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밥맛의 시그니쳐 반찬 중 하나
생선을 초에 절인다는 것은 복잡한 요리는 아니다. 하지만 즐거움은 크다.
우선 좋은 생선. 주문진에 산다는 것은 생선 신선도라는 측면에선 돈으로 환산이 거의 불가능한 인프라다. 크지 않은 나라니까 서울까지 KTX특송에 퀵서비스를 이용하면 대략 4~5시간 내로는 생선을 받을 수 있다. 얼음에 재워서 아이스박스에 넣은 생선은 물론 서울사람 눈으로 볼 때 신선도가 탁월할 것이다. 노량진 시장 같은 곳에서 진열된 생선과는 비교가 안 된다.
하지만, 매일 배에서 갓 내린 생선을 보던 눈에는 이 정도 되면 뭐 그렇게 훌륭한 것은 아니다.
생선 선도는 그저 눈 보면 된다. 이렇게 똘망한 눈빛도 그렇게 뛰어나게 똘망한 것은 아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똘망하다 싶은 친구들은 묻지도 따지도 않고 일단 사고 본다.
그래서, 생선 초절임은 주문진에서 사서 강릉 현지에서 작업해서 서울로 올린다.
그 다음으론 좋은 소금. 소금은 금속이다.NaCl로 표현되는 분자식이 순수 소금이고 여기에 한국의 갯벌 소금은 마그네슘(Mg), 황(S), 칼륨(K), 칼슘(Ca) 등이 들어있다. 퉁쳐서 미네랄, 다시 말하자면 금속성분이 많다.
이 금속성분은 우리 몸에 필요한 미량성분이기는 한데, 이 과잉의 시대에 소금을 먹어서 이걸 채우자는 것도 좀 무망한 얘기고, 너무 많으면 몸에 상당히 해로운 작용을 할 수도 있다(대사과정에서 과잉을 다 내보내는 조절메커니즘은 있지만 엿튼 과해서 좋을 건 없다). 무엇보다 이 금속성분들은 쓴맛으로 제 존재감을 나타낸다.
그래서 소금은 7년 숙성의 곰소산 천일염을 쓴다. 3년짜리를 사다가 묵힌 것으로 쓴 맛은 정신을 모두어야 조금 느껴질 정도고 단 맛이 더 많은 소금이다. 이것 말고도 여러가지 비싸고 좋다는 소금을 사보았는데 간수빼는 관리가 미흡했던 모양으로 연차만 오래 묵었지 다들 쓴맛이 진진한 편이라 숙성용으로 짱박아둔 상태.
이 소금은 비싸다기보단 귀하다. 몇 년간 숙성을 시켜야만 얻을 수 있는 소금이고 돈 준다고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도 있고, 무엇이든 적정량이 좋기때문에 생선을 포뜬 표면에 곱게 발라둔다. 이래도 한 시간 정도면 다 생선살에 스며드니까 너튜브에서 하듯이 싸구려 소금에 파묻을 필요가 없다(생각만해도 쓴 맛이 올라온다).
이 부드러운 짠맛이 생선살의 감칠맛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려주는 것! 그리곤 이제 초가 중요하다.
초는 곡물초를 사용한다. 감식초, 사과식초 등은 아무리 좋아도 그 특유의 상긐한 향이 이 감칠맛과는 겉도는 걸 어쩔 수 없다.
흔히 쓰는 마트의 ㅎㅁ식초 같은 것을 쓰면 바로 망하는 거다. 초절임 맛에 초는 어쩌면 생선 이상으로 중요하다. 그러니 정말 좋은 초를 써야하는데 정말 좋은 초가 또 좀 비싸긴 하지. 탁월한밥맛은 착한 가격이지만 식재료만은 고오급을 추구한다. 그러니 킨쇼 같은 하이엔드 스시집에서 쓰는 초를 쓰거나 아니면 우리나라의 쌀발효식초를 써도 좋다. 단, 우리나라 제품들은 아직 소규모들이라 배치마다 초맛이 좀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선 주의.
합리적인 대안으론 중국산 곡물초도 있다. 중국산이라고 다 눈흘길 것이 아니고, 명주로 유명한 산시성에서 나오는 초는 성분으로나 품질로나 전혀 불만 없는 제품이다.
서울에선 보통 시메사바라고 해서 고등어 초절임을 먹지만 주문진 바닷가에선 올라오는 생선은 뭐든 해보았다. 흰살에 가깝고 조그만 열기도 되고 참치는 말할 것도 없이 훌륭하다. 삼치나 전어도 좋고, 다만 청어는 기름기가 너무 많아서 초절임을 해도 빨리 먹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나온 생선초절임은 그냥 먹어도 좋지만 여러 음식에 토핑으로 올려도 그만이다. 국물요리에도 올리고 샐러드에도 올린다.
단품이나 밥반찬으로도 나가는데 탁월한 밥맛에선 표고에 올려놓고 살짝 토칭. 감칠맛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원하시면 토칭 없이 달라고 하시면 물론 그것도 가능하다.
12월 12일부터 저녁시간엔 주문진의 신선한 생선으로 절인 초절임을 맛보실 수 있으니 수담옥으로 들러주시길(낮시간엔 너무 바빠서 못 합니다 ㅠ)