리고 하룻밤을 묵혔다. 아직 살에 촉촉한 기는 있지만 반은 말랐다. 식해는 다른 재료들을 얼마나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서 물기는 많게도 적게도 할 수 있으니 도루묵의 건조도는 다른 방식으로도 조절할 수 있다.
자 다시 한 번 소금간. 이건 물기를 뺀다기 보단 소금간 의미가 더 강하다.
아끼고 자랑하는 한영석 향온곡으로 엿기름을 대신 한다. 누룩이 엿기름보다 효과가 훨씬 좋다.
이렇게 한 반 시간 정도 놓고, 여기에 조밥이며 마늘이며 채 썬 무우며 생강청이며 고추가루며 등등을 버무려 넣는데 다른 식해랑 다 같은 과정이다 보니 사진을 안 찍었네 ㅋ
접시의 위쪽이 완성된 도루묵 식해다. 물기가 제법 많은 것은 도루묵 말릴 때 어느 정도 수분이 있었던 탓도 있고 무우를 제법 크게 썰어넣어서(이번엔 칼로 썰었다) 무우의 물기가 남은 탓도 있을 것이다. 물기가 좀 많은 것이 내 스타일. 그 후론 물기 없는 것도 해봤는데 역시 물기 있는 게 탄산감도 있고 개인적으론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