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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한주 115. 상주 이너피스 플로우

나는 마시니까 묘하게 흥분되던데 명상용 막걸리라는

<제원>

재료: 찹쌀(국내산 유기농), 멥쌀(ㄱ구내산 유기농), 포도원액(국내산 유기농), 국

도수: 12%

용량: 750 ml

용기: 무색투명유리병

기타: 건조라벤더(국내산), 서양박하잎(국내산), 애플민트잎(국내산), 효모

살균여부: 생막걸리, 6개월


<연락처>

농업회사법인 상선주조(주)

경상북도 상주시 상서문로 46-1

070 4001 3821


<맛>

산미: 중

감미: 중

탁도: 중상

탄산: 중하

감칠맛: 중하


<코멘트>

상선주조는 필시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에서 따온 이름이렸다.

술은 마시면 취하는 것. 그런데 명상과 집중을 위한 막걸리라니, 그 컨셉은 오히려 도발적인 데가 있다.


그래 이 술을 마시면 명상에 들 듯이 조용해질까? 

첫 모금에서 자연스런 절제미와 걸리는 곳 없이 넘어가는 순함이 느껴진다. 이 술은 술을 설계할 줄 아는 양조가가 만든 술이다. 그저 달다 시다 잘 익었다 수준이 아니고 마실 때부터 입안에 굴러서 넘어갈 때까지 혀와 코와 마음과 기대가 어떻게 움직일지 아는 양조가의 작품이다. 


이 술을 마셔본 개인의 여정을 이야기 하자면 처음 입안에 들어올 때 순하고 둥근 느낌이고 크게 달지도 시지도 않다. 입안에 잠시 머금어 보면 다양한 허브들의 은은한 역할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음미할 수 있다. 지루하기는 커녕 꼭 요가수련 때 은은하게 향을 피워둔 듯이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역할을 해주는 느낌이다. 이 단계에서 시간 감각은 공간적 입체로 확대된다. 높은 곳에는 허브향이, 낮은 곳에는 은은한 곡물의 기반이 있고 그 중간 어디서 즐겁게 아래위를 유영하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 유영은 묘하게도 사람을 차분하게 한다. 그리곤 목으로 넘어갈 때, 이 술은 그 모든 존재감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스르륵 흘러나간다. 


개인적으론 중반까지는 '이너피스'라는 이름에 걸맞는 조용한 즐거움을 느꼈으나 마지막은 꽤나 격한 흥분감이다. 양조가의 설계나 실행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이렇게나 훌륭한 술을 만난 감격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근래 이런 양조장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어서 아마 몇 년 후에는 한주가 이론의 여지 없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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